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신용자금 5조원···한 달 새 2000억원 증가
개인투자자, 코스닥에서 제약·바이오주 집중 매수
전문가들 “불확실성 안고 투자하는 경향 나타나”

최근 들어 빚을 내 코스닥 종목 중 제약·바이오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시사저널e

코스닥 시장에서 신용거래 융자금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최근 임상시험 실패 등 ‘바이오 쇼크’를 일으킨 제약·바이오 종목들에 투자가 몰리면서 이 종목에 대한 과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코스닥에서 제약·바이오주들이 개인투자자의 빚 투자를 통해 활기를 이어간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10월말 기준 5조251억원을 기록하며 한 달 사이에 2154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104억원이 늘어났다. 반면 코스피에서 신용거래 융자금은 지난 10월말에 4조170억원을 기록해 코스닥보다 1조원 이상이 적었다. 10월 코스피의 신용거래 융자금은 전달보다 268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고, 전년 같은 기간보다는 8329억원 감소했다. 코스닥에선 빚을 내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난 반면에 코스피에선 줄어든 셈이다. 

코스닥에 빚을 내 투자한 투자자들은 대부분 제약·바이오주를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종목들은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며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지난달 바이오 태풍의 핵이었던 에이치엘비는 21거래일 동안 거래대금이 11조원을 넘어섰다. 이 종목은 9월에 거래대금이 1조원에 불과했다. 에이치엘비는 위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임상 3상 성공 소식에 힘입어 주가가 크게 올랐다. 

에이치엘비 외에 신라젠과 헬릭스미스 등에도 투자자들이 몰렸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10월 개인투자자가 코스닥 종목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이다. 개인들은 이 종목을 97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8~11월까지 증권시장에서 제약 관련 주들의 주가 흐름 추이. / 사진=키움증권HTS

문제는 헬릭스미스가 지난 9월 유전자 치료제 엔젠시스의 임상 3상 실패를 알리면서 9월23일 이후 연일 하한가를 기록한 바 있다는 점이다. 이에 헬릭스미스 주가는 23일 17만1400원에서 9월30일 6만6000원까지 떨어졌다. 9월23일 전에 투자했다면 주가 손실율이 61.49%나 발생한 셈이다. 하지만 10월부터 개인투자자들의 매수가 몰리면서 헬릭스미스는 10월7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했다. 

신라젠에도 개인투자자들이 몰렸다. 신라젠 주가는 지난 8월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 3상 시험이 실패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8월1일 이후 3거래일 동안 하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10월 들어 7일과 23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1만9350원(11월5일 기준)으로 8월 임상시험 실패 소식이 있기 전인 4만원대와 비교해 3만원가량 내려간 상태다.

지난 10월 동안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가 몰린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6개 기업이 제약·바이오 관련주다. 개인투자자의 투자 상위 10개 종목을 보면 헬릭스미스(978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701억원), 케이엠더블유(622억원), 오스템임플란트(464억원), 신라젠(402억원), 파트론(397억원), 메디톡스(341억원), 녹십자웰빙(324억원), 우리넷(290억원), 메지온(283)억원 등이다. 

금융당국은 제약·바이오업계의 임상 소식으로 관련 주식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어 앞으로 신약 개발기업의 임상 진행 경과와 연관된 주가 급등락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7일에도 제약·바이오주와 관련해 ‘묻지마 투자’를 자제하고 과장과 허위 풍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해당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보면 시장이 너무 안일하게 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든다”며 “여전히 연구개발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떠안고 가는 투자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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