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vs이병철’로 대표되는 라이벌 관계···‘삼성車’ 설립 후 더욱 멀어져
현대차-삼성전자 협업 가능성 타진···“삼성SDI 배터리 공급도 충분히 가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친환경차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장선점을 위해 연구개발(R&D) 단계부터 공을 들여온 수소차를 비롯해 전기차 라인업도 속속 확대되는 추세다. 당장 추진 가능한 전기차를 시작으로 점차 수소차의 판매비중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내년 상반기 ‘G80’ 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신형 G80의 경우 제네시스 라인업 최초로 전기차 모델이 라인업에 포함됐다. 전기차 모델은 내년 하반기 선보여질 것으로 여겨지는데, 현대차 최초의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로 등극할 전망이다.

해당 모델의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 제품이 적용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후, 업계에서는 상당히 흥미롭게 받아들였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출발점이 현대차라는 점에서, ‘이번에도’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될 것이란 전망이 짙었기 때문이다. 사실 앞서 현대차는 자사 전기차에 LG화학 배터리를,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고수해 온 것이 사실이다.

당시 현대차는 “각 차종별로 경쟁 입찰을 진행할 뿐, 관행에 따라 배터리 업체를 선정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해명 후 또 다른 관점이 제기됐다. 배터리 점유율 국내 2위, 글로벌 6위의 삼성SDI를 기피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는 두 그룹의 오랜 관계에서 추측하는 경우가 많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2001년 정주영 창업주의 사망과 함께 현대그룹의 계열 분리가 시작됐는데, 범(凡)현대 계열 중 가장 성장한 업체가 현대차그룹 아니겠느냐”면서 “현대그룹이 과거와 같은 위용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오너가 내부에서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중심인 까닭에 ‘정주영의 현대’ 적통을 ‘정몽구의 현대차’가 잇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시사했다.

현대차가 삼성SDI와 다소 거리를 두는 것 역시 이 같은 두 그룹 간 오랜 라이벌 의식을 바탕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실제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은 20세기 국내 재계의 왕좌를 놓고 오랜 기간 경쟁하고 겨뤘다. 두 그룹의 창업주를 주인공으로 놓은 서적들이 인기를 끌 정도였으며, 정주영·이병철 창업주는 대한민국 경제사의 거목이자 영원한 라이벌로 평가돼 왔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실었다. 그는 “특히 라이벌 관계였던 두 그룹이 겹치지 않았던 분야가 바로 자동차인데, 과거 삼성그룹이 완성차 시장진출을 타진했던 시점부터 갈등이 더욱 깊어졌다”고 부연했다. 삼성은 1995년 삼성자동차를 설립하고, 일본 닛산과의 기술제휴를 바탕으로 1998년 SM5를 출시했다. 이후 IMF 여파로 1999년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르노그룹에 매각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삼성 견제는 자동차사업을 접은 뒤에도 계속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을 확대했음에도 제휴 또는 협업에 거리를 둬 왔다. 다만 최근 양 사의 기술적 노하우를 접목시킬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 탐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거리감을 유지했던 기조에도 속속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팽창을 앞두고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배터리 제조사가 한정된 만큼, 각 완성차 브랜드들은 이들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거나 우호적인 관계십을 바탕으로 복수의 공급선을 확보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면서 “현대차 역시 전기차 생산 확대에 발맞춰 현재(2곳)보다 많은 거래선이 요구되는 시점이기에 삼성SDI와의 거래 역시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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