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첫 해외기지 상하이공장에 LG화학 대신 중국 CATL 배터리 탑재
“中, 배터리 보조금 단계적 축소과정서 완성차 업체에 자국 배터리 사용 종용”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배터리업체들에 폭 넓은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점쳐졌던 중국 정부의 배터리 보조금 축소가 또 다른 위험요인을 안긴 분위기다.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 진출하려는 완성차 업체들에 자국 배터리 탑재를 종용하는 움직임이 더욱 심화됐다는 이유에서다.

7일 관련업계와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의 첫 해외기지인 상하이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중국의 CATL 배터리가 탑재된다. 이를 양사가 잠정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식이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해당 공장에 LG화학 배터리가 납품이 거의 확정적인 가운데 전해졌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그동안 파나소닉 배터리를 고수했다. 이들 사이에 균열이 감지된 것은 지난 1월 파나소닉이 자국 완성차업체인 토요타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업체를 설립하기로 하고, 테슬라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해 온 미국 네바다 기가팩토리에 대한 투자를 동결하면서부터다. 이후 앨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공개석상에서 파나소닉을 힐난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복수의 배터리 업체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나소닉이 독점 공급하던 테슬라에 신규 배터리 납품이 가능하다고 판단된 까닭이었다. 특히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 테슬라가 첫 해외생산기지를 짓고 있는 상태였기에 기대감은 더욱 컸다. 그리고 LG화학이 테슬라 상하이공장의 신규 배터리 납품처로 낙점됐다는 소식과 함께 ‘포스트 파나소닉’으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감이 업계 내부에서 팽배해졌다.

이번 테슬라와 CATL 간 배터리공급 잠정합의 소식을 놓고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중국이 완성차업체들을 상대로 자국 내에 시판될 전기차 모델들에 자국 배터리 사용을 종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종용여부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가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국내뿐 아니라 국제시장에서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CATL이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춘 점유율 1위 업체고 기술력 역시 뛰어난 업체임엔 분명하다”면서도 “중국정부가 2021년 전기차 배터리 관련 보조금 전면 폐지를 예고한 상태서 점차 그 규모를 축소하는 추세인데, CATL을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 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가 직접 거래 이면에 개입하는 행보가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의 CATL이다. LG화학과 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빅3’ 업체들은 각각 3위·6위·9위를 차지했다. CATL을 포함한 5개 중국업체가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다만, 단계적으로 배터리 보조금 규모가 축소되면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인데, 유독 CATL 점유율만 확대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배터리 상위 10개 업체들 중 점유율을 확대한 업체는 CATL과 한국의 배터리 3사”라면서 “특히 중국 업체들의 경우 현지 규제변화에 따른 일제 하락세를 기록 중인데, 이와 관계없이 CATL만 나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정부 차원의 폭 넓은 지지를 CATL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중국의 배터리 보조금도 유독 한국 업체들에 상당히 차별적으로 적용돼 왔다”면서 “스포츠로 치면 원정경기만을 치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어서 우리 업체들은 저마다 보조금 축소과정과 관련정책 종료시점에 발맞춰 공급확대를 위한 계획을 세워놓았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정부의 개입이란 또 다른 암초가 부상하게 된 상황인데, 세계 최대 시장인 만큼 원정팀 입장에서 또 다른 대비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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