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한 달새 금융전문가 2명 영입···나스닥 상장 포석 관측
만성적자 시달리고 있지만 손정의 펀드에 기대기도 힘든 상황
나스닥 상장으로 자금수혈, 기업가치 상승 두마리 토끼 잡을 수 있어

/그래픽=이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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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영업의 타개책으로 IPO(기업공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커머스 업계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적자 탈출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쿠팡이 온라인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위태한 선두’의 자리에 있다면서 향후 치열한 선두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현재의 상황 반전시키고 향후 인수·합병(M&A)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IPO를 출구전략으로 삼을수도 있다고 말한다.

쿠팡은 지난달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금융 전문가인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이사를 새 이사회 멤버로 영입한데 이어, 지난 1일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인재 영입을 발표했다. 글로벌 재무 전문가로 알려진 마이클 파커를 최고 회계책임자(CAO)로 영입한 것이다. 그는 쿠팡에 합류하기 전 나이키의 외부 회계감사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보고를 담당했다. 월마트에서는 시니어 디렉터로서 글로벌 회계‧정책을 담당하기도 했다.

쿠팡의 잇단 미국 재무전문가 영입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나스닥 상장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는 쿠팡이 최근 지속되고 있는 영업적자와 관련이 깊다. 영업적자가 계속되다보면 기업이 판매, 관리 등 부분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즉, 쿠팡이 안정적인 자금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높이 쌓은 시장점유율은 겉만 화려한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쿠팡이 산소호흡기 역할을 했던 일명 ‘손정의 비전펀드’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비전펀드들이 투자한 차량공유업체 우버와 인도 호텔체인인 오요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사무실공유업체 위워크는 상장이 무기한 연기되는 굴욕을 맛봤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했더라도 그의 입지가 좁아진 현재, 쿠팡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수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쿠팡의 만성적자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받는다. 쿠팡은 대부분의 상품을 경쟁사보다 싸게 파는 영업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신세계 SSG닷컴의 참전 등으로 출혈경쟁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제 쿠팡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매출이 2017년 2조6846억원에서 지난해 4조4228억원으로 165% 증가하는 동안 매출원가는 169% 늘었고, 광고선전비는 538억원에서 1548억원으로 28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결국 쿠팡이 IPO를 일종의 출구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나스닥 상장이 성공하면 자금수혈은 물론 현재 덩달아 불거져 나오고 있는 M&A에서도 상당히 유리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나스닥 상장만 되면 쿠팡의 기업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뛸 것으로 예상한다. 여러모로 쿠팡에게 도움되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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