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네이버페이 앞세워 후발주자로 진입한
카카오와 더불어 거대 플랫폼 업체 금융 시장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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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포털 업계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금융시장에서 본격적인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네이버파이낸셜이 1일 출범했다. 국내 포털 업계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금융시장에서 본격적인 맞대결을 시작하게 됐다.

카카오는 이미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등을 통해 디지털금융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는 자본력과 거대 플랫폼 이용자를 바탕으로 금융 플랫폼 사업 채비를 본격화했다.

◇네이버파이낸셜, 네이버페이 앞세워 결제시장 겨냥

네이버는 이날 사내독립기업(CIC)인 네이버페이를 네이버파이낸셜로 분사해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네이버 전략적 파트너사인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파이낸셜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모바일 결제 플랫폼 중 국내 최대 이용자를 보유한 네이버페이를 기반으로 온라인 금융 플랫폼 사업에 본격적 뛰어들겠단 목표를 내걸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 CIC가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두번째 사례다. 앞서 네이버는 CIC 조직이던 네이버웹툰을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바 있다.

최인혁 대표는 “네이버파이낸셜은 은행업을 하지 않고 커머스 플랫폼 기반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기존 인터넷은행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닌 네이버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결제, 대출, 보험 등으로 신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당장 내년 ‘네이버 통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 통장은 금융사와 협업해 증권사 수시입출금식 자산관리계좌(CMA) 통장과 같은 형태로 나올 전망이다. 이를 통해 금융사업 확장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네이버는 또 일반 이용자들도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주식, 보험 등 일반 금융상품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 강점은 그 기반이 되는 네이버페이다.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페이는 네이버쇼핑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바탕으로 월 사용자 수 1000만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페이의 올해 3분기 결제액은 벌써 4조원을 돌파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가 갖고 있는 결제 서비스 강점을 활용해 쇼핑 결제와 밀접하게 연계된 ‘후불 결제’ 서비스도 고려하고 있다.

네이버는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도 주목한다. 최 대표는 “지난 9월 출시한 테이블주문이 사업자의 호응이 좋고 포스(POS) 사업자와의 협력으로 빠르게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며 ”이용자에게 편리한 주문을, 사업자에겐 효율적 접수 기능을 제공해 널리 확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테이블주문은 음식점, 카페 등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업종이라면 어디서나 고객이 직접 테이블 위에 부착된 QR코드를 모바일로 스캔해, 주문하고 네이버페이로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원스톱 주문 방식을 말한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페이는 온라인 가맹점 30만개, 오프라인 가맹점 10만개, 월 결제자 1000만명 등 국내 최고의 결제 핀테크”라며 “네이버 쇼핑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통해 결제액에서도 국내 결제 핀테크 중 압도적 1위”라고 평가했다.

◇한발 앞서 금융시장 진출한 카카오, 금융권 ‘메기’ 넘어 ‘공룡’ 노린다

최근 금융시장 진출에 나선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이미 금융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는 금융업 라인선스 취득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2017년 인터넷뱅크인 카카오뱅크를 출범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직후부터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하며, 수많은 시중은행들을 긴장시켰다. 특히 깔끔한 디자인과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등을 활용한 마케팅전략으로 단기간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카카오뱅크는 서비스 개시 5일 만에 고객 100만명을 확보했으며, 6개월 만인 지난해 1월 500만 계좌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출범 2년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는 영업실적 면에서도 6분기만인 지난 1분기 흑자(당기순이익 66억원)를 기록한데 이어 2분기에도 흑자(30억원)를 기록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역시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의 연계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를 처음 출시한 2014년 5만명이던 누적 가입자 수는 지난 8월 3000만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아울러 올 상반기 카카오페이를 이용한 거래액은 약 22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자체 서비스 개발과 더불어 중소 규모 금융사나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금융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혀 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보험 판매 계획도 밝혔다. 사용자가 각 보험사를 찾아 상품 비교를 해야 했던 불편함을 개선해 필요할 때, 필요한 보장만 취해 가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 7월에는 인슈어테크 플랫폼 스타트업 ‘인바이유’를 인수하며 보험업 진출을 위한 포석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삼성화재와 함께 미니보험상품을 개발하며 보험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상태다.

아울러 카카오페이의 경우, 그동안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았던 건당 400~500원의 이체수수료가 은행권 오픈뱅킹 시행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절감되는 점도 호재다. 이를 통해 적자폭을 줄이고 시장 확대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와 뱅크를 중심으로 핀테크 산업에서도 가장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이라며 “이용 빈도가 높은 송금, 결제 등 서비스로 시작해 보험과 투자 등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까지 확장한다는 큰 그림이 완성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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