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채용페스티벌에 50여개 기업 참여
지원자 “스타트업 정보 알고 싶어 참여”, 기업 “홍보·채용 효과 기대”

31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2019스타트업채용페스티벌 기업 면접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31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2019스타트업채용페스티벌 기업 면접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정장을 입은 한 여성과 함께 버스에서 내렸다. 그녀는 버스에 내려 목적지로 걸음을 재촉했다. 살짝 긴장된 표정이었다. 동선이 겹치는 것을 보니 같은 곳에 가는 듯 했다. 한 행사장에 도착했다. ‘2019 스타트업채용페스티벌’이라는 글씨가 크게 적혀 있었다. 접수를 마친 뒤 그에게 “지원자세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한 스타트업 면접을 사전 예약했다”며 일부러 면접 복장으로 차려입고 왔다고 했다.

기자는 31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2019스타트업채용페스티벌을 참여했다. 이 행사는 강남구청, 한국엔젤투자협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이 공동 주최한 행사다. 중고나라, 집닥, 오늘의집, 바로고, 스위트스팟, 룰루랩, 메디블록, 비트센싱, 비브로스 등 50여개 스타트업들이 부스를 열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김민우씨(26)는 “IT 개발 직군 취업을 준비 중이라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채용도 살펴보고 있다. 둘러보면서 개발직 처우가 좋은 스타트업 위주로 지원할 것”이라며 “스타트업들의 사업방향과 채용정보를 한번에 알아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는 한 아무개씨(28)씨는 “스타트업 문화가 좋아 또 다른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려고 한다”며 “지금은 기업과 거래하는 스타트업에 다니는데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옮기고 싶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고 했다.

31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2019스타트업채용페스티벌에 기업 부스들이 설치돼 있다./ 사진=차여경 기자
31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 2019스타트업채용페스티벌에 기업 부스들이 설치돼 있다./ 사진=차여경 기자

스타트업들도 홍보과 인력 채용,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채용 페스티벌에 참석했다고 답했다. 인테리어 무료견적 스타트업 집닥 관계자는 “스타트업들이 서로 네트워킹할 수 있고 브랜드를 소개할 수 있는 자리인 동시에 인재들을 뽑을 수 있는 자리다. 집닥은 경력자들을 우선 뽑고 있지만 기업에 융화될 수 있는 지원자라면 문을 열고 있다”며 “현재 영업관리, 현장관리 인력들을 우선으로 채용 중”이라고 말했다.

가장 북적이는 부스는 중고나라였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중고나라 자체의 인지도는 높지만 아직까지 우리를 커뮤니티로만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스타트업 중고나라를 인식시키고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 행사에 참여했다”며 “중고나라는 앱개발 쪽을 많이 뽑고 있고 이번 채용 페스티벌 외에도 상시 채용을 확대해 많은 인력을 뽑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배달‧물류 스타트업 바로고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스타트업채용페스티벌에 참석했다. 바로고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도 채용을 많이 했다. 현재까지 바로고 임직원 수는 140명으로 전년 대비 56%증가했다”며 “지금은 연구개발(R&D) 인력을 중심으로 채용 중이고 부스를 찾아온 지원자들도 대부분 개발 직군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지난해에 비해 유명 스타트업들이 참석하지 않은 탓인지 행사에 참여한 지원자 수가 적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 최성진 코스포 대표 “창업 거품 아니냐는 지적 있지만 선순환 형성되면 이겨낼 수 있어”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가  31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2019스타트업채용페스티벌에서 강연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가 31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2019스타트업채용페스티벌에서 강연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스타트업 인력 시장은 비교적 크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벤처기업이 창출한 일자리 수는 76만명이었다. 5대 그룹 종사자 75만명보다 살짝 많은 수치다. 4년간 스타트업 고용 성장률도 매년 3%대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스타트업 시장까지 범위를 넓히면 어마어마한 근로자가 생태계의 일원으로 참여 중이다.

그러나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들에게 ‘스타트업’은 아직까지도 도전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업계 조사 결과 졸업 후 창업을 하겠다는 국내 대학생은 6.1%에 그쳤다. 국내 대학생 78.8%는 졸업 후 취업을 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중국은 졸업을 앞둔 대학생 40.8%가 창업에 도전하겠다고 응답했다. 거의 과반수에 가까운 대학생이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한 셈이다.

이날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스타트업채용페스티벌 토크콘서트에서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창업해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이라며 “현재 혁신을 하고 있는 디지털 기업들도 불과 10년 전, 20년 전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다. 혁신 스타트업들이 기존 사업을 해체하가며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과거보다 스타트업을 하기 쉬워진 세상이다. 아날로그 경제 시대에서는 상품을 만들게 되면 남들처럼 공장 짓고 자본을 모아야 하고 물건을 생산했다. 이제는 책상과 컴퓨터 하나면 창업이 가능하다. 인프라와 글로벌 플랫폼이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에 1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은 594개, 1000억원 이상 투자받은 기업은 174개다. 상장 전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유니콘 기업도 9개나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대표는 스타트업이 결국 거품이 꼈다는 지적에 반박했다. “미국에서 위워크가 기업공개(IPO)에 실패하고 중국 벤처 투자금이 5분의 1로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검찰이 쏘카를 불구속 기소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를 두고 스타트업 버블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국내 창업 생태계는 2000년대 IT버블을 이겨냈다. 창업하고 투자하고, 투자회수(EXIT)하는 선순환이 구축되면 스타트업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타다와 같은 규제 진입장벽 등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국내 스타트업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한다”며 “국내 대학생이 공기업과 공무원을 선호한다. 우수한 인재가 스타트업에 오지 않으면 스타트업은 발전하기 힘들다. 스타트업은 현재에 발딛고 과거와 싸워 미래를 만드는 일이다. 더 많은 혁신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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