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 국장 보직 물러나 숫자 감소, 행정직은 전무···고시 출신도 인사 적체 피해자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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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혜선 국장의 인사 발령으로 인해 보건복지부 본부의 비고시 출신 고위직은 3명으로 줄었다. 군 출신 1명과 의사 출신 2명으로 파악된다. 이에 복지부에서 근무해 온 행정직 출신 고위직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9일 복지부에 따르면 정부세종청사 본부의 장관과 차관을 제외한 복지부 고위직 자리는 실장 4개, 국장 23개 등 총 27개다. 공석인 장관정책보좌관을 제외한 국장급 22자리중 행정고시와 외무고시 출신이 19개 보직을 점유하고 있다. 비고시 출신은 권준욱 대변인과 최태붕 비상안전기획관, 윤태호 공공보건정책관 등 3명에 불과하다. 

이같은 집계는 복지부가 지난 4일자로 해외의료사업지원관에 임을기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 균형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발령 낸 후의 수치다. 해외의료사업지원관으로 활동하던 기존 김혜선 국장은 개인사정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장은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과장특채로 복지부에 입부한 비고시 출신이다.

이번에 김 국장이 보직을 내놓음으로서 복지부 고위직의 비고시 출신은 4명에서 3명으로 감소했다. 복수의 복지부 관계자는 “외부 시각에서 보면 비고시 출신 3명을 높은 비중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관례상 군 출신이 맡는 비상안전기획관과 의사 출신이 발령 받는 공공보건정책관을 제외하면 역시 의사 출신 권준욱 대변인만 남게 된다.

여기에 그동안 배려 차원에서 비고시 출신이 주로 임명됐던 감사관이나 한의약정책관 등 보직에 현재 고시 출신들이 임명돼 근무하고 있는 점은 복지부 비고시 출신 공무원들에게 심리적 상실감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비고시 출신 관료는 “외부 시각과 내부에서 보는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며 “최근 부이사관(3급) 승진 심사에서도 고시 출신 2명만 통과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사 출신 2명 고위직에 비해 행정직 비고시 출신이 본부 국장급에 없다는 점은 열심히 근무하는 공무원들 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풀이된다. 수년전 복지부에 7급 신규 인력이 배정됐을 당시 기존 7급 출신 직원들은 사석에서 ‘복지부에서 살아남는 법’을 강의했다. 그 내용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시 출신 공무원들도 복지부 인사적체의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앞서 언급된 감사관이나 한의약정책관 보직은 다른 국장급 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는 논리다. 감사관은 개방형직위다. 한의약정책관은 공모직이다. 개방형직위는 민간인도 지원할 수 있는 보직이다. 공모직은 공무원만 지원 가능한 보직이다.  

최근 부이사관 승진 TO가 2명에 불과했던 것은 올해 고위직에서 퇴직한 인원이 정확하게 2명에 불과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권덕철 전 복지부 차관과 맹호영 전 국장이다. 승진 TO가 2명이라고 내부적으로 발표됐을 당시 복지부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임호근 복지정책과장과 현수엽 보육정책과장을 유력후보로 찍을 수 밖에 없었다. 과거 최소 3-4명이던 부이사관 승진 TO가 올해는 2명에 그치니 예상 자체도 필요 없었다. 

과거 행시 기수 당 7-8명이던 인원은 46회를 기준으로 10명을 넘어 현재 행시 52회는 유학과 파견을 포함, 17명이 복지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당장 동기와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결국 고령의 복지부 고위직 관료들이 용퇴를 고사하는 상황에서 더 좁아진 승진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업무성과를 올리는 방법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성과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한다. 

복수의 복지부 관계자는 “인사적체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기 직전의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특정 직군에 대한 배려 요구는 쉽지 않게 됐다”며 “공무원들이 각자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며, 후배들을 위한 고령자 용퇴를 모두 같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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