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 인수 후 첫 조직 개편···4개 본부 책임경영 체제에 외부 인사 수혈
1인당 순익 업계 최하위···고용 안정 조건 등으로 구조조정 난항 예상

롯데카드/사진=연합뉴스
롯데카드/사진=연합뉴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로 인수된 롯데카드가 본격적인 체질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업계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실적을 향상 시키기 위해 대규모 조직 개편과 외부 전문가 영입을 단행했다.

이번에 영입된 외부 인사들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보험)나 애큐온저축은행(옛 HK저축은행) 등 과거 MBK파트너스의 소유 회사에서 그 역량을 인정받은 만큼 롯데카드의 실적 개선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경쟁사에 비해 임직원의 수가 과도하게 많은 상황임에도 쉽게 구조조정을 할 수 없다는 것은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 4개 본부 책임경영 체제 마련…박익진 부사장·구영우 부사장, MBK파트너스와 성공 경험

지난 1일 롯데카드는 조직 개편을 통해 ▲경영전략본부 ▲마케팅디지털본부 ▲금융채권본부 ▲영업본부 등 총 4개 본부 책임경영 체제를 마련했다.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첫 조직개편인만큼 영업본부를 제외한 나머지 3개 본부에 파격적으로 외부 인사 3명을 영입했다.

지난 상반기 기준 롯데카드의 당기순이익은 47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552억원) 대비 13.41%나 감소했다. 국내 8개 카드사 중 하나카드(337억원) 다음으로 낮은 실적이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총자산이익률도 0.4%로 업계 최하위 수준이다. 1위 비씨카드(2.4%)에 비해서는 2.0%포인트나 낮으며 7위 우리카드(0.79%)와도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 새로운 체제에서 빠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에 새롭게 영입된 인사로는 석동일 전 삼성카드 고객서비스 대표와 박익진 전 오렌지라이프 마케팅 최고책임 부사장, 구영우 전 한국리테일투자운용 대표이사가 있다. 이들은 모두 부사장으로 각각 경영전략본부, 마케팅디지털본부, 금융채권본부를 이끌 예정이다.

이 중 박 부사장과 구 부사장은 과거 MBK파트너스 소유 회사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박 부사장은 맥킨지코리아와 씨티은행, 현대카드 등을 거쳐 지난 2014년 오렌지라이프 마케팅본부 총괄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오렌지라이프는 MBK파트너스가 소유하고 있었다.

오렌지라이프는 MBK파트너스의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1조8400억원을 투입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후 경영 개선에 성공해 지난해 지분 59.15%를 2조2989억원에 매각했다. 2017년 상장 후 매각한 금액까지 계산해보면 총 4조원가량의 금액을 챙겼다.

박 부사장도 경영진의 일원으로서 20억~30억원대 스톡옵션 수익을 거둔 바 있다. 박 부사장은 향후 마케팅 예산이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사업을 효율화하는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기준 롯데카드의 판매촉진비는 164억91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404억2600만원)에 비해 56.21%나 급감했다.

구 부사장은 애큐온저축은행에서 MBK파트너스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한일리스에서 처음으로 금융 업무를 시작했으며 기획·자금·심사·영업 등 거의 모든 분야를 거친 것으로 전해진다. 애큐온저축은행 부행장 당시 포트폴리오 다변화, 리스크 관리 정책 수립 등으로 수익성과 건전성을 향상시켜 MBK파트너스의 애큐온저축은행 매각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구 부사장은 한국리테일투자운용 대표로서 홈플러스 리츠를 관리하기도 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 소유 기업으로 있다.

그밖에 석 부사장은 삼성카드의 재무기획팀장과 자금팀장, 신용관리담당 상무를 지내는 등 삼성카드의 살림살이를 전반적으로 책임진 경험이 있다.

자료=각 사/표=이다인 디자이너
자료=각 사/표=이다인 디자이너

◇1인상 순익 2800만원 수준…최하위인데도 구조조정은 어려워

뛰어난 외부 인력 수혈에도 롯데카드 체질 개선에는 큰 문제점이 남아 있다. 업계 최하위 수준의 생산성과 구조조정의 어려움이 그것이다.

지난 상반기 기준 롯데카드의 직원수는 1684명이다. 이는 순이익이 1461억원을 거둔 국민카드(1578명)보다 많은 숫자다. 롯데카드와 순익이 비슷한 우리카드(665억원), 하나카드(337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많은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의 직원수는 각각 831명, 783명이다.

1인당 순익은 280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업계 평균 7400만원의 37.8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두 번째로 낮은 하나카드(4300만원)와도 150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 급여당 순익 역시 0.92배로 하나카드(0.9배)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높은 레버리지 비율 때문에 공격적인 영업도 어려운 상황이다. 레버리지 비율은 총자산을 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카드사는 그 수치를 6배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롯데카드의 레버리지비율은 5.34배로 우리카드(5.48배)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생산성 개선을 위해서는 일부 구조조정이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인수에 따른 고용 안정 협약으로 구조조정도 쉽지 않다. 전국금융서비스노동조합 롯데카드 지부는 고용 안정 조건 내용 공개, 고용 안정 합의서 작성 등으로 인수 전부터 사측과 강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노하우와 역량을 생각하면 롯데카드의 경영 개선과 기업 가치 증대가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구조조정 정책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효과가 다소 적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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