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잠재성장률 등 각종 통계 지표의 韓 경제 부정적 전망 잇따라···부실사업 정리하고 채용 규모 및 방식 변화하는 기업들 움직임 속속 감지

한 구직자가 채용정보 게시판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 구직자가 채용정보 게시판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낙관론과 달리 경제학자 및 기업들은 대체로 경기 침체 상황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하나 둘 월동 준비에 들어갈 준비를 꾀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고용 축소 및 사업구조 재편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72%다. 2017년 3.12%에서 0.4%가량 떨어졌는데 36개 회원국 중 아일랜드, 터키 다음으로 하락폭이 크다. 미국과 일본은 오히려 잠재성장률이 올라갔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보유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물가를 상승시키지 않고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말한다. 잠재성장률이 크게 떨어지면 금리 인하나 재정 투입 등을 통해 경기를 다시 일으키기가 상당히 힘들어진다. 더 쉽게 표현하면 돈을 쏟아부어도 경기가 다시 살아나기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OECD 통계가 아니더라도 현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전망을 통해 확인됐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의 올해 및 내년 경제성장률을 2.0%, 2.2%로 전망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멜릴린치도 올해와 내년 각각 1.8%, 1.6%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국가미래연구원 역시 한국이 올해 1.87%, 내년 1.78%로 2년 연속 1%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해 충격을 던졌다. 2년 연속 1%대 성장은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일이다.

물론 수치가 모든 경제 상황을 설명해 주진 않는다. 또 수치 맞추기에 치중하는 경제정책은 부작용을 동반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느끼는 경기 상황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한 재계 인사는 “현 경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다른 곳들도 다들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같이 부정적 전망이 예상되고 체감경기도 좋지 않자 기업들도 하나 둘 장기 침체에 대비한 월동 준비에 들어가고 있다. 우선 고용과 관련해 심상찮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장은 “기업들의 대졸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했을 때 고용을 늘리겠다는 답은 17.5%밖에 안 됐다. 올해 경기가 어렵다는 방증인데 앞으로의 경제 전망도 좋지 않다 보니 기업들이 채용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대규모 공채보다는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는 수시 채용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 채용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인데, 실제로 현대차나 SK 등 대기업들이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부실하거나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 사업부문에 대해 발 빠른 정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계속해서 영업손실을 내는 부문을 단순히 희망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끌고 갈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화와 두산이 최근 면세점 사업에서 발을 뺀 것이 그 예로 꼽힌다.

항공사들도 수익성이 크게 나지 않음에도 그동안 이끌고 가던 부문들에 대해 정리에 들어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화물서비스를 일부 중단했고 LCC(저비용항공사)들은 부실한 노선을 차례로 없애는 수순에 들어갔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체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분위기인데 우선 내년도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항공기 도입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채용도 함께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 확보 움직임도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역설적으로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기업들의 인수합병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 중 하나가 바로 금융위기 때”라며 “현금을 확보한 기업들이 부실한 기업들을 인수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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