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가율 2015년보다 20%p 이상 하락
연이은 전세가율 하락은 정부의 집값잡기 실패 해석도

서울 전세가율이 2015년 정점을 찍고 4년째 꾸준히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전세가율이 2015년 정점을 찍고 4년째 꾸준히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전세가율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 이래로 최저치다. 그러나 전세가격은 하락하지 않고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의 상대적 비율을 매기는 것이어서, 이번 전세가율 하락은 전세가격보다 매매가가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전세가율 하락을 정부가 집값을 못 잡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4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전국의 입주 1년차 아파트 전세가율은 56.84%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77.63%에 견주어보면 20%p 이상 하락한 수준이고, 전국 전세가율인 65.8%과 비교해 봐도 10%p 가량 낮은 수준이다. 특히 강남구는 49.7%, 강동구는 47.1%로 전세가율이 50% 미만이다. 이는 2013년 61.43%였던 때 이후로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세가율이 가장 높았던 2015년에는 매매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고 평가받는 서초구 반포동 일대 아파트도 갭투자를 하는 수요가 많았다. 전세가율이 높은 만큼 초기 투자금이 낮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보면 2015년 9월 당시 반포역 인근의 잠원 동아아파트 전용 59㎡의 경우 7억4000만 원에 실거래 됐는데, 같은 시기 동일평형 전세가격은 5억8000만 원이었다. 즉 갭투자를 하면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반포의 아파트를 1억6000만 원으로 한 채 소유할 수 있던 시기였다. 현재는 동일평형 매매가격이 17억5000만 원에 전세가격은 6억5000만 원이니 갭투자를 하려고 해도 최소 11억 원이 필요하다. 전세가율은 과거에 비해 낮아졌지만 전세가격은 5억8000만 원에서 6억5000만 원으로 12% 올랐고, 같은 기간 매매가격은 136% 급등했다. 불과 4년 만에 투자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갭투자자가 시장에서 종적을 감춘 것은 긍정적이나 일각에서는 이를 정책 실패로 해석하기도 한다. 통상 전세가율이 꾸준히 하락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면 전세가격이 오르거나 매매가격이 하락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며 전세가율 반등 신호를 보인다. 그러나 전세가율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현 시장에서 전세가율은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세가율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의 상대적 비율이기 때문에, 이번 전세가율 하락은 전세가격보다 매매가가 같은 기간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난 이유는 수도권에서 최근 4년간 연평균 38만 가구의 신규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전셋값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고 매매가격은 급속도로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새 아파트 공급이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신축 아파트 몸값이 치솟았다.

한편 지방 5대광역시의 전세가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5대광역시 역시 2013~2016년 70%대 초반으로 높은 전세가율을 유지했지만 최근 집값이 오르면서 올해는 62.81%까지 전세가율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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