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100년과 독립운동가] 한국 여성들과 독립운동에 힘 쓴 방순희

2019년 대한민국은 임시정부 수립과 3.1 운동 100주년을 맞았다. 1910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은 끊임없이 항일독립운동을 했다. 1919년 3월 1일 전국 방방곡곡에서 남녀노소 모두 일어나 만세운동을 했다. 다음 달인 4월 11일 독립운동가들은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다. 당시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다. 이는 우리 민족의 자주 독립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시사저널e는 임시정부 수립과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 자료를 바탕으로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사람들의 삶을 기사화한다. 특히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조명한다. [편집자 주]

방순희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의 유일한 여성 의원이었다. 방 선생은 한국혁명여성동맹을 통해 여성들과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선생은 자유한인대회에서 대한민국의 완전한 독립을 요구했다. 중국 전선에서 붙잡힌 일본군 포로 중 전쟁에 강제 동원돼 전선에 배치된 한국인들과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을 보호했다.

방 선생은 1904년 함경남도 원산부 남산동에서 태어났다. 일본에 의해 대한제국이 강제 병합당하자 1911년 선생의 가족들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주했다. 당시 선생은 8살이었다. 가족들은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아무르스카야 18호에 정착했다. 아버지 방도경은 이주한인들 상대로 상품 위탁판매와 여관업 등을 운영하면서 북간도 광성학교와 블라디보스토크 한민여학교에 재정 지원을 했다.

선생은 15세인 1918년에 혼자 조국으로 돌아와 정신여학교에 입학했다. 정신여학교는 3·1독립운동에 가장 많은 학생이 참여한 학교다. 국가보훈처는 3.1독립운동 당시 2학년이었던 선생도 시위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졸업 후 선생은 블라디보스토크 본가로 돌아가 신한촌의 백산(白山)소학교에서 2년간 한인사회 2세들에게 민족교육을 가르쳤다. 그러나 러시아혁명 후 소비에트 당국이 민족교육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연해주 일대 한인학교들이 점차 폐쇄돼 방 선생은 한인민족교육에 종사할 수 없게 됐다.

◇여성운동가로 나서다

방순희 선생은 다시 1925년 8월 24일 고국으로 돌아왔다. 선생은 북풍회 등에 가입했다. 1924년 만들어진 북풍회는 재일 사회주의단체인 북성회(北星會)의 국내지부였다. 1920년대 국내 사회주의운동의 한 분파를 이룬 단체다.

선생은 1925년 10월 31일 서울 재동(齋洞)에서 개최된 경성청년회 월례회의에 북풍회 여성단원 신분으로 참석했다.

선생은 재러 한인사회의 동포 자격으로 정동의 러시아영사관 개관식에 참석했을 때 한민족을 상징하는 백색의 옷을 입어 주변의 관심을 받았다. 이 일로 선생은 일제의 주목을 받게 됐다. 일제경찰의 주료 감시 대상이 됐다. 종로경찰서 고등계로부터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박희도(朴熙道)의 의용대장 임명장을 전달한 혐의자로 체포돼 이틀간 집중 조사를 받기도 했다

◇임시의정원의 유일한 여성 방순희

방순희 선생은 일제의 경계가 극심해지고 친러 공산주의 인물로 분류돼 감시가 심해져 상해로 이동했다.

당시 1932년 4월 29일 홍구(虹口)공원에서 윤봉길(尹奉吉) 의사의 의거가 일어나자 프랑스조계지 일대에 독립운동가에 대한 일본 경찰의 탄압이 강화돼 임시정부는 피난생활에 들어갔다. 임시정부 요인들은 가흥(嘉興), 남경(南京) 등지로 흩어졌다. 1938년 임시정부는 광동성 장사(長沙)에 자리잡았다.

그해 5월 6일 임시정부 청사에서 조선혁명당·한국독립당·한국국민당 3당의 통일회의가 열린 자리에 이운한(李雲漢)이 권총을 난사했다. 이 사건으로 김구가 중상을 입었고, 남편 현익철이 사망했다.

방 선생은 이러한 슬픔을 이기고 1939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의정원 함경남도 대의원으로 선출됐다. 33인의 의원 가운데 유일한 여성 의원이었다.

임시의정원은 1940년도 임시정부 세입·세출안을 통과시키고, 3년간 독립운동의 총역량을 집중시킬 조직·군사·외교·선전·재정 등 5개 항에서 독립운동 방략을 세웠다.

