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공유킥보드 등 신사업 진행시 동일한 리스크 존재
네거티브 규제로 불확실성 제거하고, 눈치보기 행정 지양해야

이재웅 쏘카 대표(왼쪽)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이미지 = 조현경 디자이너
이재웅 쏘카 대표. / 이미지 = 조현경 디자이너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어온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의 이재웅 쏘카 대표가 결국 검찰에 기소되면서 신사업을 진행하는 기업들도 덩달아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방식의 규제가 계속된다면 킥보드 공유 서비스,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영역을 미래먹거리로 삼아 개척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경우 더 신경 쓸 게 많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김태훈)는 ‘타다’ 운영이 불법이라며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대표를 지난 28일 불구속 기소했다. 국토교통부로부터 정식 절차를 받아 기업을 운영해오다가 기소된 이재웅 대표는 해당 조치에 불만을 표시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도 신산업 불씨가 줄어들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허나 업계에선 이구동성으로 이는 검찰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 특히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검찰은 기존에 있는 법대로 적용할 뿐, 네거티브 규제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고 택시업계 눈치를 봐온 정부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이재웅 대표는 기소된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타다 갈등 증폭의 원인은 국토부”라고 콕 집어 이야기했다.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대부분의 신사업은 숙명적으로 규제의 벽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재의 포지티비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기업들에서 수도 없이 있었지만, 이번 타다 사태로 여전히 규제개혁은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쉽게 말하면 포지티브 규제는 ‘법으로 규정된 것만 하라’는 규제 방식이고 네거티브 규제는 ‘하지 말라는 것을 정해 놓을 테니 이거 빼고 다해도 돼’라는 방식이다. 당연히 신사업 육성에 맞는 방식은 네거티브 방식이다. 한 IT보안업계 인사는 “한국 법체계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을 하는 것은 자신의 운명을 운에 맡기는 것”이라며 “열심히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한 후 재수가 없으면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는 불확실성 속에 기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웅 대표의 기소는 단순히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벗어나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려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우선 자율주행차와 관련해서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고 보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기본이 되는 데이터 수집 자체가 문제다.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현재 정부가 타다를 보는 관점에서 보면 자율주행차도 달리기 어려워진다”며 “자율주행을 위해선 개인데이터 등에 대한 공유가 필수인데, 이를 수집하다간 개인정보법에 위반될 수 있는데 업체들이 헷갈리고 무서워서 도전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향후 자율주행 기술이 완전자율주행 수준에 육박하게 된다 해도 문제다. 한 재계 인사는 “자율주행 기술이 많이 발달되면 발달할수록 택시기사들의 수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그때 돼서 택시업계가 반대하면 또 사업을 막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정 부회장이 공을 들이는 킥보드 공유사업도 여전히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현대차는 전동킥보드 공유플랫폼 제트(ZTE)를 개발하고 전동킥보드 공유업체 킥고잉에 투자하는 등 종합 모빌리티 공유 기업으로서의 변신을 꽤하고 있다. 허나 킥보드는 현행법상 인도나 자전거도로 모두에서 달리면 불법이다. 결극 도로에서 달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차들이 쌩쌩 다니는 도로에서 목숨 걸고 킥보드를 탈 순 없는 상황이다. 결국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운행하고 있는데 형국이다. 또 단거리 이동 수단인 킥보드가 대중화될 경우 기존 대중교통 사업자들과 부딪힐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현대차가 국내보다 제도적 뒷받침이 잘 돼있는 해외를 신사업 주무대로 삼을 수밖에 없단 이야기 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가 기업들이 자유롭게 새로운 사업영역을 넓혀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고, 나아가 국민편의가 예상되고 변화를 막을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선 눈치보기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희경 의원은 “현행법으로 신사업을 가늠하기 시작하면 안 걸릴 사업이 없다”며 "규제샌드 박스를 통해 혁신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해 정부가 판을 깔아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해외는 차량공유를 넘어 옆집 차까지 리스해서 함께쓰는 다양한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차량 및 킥보드 공유가 불법과 합법 사이를 줄타기하는 형국”이라며 “타다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수년 동안 해당 법적 문제를 방치해 온 국토부에 있고 이제부터라도 확실한 네거티브 규제로 다양한 실험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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