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단위기간 6개월로 확대’ 개정안에 여러 예외 둬
노동계 “교섭력 약한 사업장 임금 보전 등 불리”···보완 대책 논의 진전 없어

사진은 지난 7월 18일 환경노동위 고용노동소위의 유연 근로제 관련 노사의견 청취 간담회 모습이다. /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7월 18일 환경노동위 고용노동소위의 유연 근로제 관련 노사의견 청취 간담회 모습이다. / 사진=연합뉴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안의 보완대책으로 거론됐던 근로자대표 선출 규정 마련과 임금 감소에 대한 보전 방안 등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진전 없이 공전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여야의 입장이 다르다.

내년 1월부터 근로자 50인 이상 299인 이하 기업까지 확대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된다. 여야는 그 전에 기업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데 입장이 같다.

다만 그 방법을 놓고 이견이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합의한 대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한국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늘리고, 선택·재량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특별연장근로 적용기준 완화 등을 주장하면 맞서고 있다. 

바른미래당 환노위 간사 김동철 의원도 지난달 30일 1개월 이내 일정한 기간으로 정해진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8주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개정안이 오남용 등 부작용 방지책에 대한 보완 없이 처리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서는 이를 보완할 논의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노동계가 보완대책을 주장하는 데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로 실질 임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난 만큼 연장근로에 대한 임금 가산 (할증) 부분에서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에는 일주일 노동시간 52시간까지 임금 할증을 적용받지 못한다.

현재 대안으로 거론된 경사노위 합의문과 한정애 민주당 의원의 관련 개정안은 노동자들의 임금 손실을 막기 위해 ‘사용자는 임금저하 방지를 위한 보전수당, 할증 등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해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하지 않은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개정안과 합의문에는 ‘다만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로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한 경우에는 신고의무를 면제한다’고 했다. 이는 노동자의 교섭력이 약한 영세사업장과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경사노위 합의문과 관련 개정안에는 임금보전 방안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도 없다.

또 경사노위 합의문과 한정애 의원안은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했으나 ‘불가피한 경우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이에 따른다’고 했다. 이 역시 노조가 없거나 교섭력이 약한 사업장 노동자에게 불리하다.

이러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따른 오남용을 막기 위해 국회는 지난 3월 근로자대표 선출절차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을 검토하기로 했었다.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 의무의 법적 실효성을 확보하고, 노조가 없거나 교섭력이 약한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결정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그러나 8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국회는 근로자대표 선출절차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에 대한 논의가 진전이 없는 상태다. 국회 환노위 관계자는 4일 “근로자대표 선출 절차에 대한 법적 근거 논의는 아직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환노위 국감에서 김동철 의원이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에게 경사노위 차원에서의 근로자대표 선출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등 제도 개선안 논의를 제안했었다. 하지만 4일 현재까지도 경사노위는 근로자대표 선출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논의가 계획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자 대표 선출 절차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은 여야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관련 입법 과정에서 부대 합의로 언제까지 논의하겠다고 명확히 해야 한다”며 “또한 행정조치로 임금 보전 방안에 대한 가이드라인 정도는 나와야 한다. 다만 행정조치는 정부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세계 최장시간 노동국가의 오명을 벗고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날 것을 기대한 노동자들의 염원은 자본의 요구를 받아들인 정부와 국회 때문에 또다시 날려 버리게 됐다”며 환노위가 탄력근로제 관련 개정안을 심의하는 경우 즉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경총 관계자는 “경직된 근로시간제에 따른 산업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비롯한 유연근무제 개선 입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경사노위 합의대로 입법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정산기간 최소 6개월로 확대해야 한다. 재량 근로시간제 등 다양한 유연근무제도들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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