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너도나도 경품 제공 주력···오픈뱅킹 특화 서비스는 ‘미비’
일부 은행, 지점별·직원별 실적에 오픈뱅킹 지표 도입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오픈뱅킹 시범 서비스가 지난달 30일 시작되면서 은행들의 고객 유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픈뱅킹을 이용하면 단 하나의 은행 애플리케이션으로 모든 은행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은행, 저 은행을 이용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앱을 깔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주도한 핀테크 혁신 사례다.  

그러나 오픈뱅킹 출범 후 나타나는 은행 간 경쟁에서 혁신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경품 이벤트와 영업점 실적 압박이 경쟁 수단으로 떠오르며 혁신의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혁신 서비스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인 영업 방식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오픈뱅킹 서비스 시작 후 앞다퉈 자사 애플리케이션 충성 고객을 확보하려는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일부 은행은 오픈뱅킹 서비스에 걸맞는 특화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지만 대다수 은행은 경품을 내걸어 경품 경쟁이 과열 양상마저 보인다.

국민은행은 ‘열린다 KB! 오픈뱅킹’ 이벤트를 통해 'KB스타뱅킹'과 '리브(Liiv)' 앱에서 타행 계좌를 등록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총 400명을 추첨해 ‘삼성 갤럭시노트 10(350개)’과 ‘삼성 갤럭시 폴드(50개)’를 경품으로 지급한다.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에서 보유 중인 입출식 계좌를 ‘우리WON뱅킹’에 등록한 고객을 대상으로 선착순 2만명에게 GS쿠폰을 지급하며 추가로 추첨을 통해 다이슨 드라이기, 에어팟, 백화점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플랫폼 ‘쏠(SOL)’에서 오픈뱅킹에 신규 가입하고 ‘MY자산 서비스’에 은행·카드·보험 등의 자산을 추가하거나 오픈뱅킹을 통해 이체 거래를 한 고객에게 최대 500만원의 오픈캐시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오픈캐시는 즉시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도 ‘하나원큐’ 앱에서 오픈뱅킹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100만 하나머니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펼친다. NH농협은행도 자사 모바일 앱의 오픈뱅킹에서 타행 계좌를 등록한 고객 4300여 명에게 현금 300만원, LG 노트북, 맥북 에어, 갤럭시 폴드 등의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내걸었다.

일부 은행은 오픈뱅킹에 특화된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최대 5개 은행의 입출금 계좌에서 국민은행 입출금 계좌로 자금을 한번에 끌어올 수 있는 ‘잔액 모으기’ 서비스와 타행 계좌에서 자금을 가져다 국민은행 상품에 바로 가입할 수 있는 ‘원스톱 상품 가입’ 서비스 등을 출시했다. 신한은행 역시 오픈뱅킹 시행에 앞서 통합자산관리 서비스인 ‘MY자산’을 오픈했다.

그러나 여타 은행들은 아직 서비스 출시 계획만 세우고 있을 뿐 대체로 시중은행 전반이 서비스 경쟁보다는 경품 경쟁에 치우치는 모양새다. 혁신성과는 거리가 먼 영업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도입 초기 단계라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는 중”이라면서 “지금은 경품 경쟁에 치우친 면이 있지만 추후 오픈뱅킹 관련 서비스도 활발하게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모바일 앱 화면. 타행 계좌 등록 과정에서 권유직원 선택란이 있다./사진=앱 화면 캡쳐
한 시중은행 모바일 앱 화면. 타행 계좌 등록 과정에서 권유직원 선택란이 있다./사진=앱 화면 캡쳐

오픈뱅킹은 영업점 직원에게 새로운 실적 압박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일부 은행은 오픈뱅킹 서비스를 통해 타행 계좌를 등록할 때 권유 직원 추천 코드를 입력하도록 했다. 새로운 실적 기준으로 작용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29)는 “분기별 또는 월별로 지점별 등수를 매기는 지표에 오픈뱅킹이 새롭게 추가돼 실적 경쟁 요소가 하나 더 늘어났다”며 “개인별 지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돼 직원 간 경쟁도 심해지고 지점에서도 실적 경쟁 때문에 직원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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