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하는 행사에 국토부 장·차관 모두 불참
항공사와 협의 필요한 현안 산적한데···“소통 기회 제발로 걷어찬 격”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에서 열린 제39회 항공의 날 행사는 썰렁했다. 국내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사장이 불참했고, 국토교통부 역시 장관은 물론 차관도 자리하지 않았다.

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생소할 수 있지만, 항공의 날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기념일이다. 1948년 10월 30일, 현재 대한항공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국민항공사(KNA)가 최초로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노선에 취항한 날을 기념해 만들어진 행사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항공의 날 행사는 어느덧 39회를 맞이했을 정도로 나름의 역사도 갖고 있다.

하지만 올해 행사는 기념적인 내용들이 무색할 만큼 허무했다. 주요 업계 관계자를 비롯해 국토부에서도 이번 행사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행사에 참석한 지역구 정치인 입에서 ‘군기’라는 말이 나오고, 참석자들이 이를 의아하게 듣는 것이 아니라 웃으며 화답하는 장면을 보면서 “참석자들의 생각이 비슷하구나”라고 느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1년에 한 번 하는 이 자리는 30여만명의 항공인들을 위한 축제의 자리지만, 소개를 하는데 직책 앞에 다 '부'가 붙었다”며 양대 항공사를 지적했다. 이날 행사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자리하지 않았고, 이수근 대한항공 부사장과 김광석 아시아나항공 부사장이 대신 참석했다.

이보다 아쉬웠던 것은 주무기관인 국토부에서 장·차관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해 항공사들과 국토부 사이에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항공사들이 일본 불매 운동 이후 지원을 요청한 것부터 1년 넘게 이어지는 진에어 제재, 항공 안전 이슈까지 협의해야 할 부분이 산적했다.

행사엔 해당 사안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국적 저비용항공사(LCC)의 사장들이 총출동 했다. 항공사와 국토부가 긴장 관계에 놓여 있는 사안들에 대해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굴러온 기회를 발로 걷어찼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국토교통부에서 교통을 빼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만남의 장이 될 수 있는 자리에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비판했다.

국토부는 공식 홈페이지에 ‘국토교통부의 비전과 목표’라는 목차를 만들고 4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국토부의 4개 목표 중 하나는 ‘글로벌 항공강국 실현’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책임감 있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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