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이장희 대표 “정부, 美 눈치보지 말고 자주성 가져야"
"정부 노력으로 국제적 대북 제재 극복 가능···판문점선언 국회비준동의 해야”
“남북 철도 협력 막은 유엔사 사실상 미국이 주도···다자주의로 가야”

이장희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대표(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사진=이준영 기자
이장희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대표(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사진=이준영 기자

남북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북한은 남한에 시설 철거를 통보했고 우리 정부의 실무협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이것뿐이 아니다. 지난 북미 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한에 대한 북한의 비난과 배제 수위도 높다. 최근 북한에서 벌어진 남북 축구 경기에서 ‘무중계·무관중’ 일까지 벌어졌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서 남한을 배제한다는 발언도 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12번의 단거리 발사체와 단거리 미사일도 발사했다.

작년에는 달랐다. 남북관계가 역사적 모습들을 보이면서 진전했다. 2018년 남북 정상이 판문점과 평양에서 만나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을 이끌어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시민을 대상으로 연설까지 했다.

왜 이렇게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것일까. 북한의 속내는 무엇이며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이장희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대표(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북한이 남북 간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북경협과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등을 합의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한 정부가 미국 눈치 보지 말고 남북 정상이 합의한 대로 이행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남북경협과 교류 활성화가 한반도의 분단체제 극복을 통한 평화와 비핵화에 기여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 한국 정부가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경협과 교류 사업에 대해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자주성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독자 제재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한국 정부가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알렸다.

시사저널e는 지난 7일 이 대표와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에서 인터뷰를 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 남측 시설 철거 통지를 했다. 남한에 대한 비판 수위도 높다. 의도가 무엇인가?

북한의 의도는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내용대로 남한 정부가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경협 사업, 각종 교류 협력 등을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제대로 하라는 메시지다.

김정은 위원장은 스위스에서 공부했다. 국제사회를 잘 알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자기 아버지나 할아버지처럼 신화적 카리스마로 북한 국민들을 다스릴 수 없다. 이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국민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국민들을 잘 살게 해야 한다. 북한 경제를 살려야 한다. 이에 김 위원장은 남북경제 협력에 관심이 크다. 그래서 2018년 4월 북한은 노동당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전환했다. 그만큼 김 위원장에게 경제 발전은 중요하다. 그런데도 남한이 작년에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등을 통해 합의한 철도와 도로 연결,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과 각종 교류 활성화에 미국 눈치 보느라 나서지 않는 것에 경고를 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가장 내세운 것이 남북관계 진전시킨 거였는데 남북관계가 지금 후퇴하고 있다.

남북경협은 유엔안보리 제재와 미국의 독자적 제재로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한국 정부가 남북 경협과 교류 활성화를 위해 국제 사회 제재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한국 정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우선 정부가 국내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부터 보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는 국제 사회 제재와 관련이 없다. 대통령 훈령 공포로 개성공단 운용 중단과 금강산 관광 중단의 해제가 가능하다.

개성공단은 박근혜 정부가 2016년 2월 전면 중단했다.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천안함 사태를 이유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역을 모두 중단했고, 개성공단의 신규 투자도 금지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했다.

5.24조치는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의한 행위가 아니었고 대통령의 훈령으로 행한 일방적 조치였다. 이는 훈령으로 해제할 수 있다. 이는 유엔 안보리 제재와 관련 없다. 한국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해제할 수 있는데 이를 하지 않고 있다.

남북경협과 교류 활성화를 위해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나?

4.27판문점선언은 매우 중요한 선언이다. 이 선언은 모든 교류 협력을 자유롭게 하도록 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따라 UN 안보리 대북제재, 미국 단독 대북제재를 피해갈 수 있는 중요한 문건이다. 그런데 이 판문점선언이 국내 법률로 연결이 안 됐다. 국무회의 국무령으로도 할 수 있지만 국회비준동의를 받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판문점선언이 법률적 효력을 가지면 국가보안법 등 남북교류 협력에 저촉되는 모든 법률에 맞설 수 있게 된다. 

국제적 대북제재를 피해가기 위해서는 판문점선언을 UN총회 지지 결의 및 UN헌장 제102조에 근거한 UN사무처 등록으로 국제적 공인을 받아야 한다. 판문점선언의 핵심은 자주와 평화다.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의 평화고 이는 세계 평화로 연결된다. 유엔이 이를 지지 안 하겠는가. 판문점선언 내용이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으면 UN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기구에 원용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유엔 제재 및 미국의 독자적 제재에 맞설 수 있게 된다. 국제적 공인을 받은 판문점선언에 근거한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은 법적으로 국제적 제재를 피해 갈 수 있다.

또 1990년도에 만들어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도 개선해야 한다. 이 법률은 이름과 달리 남북교류협력을 규제하는 쪽에 중심을 두고 있다. 규제 일변도가 아니라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 한 예로 이 법률 제9조는 모든 남북교류협력은 정부의 승인사항으로 두고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정부가 이렇게 꽉 막고 있는데 누가 남북교류협력에 나설 수 있겠는가. 남북교류협력은 정부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바꿔야 교류협력이 활성화된다.