◇ 러시아 상대로 임시정부의 정부 승인 활동 노력···한국독립당 활동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여성들도 한국독립당에 입당해 조국 독립과 민족해방에 뛰어들었다.

방 선생은 주미대표부 대표권 문제, 광복군 창설, 대일·대독선전포고 및 조소앙의 건국강령채택문제 등 입법 활동과 임시정부의 승인을 얻기 위한 활동 등을 했다.

1939년에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미·영·소·중 등 연합국을 상대로 정부 승인을 얻기 위한 외교활동에 노력했다. 임시정부가 각 정부를 상대로 대표를 파견했을 때 방 선생은 대(對) 소련대표로 선임돼 중경(重慶)에 있는 소련 대사관을 상대로 외교활동을 했다.

또 선생은 한국독립당 중앙조직부 제1구에 소속돼 국가건설을 준비했다. 한국독립당 제1차 전당대표대회에서 선생은 홍진·최동오·이중만·채형세·김현구 등과 함께 토교(土橋) 선출대표로 출석해 활동했다. 당시 본회의에서는 ‘임시정부와 광복군이 합법적으로 한국독립당의 주의(主義)와 정강(政綱)·정책(政策)을 실현할 의(義)와 권리(權利)가 있도록 규정할 것’과 1940년 한국독립당 제1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의결된 광복군 공약 3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수정해 정부에 넘겨 분명하게 법령을 공포할 것을 주문했다.

제34차 임시의정원 회의는 1942년 10월 25일에 중경시 오사야항(吳師爺巷) 1호 건물에서 방순희 선생을 등 19인의 임시의정원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본 의회는 ‘국가독립, 민족자주, 국권탈취’라는 세 가지 임시약헌의 정신에 의거해 열렸다. 이날 주석 김구는 단체와 당파의 대립이 한국 임시의정원으로 완전 통일됐다는 내용을 선언했다. 34차 임시의정원 회의는 한국 독립운동계가 이데올로기와 파벌을 넘어 통합을 이룬 역사적인 회의였다.

당시 ‘우리통신’은 방순희 선생에 대해 “사십여 명 의원 중 여자의원은 오직 방순희 여사 일인 뿐이니 만록총중에 일점 홍이다. 부녀가 아직도 억울한 경경에 있는 조선 사회이므로 방 여사의 책임은 더욱 크다. 고군분투의 고독감도 있을 것이나 일천만 여성의 후영이 있는 것을 생각할 때 용기도 날 것이다”고 전했다.

방 의원은 1942년 한국독립당의 충칭구 당부의 간사에 임명됐다.

◇한국 여성들, 독립운동과 민족통일전선에 앞장서다

1940년대에 주의·이념을 넘어 각 당파에서 모두 임시정부를 지지했다. 이에 여성들도 민족통일전선을 이루는 데 앞장섰다. 독립운동계가 좌파와 우파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음을 지켜보던 여성들은 더 이상 민족통일전선으로 통합하는 일을 미룰 수 없었다.

한국광복진선에 동참한 여성동지들은 항일역량을 강화해 조국광복을 앞당기기 위해 강력한 여성조직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에 1940년 6월 16일 충칭에서 한국혁명여성동맹이 만들어졌다.

한국혁명여성동맹은 ‘한국광복진선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으며 한국광복군에 대한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15000만 한국 여성동포들의 민족정신과 애국심을 일깨워 한국혁명에 힘을 보탤 때, 반도에 태극기가 휘날릴 날이 더욱 가까워질 것’임을 선언했다.

이 때 방순희 선생은 ‘한국혁명여성동맹’의 집행위원장 겸 서무부 주임으로 임명돼 통일전선운동을 주도했다.

한국 여성들은 혁명여성임을 자처하며 조국 독립 완성과 세계 평화실현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기로 다짐했다. 중국 여성과 전 세계 피압박 민족 여성들과 연계 분투하겠다고도 했다.

한국혁명여성동맹의 창립과 활동을 기반으로 1943년 2월 23일 각 정파의 여성들 50여 명은 충칭 임시정부 집회실에 모여 한국애국부인회를 재건했다. 3.1운동 이후 국내는 물론 미주와 상해 등지에서 결성된 애국부인회의 애국활동을 계승하고 남녀평등의 여권 확장을 통해 민족통일전선운동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여성들은 남성의 지원, 남편에 대한 내조 차원이 아닌 민족해방운동의 전사로서, 또 조국 광복과 민주주의 국가 건설의 주체로서 나선 것이다. 이 대회의 주석에는 김순애가, 부주석에는 선생이 선임됐다.

