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9일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신한 출신 유주선 금융노조 사무총장, 대내외 기반 ‘탄탄’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 위원장, 참신함·실행력 등 강점···대형 은행 지부 지지 확보 ‘관건’

유주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사무총장(사진 왼쪽)과 박홍배 KB국민은행 지부 위원장/사진=신한은행 지부, 국민은행 지부
유주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사무총장(사진 왼쪽)과 박홍배 KB국민은행 지부 위원장/사진=신한은행 지부, 국민은행 지부

10만 금융노동자들의 대표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 위원장이 3년 만의 교체를 앞두고 있다. 허권 현 위원장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임원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차기 위원장 자리를 노리는 후보들이 본격적인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현 집행부 내에서는 유주선 사무총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외부에서는 박홍배 KB국민은행 지부 위원장이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한창규 금융노조 전략기획본부 부위원장도 상반기부터 출마 의사를 밝혀 왔지만 다소 부족한 지지 기반으로 인해 유 사무총장과의 단일화가 점쳐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에 나서는 각 후보들은 후보자 등록 전 각 지부들을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위원장 선거 날짜는 내달 19일로 확정됐으며 후보자 등록은 오는 18일부터 3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금융노조는 금융권 최대 규모의 노동조합이다. 현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제외한 모든 은행 지부가 금융노조에 속해 있으며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주택금융공사 등 공공기관도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소속 지부는 총 37개며 조합원 수는 10만명 규모다. 차기 위원장은 향후 은행연합회장과 은행장들을 상대로 산별교섭을 진행하는 등 10만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게 된다.

금융노조 위원장은 전체 조합원의 직접 선거로 선출되지만 전통적으로 간선제 성격이 짙다. 각 조합원들이 공약 또는 후보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표를 던지기보다 자신이 속한 지부의 집행부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대부분 투표하기 때문이다. 한 은행 지부가 A후보를 지지하기로 했으면 그 은행 조합원의 약 80% 이상이 A후보를 뽑는 형태다.

때문에 위원장 후보자들은 각 지부 집행부를 자신의 지지 기반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조합원 수가 많은 6개 대형 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농협·기업) 지부의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 지난 선거 역시 농협은행 출신 허 위원장이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등 지부의 지지를 받아 선거에서 승리한 바 있다. 허 위원장이 성낙조 부위원장(국민은행), 유주선 사무총장(신한은행)을 러닝메이트로 정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현재 후보들 가운데 유 사무총장이 가장 유력시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유 사무총장은 신한은행 노조 위원장을 6년이나 지냈으며 금융노조 내부에서도 오랜 기간 일했다. 그만큼 각 지부 위원장들과의 친분도 두터우며 금융노조 내 지지 기반도 탄탄한 것으로 전해진다. 위원장 임기 내에 KPI(핵심성과지표) 개선, 저임금 직군 처우 개선 등 굵직한 사안들을 주도하기도 했다.

김진홍 현 신한은행 노조 위원장과의 관계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 2015년 유 사무총장과의 신한은행 노조 위원장 경쟁에서 패배한 인물이기도 하다. 유 사무총장의 경쟁자인 박홍배 위원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도 참석해 다소 의아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신한은행 내부 출신 후보가 출마한 상황에서 타 은행 출신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은 상태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후보 등록까지 10일가량 남은 상황에서 공약집 발간 등 일정을 고려하면 이번주 내에 지지 세력 확보 작업이 완료돼야 한다”며 “오랜 기간 금융노조에서 활동했던 유 사무총장이 다소 앞서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금융노조 조직은 성격 자체가 매우 보수적이라는 점 역시 유 사무총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박홍배 위원장의 가장 큰 강점은 참신함과 투쟁 경험이다. 박 위원장은 국민은행 노조 위원장을 단 한 차례밖에 하지 않아 유 사무총장에 비해 지지 기반은 약하지만 지난 1월 노조 파업을 이끌어낸 실행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그는 국민은행과 협의해 차별적이라는 지적을 받던 여성직 원 유니폼을 없애기도 했다.

또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박 위원장은 국민은행 노조 3대 집행부에 참여한 이후 5대 선거 때 당선과 당선무효, 재출마, 후보자격 빅탈 등 우여곡절 끝에 당선됐다”며 “이러한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위원장이 될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참신함과 세대교체 등의 가치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밖에 한창규 금융노조 전략기획본부 부위원장도 위원장 자리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보증기금 노조위원장 출신인 만큼 타 후보에 비해 지지 세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금융노조 내부 차원에서 유 사무총장과 단일화를 할 수 있다는 추측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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