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압수영장과 시차 큰 증거 수집은 영장주의 위배”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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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상습범이 수사기관의 위법한 영장집행으로 무죄판결을 확정 받았다.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시점과 증거가 수집된 시점이 꽤 멀다면, 영장에 적시된 혐의사실과 공소사실 사이의 연관성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다수의 마약 범죄 전력이 있는 A씨는 지난 2018년 5월 24일 부산 북구 구포동에 있는 한 모텔에서 필로폰이 담긴 주사기를 다른 사람에게 무상으로 준 혐의(제1죄), 같은 해 6월 21일부터 25일까지 부산 등지에서 알 수 없는 방법으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제2죄)를 받았다.

A씨는 1심에서 제1죄에 징역 1년을, 제2죄에 징역 1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은 제2죄에 유죄를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며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발부된 영장 내용과 실제 수집된 증거, 이에 따른 공소사실이 달랐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경찰은 지난 2018년 5월 23일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같은 달 29일 A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하지만 경찰은 6월 25일에서야 김씨를 체포해 소변을 압수할 수 있었다. 영장 발부 시점과 체포 시점이 한 달 가량 차이가 난 것이다.

2심은 “피고인에 대한 필로폰 투약을 유죄로 인정할만한 직접적인 증거는 소변에 대한 마약류 검사 결과를 기재한 마약감정서가 거의 유일하다”며 “이 사건 압수영장에 따라 압수한 피고인의 소변은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이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를 기초로 작성된 마약감정서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획득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며 “별도의 영장으로 압수한 피고인 모발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볼 때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2심은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이미 압수된 증거에 대해 사후 영장을 발부받거나 피고인으로부터 임의제출 받았어야 하지만 수사기관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수사기관의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해 다른 범행에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헌법상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대법원도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2심) 판단에 압수수색 영장의 객관적 관련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A씨는 제1죄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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