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하이퍼커넥트 등 경력 채용 시장 열고 기술 인재 뽑아···“벤처투자 증가하며 채용 여윳돈 생겨”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스타트업들이 경력자 채용을 나날이 늘려가고 있다. 자체 연구 조직을 확대하면서 신입 채용 외에도 경력직 채용을 대폭 확대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시리즈A 이상(10억원)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이 많아지다 보니 경력직 채용에도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리멤버에 따르면 리멤버커리어를 통해 40만명이 넘는 지원자가 이직과 취업을 위해 프로필을 등록했다. 리멤버커리어는 프로필만 등록하면 기업 인사 담당자나 헤드헌터로부터 맞춤형 채용 제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직무별로 보면 제안을 받은 전체 인원 중 8.5%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마케팅/광고 직군(7.6%), 자산운용(5.6%), 재무회계(5.4%), 전략기획(5.2%) 직군 순으로 기업들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많이 받았다. 경력 연차로 보면 5~9년 차(34.2%)에게 제안이 가장 많이 갔다.

리멤버 관계자는 “IT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개발 직군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채용 공고만으로는 우수한 개발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리멤버커리어를 통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경력자를 채용 중”이라며 “전반적으로 기업이 채용하는 인재의 수가 늘어나는 추세는 아니지만, 우수한 인재를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핀테크·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신기술 사업을 확대하는 스타트업들이 특히 공격적으로 채용을 늘리고 있다. 경력자를 위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제공, 연봉 인상 등 보상 경쟁도 치열하다.

모바일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달 31일 경력 입사자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제공하겠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토스는 경력 입사자에게 전 회사 연봉의 1.5배를 제안하고, 입사 후 첫 달에 전 회사 연봉에 준하는 금액을 보너스로 지급할 방침이다. 스톡옵션을 원하는 입사자는 사이닝 보너스 대신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해외에서 영상 소셜 앱 ‘아자르’로 인기를 얻고 있는 영상기술 기업 하이퍼커넥트도 사내 AI 연구 조직을 통합해 AI랩으로 승격시켰다. 온디바이스 AI 연구 분야 확장과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공격적인 채용을 통해 AI 조직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업계에서는 벤처투자액 증가가 채용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사상 최대인 3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올 1~8월 벤처투자액 2조7944억원, 벤처펀드 결성액은 2조1840억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리즈A, 시리즈B 등 10억, 100억원대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기술이나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경력 인재들을 채용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국내 벤처펀드 외에 해외 자금이 흘러온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스타트업에게는 투자금이 자본금이기 때문에 이를 채용 여윳돈으로 활용해 경력자들을 뽑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스타트업 특성상 바로 일에 투입되고 다양한 부서에 합류할 수 있는 사원들이 필요하다. 스타트업들은 꾸준히 경력자들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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