또 이 법률은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단체가 남북교류협력에서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중앙 정부가 못하는 것들을 지자체가 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이는 모두 한국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 눈치를 보느라 하지 않고 있다.

또 남북 철도 협력 사업을 막는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문제도 있다. 그런데 유엔사는 유엔과 관계가 없다. 사실상 미국이 조종하는 기구다.

남북은 판문점선언에 따라 2018년 8월 남측 인원과 열차를 투입해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의 현지 조사를 하려 했으나 유엔군사령부가 군사분계선 통과를 승인하지 않아 무산됐다. 유엔군사령부가 미국이 조종하는 기구라는 것인가?

유엔사는 유엔과 관계가 없다. 사실상 미국이 조종하는 기구다. 유엔사는 유엔으로부터 지원이나 관리를 받지 않는다. 1994년 당시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이 공개답변을 통해 유엔사는 유엔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밝혔다. 유엔사는 유엔에 보고하지 않으며 유엔도 유엔사에 지시하거나 예산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도쿄에서 출범할 때 미국이 유엔과 상의 없이 유엔이라는 이름을 썼다.

미국이 뒤에서 조종하는 유엔사가 남북의 철도 협력을 위한 현지 조사를 막았다. 유엔사의 문제는 또 있다. 한반도에 유사사태가 발생하면 일본의 자위대가 들어올 수 있다. 궁극적으로 유엔사를 해체해야 한다.

한미워킹그룹도 문제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워킹그룹이라는 틀에 갇혀 있다. 여기서 한국은 남북정상 간 선언들의 남북경협과 교류 사업들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한미워킹그룹에서 한국의 누가, 미국의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하나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미워킹그룹을 투명화하고 나아가 해체해야 한다.

이처럼 판문점선언의 자주와 평화를 위한 남북 교류 협력을 막는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를 진정 원하는지 의문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서는 결국 6자회담 등 다자주의 체제로 가야한다. 그래야 미국이 마음대로 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북한도 자신들이 약속한 것과 6자회담에서 정한 규칙들을 지키도록 할 수 있다.

남북경협을 막는 유엔 안보리 등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는 어떻게 하나?

앞서 말한 개성공단 재개는 유엔 제재와 관련이 없지만 유엔 제재와 관련이 있다하면 벌크 캐시(대량 현금)인데 이는 유엔 제재의 목적을 보면 된다.

유엔 안보리 제재의 목적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WMD(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목적으로 둔 것은 제재의 궁극적 목적이 제재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에도 예외가 있다. 인도주의적 목적과 민생에 관한 것은 예외로 두고 있다. 이 부분에 관한 교류 협력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남북 교류사업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역할을 한다.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의 목적과 일치하는 사업으로 제재위원회 승인을 받아 제재 예외 인정이 가능하다.

UN안보리 결의 2397호 등에 따르면 제재위원회가 인도주의 목적이나 결의안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 제재 예외를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 정부는 이처럼 대북 제재 예외조항을 최대한 활용해 남북교류활성화를 통한 대북제제의 궁극적 목적인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단독 제재도 이와 같다. 미국 대북제재강화법 제9228조는 면제가 인도주의 지원에 필요하거나, 민주주의적 한반도 평화적 통일에 기여하는 사업의 경우 대통령이 의회에 통지한 후 30일부터 1년까지 기간을 정해 제재 면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인도주의 사업과 북한 개혁에 도움이 되는 사업은 제재 면제가 가능하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단독 대북제재의 목적과 예외조항을 잘 활용해야 한다.

남북 간 경협과 교류 활성화가 왜 필요한가

남북 간 경제와 교류 협력이 강화되면 이는 정치적, 군사적으로 파급효과가 생긴다. 즉 남북 경협과 교류가 활성화되면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를 돕는다.

개성공단이 활성화되면 여기에 미국과 국제사회가 투자할 수 있다. 이는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길이다.

또 이것은 비핵화로 이어진다. 비핵화의 관건은 북한이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개성공단 등 남북 경협 활성화는 북한 국민들의 경제력을 높이고 동시에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서도 벗어나게 한다. 이는 북한이 자신의 체제에 자신감을 갖게 해 비핵화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비핵화는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완전한 비핵화의 목표는 정화되 비핵화의 속도는 북한에 맞춰야 한다. 현재 미국은 싱가포르 합의인 북미 새 관계 구축에 나서지 않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정상국가로 보고 적대관계를 풀도록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서야한다. 여기서 남북경협이 핵심이다. 

지금 비록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정체돼 있지만 아직 기회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 정부가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남북경협과 교류협력에 자주성을 회복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합의 사안들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동서독은 통일될 때까지 교류협력이 끊이지 않았다. 열쇠는 한국 정부가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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