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사업에서만 5726억엔(약 6조642억원) 손실···쿠팡 추가 투자 기대하기 힘든 상황
위워크 사례 보듯이 쿠팡의 나스닥 상장 장담 어려워···M&A 가능성도 무시 못해
쿠팡 매물 나온다면 군침 흘릴 기업 많아···롯데·아마존 등 거론

/그래픽=이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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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가 올 3분기 7001억엔(약 7조4420억원) 손실이라는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대부분의 손실이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사업에서 발생했다. ‘비전펀드 버블론’까지 제기되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앞으로 5년에서 7년 안에 순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에 투자를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업계의 시선은 ‘손정의 자금’ 27억달러가 투입된 쿠팡으로 쏠린다. 지난해 1조970억원의 손실을 낸 쿠팡은 올해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을 향한 업계의 시선이 바뀌고 있다. 쿠팡은 최근 몇 년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이커머스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았다. 유통 대기업들이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구조를 온라인으로 재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주인공이 바로 쿠팡이다. 누적 적자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만 든든한 후원자인 ‘손정의 자금’이 뒤를 바치고 있어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려들은 ‘기우(杞憂)’ 정도로 무시할 만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새 쿠팡을 향한 시선은 180도 바뀌었다. 적자임에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할 수 있었던 자신감의 원천인 ‘손정의 자금’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쿠팡의 최근 5년간 누적 적자는 약 3조원이다. 어떤 기업이든 수조원의 적자를 떠안고 사업을 계속하기란 쉽지 않다. 만성 적자 기업에게는 은행 대출은 물론 회사채 발행도 어렵다. 상장기업 감사를 맡았던 한 회계사는 “이렇게 많은 적자를 떠안고 계속 영업을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 사업에서만 5726억엔(약 6조642억원)의 손실을 냈다.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 본사를 위워크로 옮기고 싶다고 할 정도로 칭찬했던 위워크는 방만한 경영으로 기업공개(IPO)에 실패했고, 우버‧슬랙 등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전펀드는 9월말 기준 전 세계 88개 스타트업에 약 707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쿠팡이다.

무턱대고 ‘손정의 자금’에 기댈 수 없는 쿠팡의 가장 현실적인 생존 전략은 나스닥 상장이다. 나스닥은 적자 기업이라도 혁신기업에 더 점수를 주기 때문에 국내보다 상장이 비교적 용이하다. 최근 미국의 유력 재무‧금융 전문가를 영입한 쿠팡의 행보도 이 때문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그러나 위워크 사례에서 보듯이 쿠팡의 나스닥 상장도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쿠팡이 M&A(인수합병)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쿠팡이 만약 매물로 나온다면 군침을 흘릴 기업은 많다. 업계는 국내 유통 대기업 중 온라인사업 진행 속도가 가장 더딘 롯데를 꼽는다. 롯데는 지난해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발표에서 향후 5년간 50조원 중 25%를 온라인사업 확대‧복합쇼핑몰 개발에 쏟아부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쓱닷컴이 일정 궤도에 올라온 이상 쿠팡이 매물로 나와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며 “물류센터 등 초기 투자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롯데로서도 M&A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외 기업 중에는 아마존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많다. 실제 쿠팡의 사업구조는 아마존과 매우 흡사하다. 아마존은 아직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았다. 아마존은 현재 아시아 시장에서는 성장성 면에서 더 매력적으로 평가받는 중국과 일본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시장은 출혈 경쟁이 심하다. 아마존의 쿠팡 인수설은 말 그대로 설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 사진=연합뉴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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