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말 랩어카운트 자산 120조원 돌파···6월말보다 2조원 증가
DLF 사태로 분산 투자 중요성 부각
투자 성향 맞춰 주식·채권·펀드 등에 나눠 투자

금융권에 파생상품 원금 손실 사태가 터지자 분산투자 중요성이 부각되며 투자자금이 랩어카운트(wrap account)로 몰리고 있다. / 그래프=조현경 디자이너
금융권에 파생상품 원금 손실 사태가 터지자 분산투자 중요성이 부각되며 투자자금이 랩어카운트(wrap account)로 몰리고 있다. / 그래프=조현경 디자이너

증권사 랩어카운트(wrap account·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에 돈이 몰리고 있다. 국내외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계속 낮추면서 예·적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알아서 굴려주는 랩어카운트를 찾는다. 특히 은행권에서 일어난 파생결합상품(DLS·DLF) 사태에 따라 ‘몰빵 투자’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랩어카운트에 대한 전망이 밝아졌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랩어카운트 계약 자산이 최근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임형 랩어카운트의 총 계약 자산은 8월말 기준 120조7836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6월보다 2조5083억원이 증가했다. 랩어카운트 자산은 올 들어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랩어카운트는 여러 가지 자산운용 서비스를 하나로 포장(wrap)해 투자한다는 의미로 투자자 기호에 따라 자산종합관리를 해주는 상품이다. 증권사가 고객과 투자일임계약을 맺고 투자 성향에 맞춰 주식이나 채권·펀드·주가연계증권(ELS) 등에 분산해 투자한다. 시장 변화 등을 참고하면서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기별로 보면 랩어카운트 시장은 지난해 주춤했지만 올 들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랩어카운트 시장은 2014년 70조원 수준에서 지난 2017년 12월 112조9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이후 지난해 내리막길을 걸어 6월말 랩어카운트 총 자산이 전달 대비 3조5000억원 줄어들고, 같은 해 12월말에도 전달 대비 2조9000억원이 감소하는 등 시장이 위축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랩어카운트 시장은 올 들어 성장세를 되찾았다. 특히 올 5월에 들어 랩어카운트 자산이 전달 대비 6100억원 증가하고 7월과 8월 각각 전달 대비 1조6800억원, 8200억원 늘어나며 자산이 빠르게 증가했다. 계약 건수도 증가했다. 지난 8월말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계약 건수는 총 188만8870건으로 최근 3년 동안 24.26% 증가했다.

랩어카운트에 자산이 몰리는 것을 두고 증권업계에선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집중 투자보다는 분산 투자가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으로 본다. 또 과거엔 증권사가 포트폴리오 구성을 지점에 맡겼다면, 최근엔 해당 증권사 본사 전문팀이 직접 자산 배분을 통해 자산을 운영하는 곳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변동성 확대 외에도 금융상품이 복잡해지면서 증권사가 직접 자산 배분 전략을 짜는 상품이 더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을 기준으로 증권사 본사가 운용하는 랩 상품의 자산 총액은 115조793억원으로 3년 사이 20조5800억원(21.8%)이 늘어났다. 반대로 지점 운용형 랩 자산은 같은 기간 3조8318억원으로 2.7% 줄어들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과 투자의 어려움 때문에 랩어카운트로 고객들의 자금이 몰리는 것”이라며 “랩어카운트의 투자처가 다양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어 수요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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