재건 한국애국부인회는 “국내외 부녀는 총 단결하여 전민족해방운동과 남녀평등이 실현되는 민주주의 신공화국 건설에 적극 참가하여 분투하자”는 행동강령을 선포했다.

한국애국부인회는 각종 매체를 통해 국내외 동포 여성들에게 민족적 각성을 촉구하며 독립운동 참여를 호소했다. 이들은 의연금 모금에 협력하고 대일전선에 부상당한 이들과 무력항쟁을 준비하는 광복군을 위문하는 등 독립운동 지원활동을 했다. 해외 각지의 한인여성단체들과 긴밀히 연계하면서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을 적극 지원했다.

보훈처는 “이들 여성들은 대한독립과 민족해방 완성을 목표로 했다. 최종적으로는 남녀가 정치·경제·사회·문화 제 분야에 실질적으로 동등한 권리와 자유를 향유하는 민주주의 공화국‘을 건설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편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정기간 한국을 신탁통치 한다는 워싱턴 회의의 논의 결과가 보도됐다. 이에 각 혁명 단체들은 1943년 5월 10일 중경 모처에서 300여 명의 한인들이 모인 가운데 재중자유한인대회를 열었다. 전후의 한국독립문제를 토의했다.

이 대회에서 대회 선언문이 통과되고 5월 10일자로 ‘각 동맹국 영수들에게 보내는 전문’을 보냈다. 또 ‘완전 독립’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대회결의안을 발표했다.

전후 한국의 완전독립과 외세의 간섭을 반대한다는 한인사회의 의지를 국제사회에 적극 밝힌 것이다.

◇강제동원 된 일본군 한국인과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 보호하다

중국 전선에서 붙잡힌 일본군 포로 중에는 전쟁에 강제 동원돼 전선에 배치된 한국인들이 많았다. 방순희 선생은 일본군으로 참전한 한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방송을 하면서 반일의식을 고취했다.

중국에서의 일본군 만행을 동맹국과 국내 동포들에게 알렸다. 중경 토교 깊은 산 계곡에 소재한 일본군 포로수용소를 찾아가 포로 중 한국 국적을 가진 사병들을 위로했다. 위문금품을 거두어 전선에서 활동하는 항일 군인들도 위문했다.

선생은 1945년 9월 애국부인회 회원들과 함께 중국군으로부터 인계받은 한국 출신 위안부 여성들을 돌봐주고 교육했다.

한국 출신 23명의 위안부 여성들은 주로 운남성 납맹(拉孟), 통칭 송산(松山)과 등월(騰越) 지역에 개설된 일본군 위안소에서 탈출해 사천성 곤명(四川省 昆明)에 있는 포로수용소에 수용됐다가 1945년 9월 중경 대한민국임시정부로 인계됐다.

일제가 침략전쟁 중 전선에 개설한 위안소에서 살아남아 자유를 얻은 이들 여성들은 임시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광복군과 함께 1946년 3월 고향으로 돌아갔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으로 조국이 광복된 후 방순희 선생은 고국으로 돌아왔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들은 임시정부의 환국 기반을 마련하고자 힘을 쏟았지만 광복된 조국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1948년 4월 14일 한미호텔에서 한국독립당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려 조직을 새로 개편했다. 한국독립당 중앙집행위원회의 실행 조직인 5분과(재무, 정치, 문화, 후생, 국방) 8부(비서부, 조직부, 선전부, 청년부, 훈련부, 재정부, 노동부, 부인부)가 갖추어졌다. 방 선생은 부인부를 맡아 여성문제를 책임졌다.

그러나 1949년 백범 김구가 살해당하고 한국독립당은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이후 민족상잔의 6.25가 일어났다. 6.25전쟁 당시 육군사단장과 유격사령관을 맡아 대한민국 군국 발전에 큰 공로를 세운 재혼한 남편 김관오 장군과 1965년 사별했다.

이후 방순희 선생은 신앙생활에 열중하며 말년을 보내다 1979년 5월 4일 76세에 서거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선생이 독립운동에 기여한 공훈을 기려 1963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