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웹콘텐츠들까지 피해받을까 우려하는 사용자들···소상공인·독자·플랫폼 보호하는 정책 나와야

전래동화에는 ‘본의 아니게’ 최악의 결말을 맞는 인물들이 있다. 용왕을 위해 토끼의 간을 생포하려던 거북이는 결국 간을 얻을 수 없었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사냥꾼은 모두 놓쳤다. 의도가 선했든, 악했든 결국 그들은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빈손이 됐다. 최근 온라인에서 논란이 된 ‘완전 도서정가제’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완전 도서정가제를 두고 수많은 소문이 돌고 있다. 온라인에는 무료 웹툰이나 웹소설도 유료가 될 것이고, 이제 도서관에서도 책 한 권당 돈을 추가로 지불하고 빌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도서정가제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에 20만명이 모였다. 청원글에는 “도서정가제 이후 출판시장이 나아질거라고 출판사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부정적이기 그지없다”며 “도서 시장은 도서정가제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책 구매율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 반대로 책값은 점점 올라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도서정가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책값이 내려가진 않을 것이다. 출판 업계 한 관계자는 “출판 시장이 침체되면서 책을 찍어내는 것 자체가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또한 책을 양장판으로 찍는 경우가 많아져 도서정가제와 상관없이 책값은 고가로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서정가제를 현행법으로 유지한다고 해서 동네서점에게 호흡기가 달릴까. 이 질문에는 고민을 해보게 된다. 도서정가제는 대형 서점과 상위 온라인 서점이 나눠먹고 있는 도서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과 다르게 독자들은 접근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거나 전자책(E북)을 보는 독자들이 더 많은 셈이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서점에서 10% 할인을 받고 책을 구매하는 독자들이 천지다.

결국 동네 서점을 이용하는 것은 ‘책을 많이 구매하는’ 헤비 독자들일 것이다. 동시에 전자책을 꾸준히 구매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책을 많이 읽는 독자들이다. 이들은 도서정가제의 피해를 피부로 느끼는 수요층이다. 이미 올라간 책값이지만, 개정된 도서정가제로 책값이 더 오르게 된다면 오히려 주 수요층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키지 않을까. 이뿐만 아니다. 책을 자주 구매하지 않는 사용자 층도 도서 가격 일괄 적용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생길 수 있다.

한 전문가는 “2014년 현행 도서정가제로 인해 단행본 시장이 위축됐다. 월평균 가구 독서량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도서가격이 상승되고 할인 플랫폼이 줄어들면서 구매욕구가 떨어졌다”며 “전자책도 마찬가지다. 출판사들이 웹콘텐츠들까지 통제력을 펼치려 하는 것 같다. 현행 도서정가제의 효과가 크게 없다”라며 기자에게 토로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힘들다. 동네 서점도 살리면서 독서 시장을 부흥시키는 법안은 유니콘을 찾기보다 더 어렵다. 그러나 지금의 도서정가제는 한 마리 토끼조차 잡기 힘들다. 단순히 책 할인을 하지 않고 가격을 통일시키는 도서정가제보다, 출판물과 웹콘텐츠 각각 시장에 맞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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