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문가들 “집값 안정 효과 제한적일 것” 전망 우세
인접동 집값 인상·청약광풍·공급위축 우려

국토교통부는 6일 정부세종청사 중회의실에서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강남구 개포동, 송파구 잠실동, 용산구 한남동 등 서울 27개 동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단지 /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6일 정부세종청사 중회의실에서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강남구 개포동, 송파구 잠실동, 용산구 한남동 등 서울 27개 동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단지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서울 시내 27개 동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해 집값 급등세 차단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의 기존 시장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주거정책심의위원회(위원장 김현미 장관, 이하 주정심)가 투기과열지구 중 서울 27개동(강남4구 45개동 중 22개동, 마포구 1개동, 용산구 2개동, 성동구 1개동, 영등포구 1개동)을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지정했다. 집값 급등지 중 하나인 경기도 과천이 제외된 반면 주로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일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서울의 적지 않은 지역에 분양시장 규제가 더해졌다.

6일 직방에 따르면 올해 연말과 2020년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할 아파트는 이날 기준 총 52개 단지의 6만 153호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에서 분양을 앞둔 단지는 11개단지 2만6917호다. 해당지역 주택 사업자 중 지난달 29일 이전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받고 제도 시행이후 6개월이 경과되기 전까지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하는 정비사업지에 한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으므로, 지정지역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는 정비사업장과 건설사는 내년 5월 초까지 분양시기 조율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은 정부의 택지비와 건축비의 적정성 검증을 통한 분양가격을 관리받게 된다. 서울같이 고분양가가 만성화된 지역은 시행사 또는 건설사의 과도한 이윤이 제한됨에 따라 종전보다 분양가가 하락하고 소비자도 내 집 마련에 보다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실시로 적어도 종전보다 10~20%이상 분양가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의 올해 3.3㎡당 평균 분양가는 4935만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해당 지역 분양시장의 매력은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분양가상한제 실시가 기존 주택시장의 가격안정 효과를 이끌어 내기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07년과 달리 전국 시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랩장은 “수요자 입장에선 저렴한 분양가격에 분양을 받을 기회가 생겼지만 전국적 시행이 아닌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상한제를 적용받는 재건축 재개발 사업장은 단기적으로 약보합세를 나타내겠지만 시중의 부동자금이 워낙 많아 재건축 가격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신축과 일반 아파트 역시 강보합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동 단위의 지정은 되레 지정하지 않은 옆동 집값이 상승하는 풍선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재정비사업 추진 속도를 늦춰 공급 부족을 낳고 결국에는 다시 집값 상승을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에 대한 청약 쏠림과 분양시장 과열을 부추겨 로또청약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양 소장은 “청약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한 지정 지역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시 말해 지정 지역은 정부가 유망한 지역으로 꼽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지정지역으로 청약 쏠림이 되는 반면, 지정되지 않는 지역은 공급은 늘어나도 청약자의 외면을 받아 미분양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생활권은 비슷하거나 연담화 된 상태에서 동 단위 규제 시행에 따라 분양가 수준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낳을 소지도 있다.

결국 분양가상한제 동별 핀셋규정 시행으로 인해 시장에서는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지의 사업 속도에 따른 양극화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리처분계획 기인가 단지 중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단지는 가격 강보합세를 유지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단지 또는 초기 사업지들은 대기수요자나 투자자들의 수익성 기대가 낮아지며 거래량과 가격움직임이 제한되는 등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한편 분양가상한제 시행은 부동산 시장 뿐만 아니라 건설업계 미치는 파급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중장기적으로는 산업발전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품질이 낮은 주택이 공급됨에 따라 주택산업의 기술 발전이 저해되거나, 기업의 경제적 활동의 자유와 창의를 제한해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저하로 인한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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