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준제약 가루약·물약 위주, 시장 1위 고수···연매출 100억원대
한국팜비오, 후발주자지만 알약 오라팡 승부수···6개월 동안 40억원 매출 달성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연간 400억원에 육박하는 대장내시경 하제 시장의 경쟁 가열이 최근 주목 받고 있다. 기존 강자인 태준제약이 인지도와 제품력으로 승부하는 반면, 후발주자인 한국팜비오는 자체 개발한 알약 오라팡으로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병원마다 건강검진자들로 북적이는 등 검진 시즌이 진행 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검진 기간이 끝나는 연말 검진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가능하면 일찍 검진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일반인들은 건강검진 시 대장내시경 검사를 함께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확실한 대장암 진단과 예방법이다. 

하지만 검진자들이 대장내시경 검사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 검사 전 준비 단계가 복잡하고 번거롭기 때문이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전날 밤 금식하고 대장내시경 하제를 복용해야 한다. 특히 구역감을 일으키는 대장내시경 하제의 불쾌한 맛과 불편한 복용법, 설사 때문에 잠을 설치는 경우도 발생한다. 참고로 대장내시경 하제가 정확한 용어다. 일반인들은 장세정제나 장정결제, 장세척제로 부르기도 한다. 

국내 대장내시경 하제 시장은 대략 400억원 규모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시장의 리딩 주자는 태준제약이다. 우리나라에 대장내시경 하제가 처음 들어온 때는 지난 1990년대 초다. 처음 국내 환자들에게 선보인 제제는 가루약이었다. 대부분 PEG(폴리에틸렌글리콜) 성분인 이 품목은 안전성이 확보된 것이 특징이었다. 

한 약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검진 전날 저녁 통에 들어있던 가루약에 물을 넣어 흔든 후 희석시킨 다음 한 시간에 걸쳐 나눠 마시곤 했다”며 “양도 많지만 쓴맛과 짠맛으로 인해 복용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태준제약의 대장내시경 하제 품목은 코리트산, 코리트에프산, 쿨프렙산 등이다. 현재 태준제약은 가루약과 물약을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대장내시경 하제 시장의 리딩주자답게 연매출이 100억원대로 알려졌다. 

지난 1999년 창업, 시장의 후발주자격인 한국팜비오는 2014년 가루약인 자사의 피코라이트산(성분명: 피코설페이트)을 마시는 타입으로 개발한 즉 물약인 ‘피코솔루션’을 시장에 내놓았다. 한국팜비오는 지난 2016년 피코라이트산 오리지널사인 페링에 계약금액과 마일스톤, 로열티를 포함, 425억원에 역으로 기술 수출한 바 있다.

이어 한국팜비오는 올 5월 첫 OSS(Oral Sulfate Solution: 경구용 황산염 액제) 복합 개량신약인 오라팡정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 품목은 국내 대장내시경 하제 중 사실상 유일한 알약이다. 경구용 황산염 액제는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승인한 저용량 장정결제 성분이다. 안전성과 장 정결도가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앞서 한국파마는 인산나트륨 성분의 알약 크리콜론을 출시했었다. 하지만 전해질 불균형에 의해 이상반응이 생길 우려가 있어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지난 2013년부터 검진자에게 약의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안내하도록 권고해 현재는 처방이 적은 상황이다. 

이 품목은 서울대병원과 강북삼성병원, 고려대구로병원, 경희대병원, 전남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한양대구리병원, 서울백병원 총 8개 병원에서 임상 3상을 진행했다.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보건신기술(NET) 인증을 받기도 했다.    

한국팜비오는 오라팡정이 출시 후 6개월 동안 4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오라팡정은 유효성과 안전성, 복약 순응도 등 세 가지 요건을 갖췄으며, 국내 특허 취득은 물론 글로벌 특허도 출원 중이라고 회사는 강조했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장내시경 하제 시장은 10여곳 제약사들이 경쟁하는 구도”라며 “한국팜비오가 지난해 태준제약에서 근무하던 임원급 인사를 영입하는 등 양사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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