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올해 3월 발행한 1100억원 규모 CB 조기상환
자금회수 긍정적이지만 무리하게 투자 주도했다는 점은 평판에 부정적

이미지 = 조현경 디자이너
이미지 = 조현경 디자이너

 

바이오기업 신라젠이 올해 3월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조기상환키로 한 가운데 해당 CB 투자를 주도한 키움증권 역시 유탄을 맞게 됐다. 당시 불거졌던 ‘무리한 투자’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평판 훼손을 피할 수 없게 된 까닭이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전날 올해 3월 발행한 CB 1100억원어치를 장외 매수를 통해 조기상환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CB는 당초 2021년 3월 21일부터 조기 상환이 가능했지만 이를 더욱 앞당긴 것이다. 신라젠 측은 이날 공시에 대해 “사채권자와 사채 상환 합의로 만기전 취득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기상환으로 신라젠뿐만 아니라 키움증권도 내상을 입게됐다. 키움증권이 해당 CB발행 대표 주관사로 나서면서 투자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당시 키움증권은 1000억원치의 CB를 총액인수해 물량 대부분을 셀다운(기관 재매각)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신라젠의 성장성을 기대했지만 채 반년이 지나기 전에 임상 중단이라는 악재를 맞았다. 

당시 일각에서는 키움증권의 신라젠 CB 주관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올해 초 신라젠 항암 신약 펙사벡과 관련 부정적 루머가 돈 것이다. 지난 3월에는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키움증권이 당초 3000억원 수준의 CB를 발행하려 했는데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규모를 축소했었다는 뒷이야기도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결과적으로 키움증권은 무리하게 투자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평판 훼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펙사벡은 신라젠의 핵심 파이프라인이다. 사실상 펙사벡 하나에 1000억원이 넘는 투자가 집행된 것이다”며 “이 정도 규모라면 펙사벡에 어느정도 확신이 있었다고 봐야한다. 하지만 잘못된 확신이었다는 점이 판명됐고 결과적으로 무리한 투자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임상의 부정적인 결과에 안전장치를 건 것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선 긍정적인 부분으로 평가된다. 키움증권은 펙사벡 무용성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발행 후 1년이 되는 날부터 만기 이자율 6%를 받을 수 있다는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당시엔 펙사벡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 상환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이 옵션이 결과적으로 신라젠의 이자 부담을 높여 조기상환을 이끄는 장치가 됐다. 

바이오기업 신라젠이 올해 3월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조기상환키로 한 가운데 해당 CB 투자를 주도한 키움증권 역시 유탄을 맞게 됐다. / CI=키움증권.
바이오기업 신라젠이 올해 3월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조기상환키로 한 가운데 해당 CB 투자를 주도한 키움증권 역시 유탄을 맞게 됐다. / CI=키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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