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수첩]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 연이은 ‘자책골’ 아쉽다
  • 최성근 기자(sgchoi@sisajournal-e.com)
  • 승인 2019.11.0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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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족 기업 특혜 의혹 제기···업무 외적인 문제로 기관장 능력 빛 바래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최근 여러 구설에 시달리고 있다. 수납원 노조 파업, 태풍 상륙 당시 근무지 이탈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최근엔 이 사장의 동생들이 운영하는 회사가 도로공사 가로등 교체 사업의 핵심 부품을 사실상 독점 공급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도로공사는 현재 낡고 오래된 터널·가로등을 스마트 LED 등으로 교체하고 있다. 이 스마트 LED 등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PLC 칩 중 80% 가량을 인스코비라는 회사가 공급하고 있는 데 이 회사 최대 주주인 밀레니엄홀딩스의 대표이사가 이 사장의 둘째 동생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 사장의 다른 동생은 인스코비 이사를 맡고 있다.

현재까지 도로공사에 납품되는 인스코비의 칩 규모는 매년 5만개 정도인데 도로공사가 관련 사업을 확장하면서 앞으로 수십만 개의 인스코비 칩이 추가로 납품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인스코비는 2016년 매출 146억원, 영업손실 43억원을 냈지만 지난해엔 매출 293억원, 영업이익 2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매출 316억원, 영업이익은 60억원에 이르렀다. 공교롭게도 2017년 11월 이 사장 취임 이후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당장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해 충돌 문제가 제기됐다. 

다만 도로공사 측은 해당 사업은 이 사장 취임 이전부터 진행돼 왔으며 2018년 사업을 전면 확대했지만 이 사장은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본사 법무팀에 법률 자문 결과 이해충돌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도 했다.

이번 논란은 현재로선 의혹 제기 수준으로 이 사장이 공직자윤리법을 어겼다는 명백한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도 뚜렷한 위법 행위가 없었다면 이 사장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론의 주목을 받는 공기업 기관장이 빈번하게 논란의 중심에 서는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 사장은 지난 9월 태풍 ‘미탁’ 상륙 당시 대비를 위해 국감장을 떠나도록 허락받았지만 이후 본사 상황실에 가지 않고 귀가해 구설에 올랐다. 또 최근 국정감사에선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의 친분으로 친여권 인사가 운영하는 김치 사업 확장을 위해 도로공사 관내 휴게소에 압력을 넣었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을 이끄는 수장은 업무 능력과 함께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래서 임명 절차도 까다롭다. 임원추천위원회의 복수 인사 추천, 운영위원회 심의·의결, 주무장관의 제청, 대통령의 임명 등을 거쳐야 한다. 무게감 있는 자리이며 신중한 처신이 요구된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이 사장은 취임 이후 무난한 경영능력을 보여왔다. 도로공사는 올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8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양호(B)등급을 받았다. 한 기업 평가사이트가 지난해 기준 국내 35개 공기업 대상으로 진행한 경영 데이터 평가에선 종합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사장의 능력이 가족과 개인 처신 등 기관장 업무 외적인 문제로 빛이 바래는 것 같아 아쉽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쓰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조금이라도 남의 의심을 사지 않도록 매사에 조심하라는 뜻이다. 이 사장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최성근 기자
정책사회부
최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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