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판결문'서 나타난 김성태 딸 ‘KT 특혜채용 의혹’
  • 주재한 기자(jjh@sisajournal-e.com)
  • 승인 2019.10.3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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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 공소사실대로 굳혀져···김성태 의원 뇌물수수 재판 ‘대가성’이 관건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0일 오전 국회 당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딸 KT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합격 통지 관련 메일을 제시하며 근거없는 의혹제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3월 20일 오전 국회 당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딸 KT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합격 통지 관련 메일을 제시하며 근거없는 의혹제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 김씨는 KT채용 과정에서 이례적인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서류접수 기간이 지난 후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거나, 오프라인으로만 이뤄지는 인성검사를 온라인으로 받았다. 적성검사는 받지도 않았다. 인성검사에서 낙제점을 받았지만 통과했다. 김씨는 1, 2차 면접 과정에서도 혜택을 받는 등 채용 전반에서 KT의 특별관리를 받았던 것으로 이석채 전 KT회장 재판 결과 드러났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신혁재 부장판사)는 지난 30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 전 회장의 판결문에는 김씨가 채용과정에서 받은 특혜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사실관계가 인정된 공소사실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12년 10월 중순 국정감사에서 당시 KT가 운영하던 ‘부진인력 퇴출 프로그램’과 관련해 이 전 회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킬지 검토했다. 하지만 환노위 간사였던 김 의원이 이를 적극 반대했고, 이 전 회장에 대한 증인 채택이 무산됐다. 이 전 회장은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시 KT스포츠단에서 파견계약직으로 근무하던 김 의원의 딸인 김씨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게 김씨 특혜 채용 부분의 요지다.

실제 이 전 회장은 2012년 10월 중순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던 KT캠퍼스 사무실에서 서유열 전 사장에게 ‘김성태 의원이 우리 KT를 위해 저렇게 열심히 돕고 있는데 딸이 정규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해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 전 사장은 채용업무 관련자인 권아무개씨에게 김씨가 정규직으로 근무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얼마 후 서 전 사장은 권씨로부터 ‘정규직으로 전환이 어렵고, 공채에 응해야 하는데 2012년 하반기 공채는 이미 서류전형이 끝난 마당이라 어렵다고 한다. 이것은 김상효 인재경영실장이 허락해야 한다’라고 보고받았다. 서 전 사장은 이 전 회장에게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이에 이 전 회장은 서 전 사장에게 ‘인재경영실장과 상의해서 처리하라’고 지시하고, 서 전 사장은 김 전 실장에게 전화해 ‘김씨라고 KT 스포츠단에 근무하는 직원이 있는데 김성태 의원의 딸이다, 김씨를 하반기 공채 절차에 정규직으로 채용해 달라, 이석채 회장의 지시다. 김씨의 구체적인 처리 방향에 대해서는 김기택 상무에게 다 얘기해 뒀다’라고 지시했다.

김 전 전무는 2012년 10월 15일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KT빌딩 인재경영실에서 김기택 전 상무를 통해 인력계획팀장인 또 다른 권아무개(권 팀장)씨에게 ‘김씨를 서류전형에 합격한 것으로 해 채용해라’고 지시하고, 권 팀장은 이 지시를 인력계획팀 매니저 이아무개(이 매니저)씨에게 전달했다.

이 매니저는 김씨를 서류전형 합격자로 조작해 2012년 10월 16일 김씨에게 적성검사 면제 대상이 아님에도 적성검사 없이 온라인 인성검사만 응시하도록 특혜를 주고, 2012년 10월 19일 김씨에게 연락해 KT입사지원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김 전 전무, 김 전 상무는 2012년 중순 권 팀장으로부터 김씨의 인성검사 결과가 D형(성실성, 참여의식 등이 부족해 최소한의 업무수행 예상)으로 불합격 대상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권 팀장에게 이를 합격으로 조작하라고 지시했다. 김씨는 합격했다.

또 2012년 11월 2일 이뤄진 1차 실무 면접, 2012년 11월 29일 이뤄진 2차 임원면접에서 김씨의 합격조작 사실을 모르게 했다.

이석채 전 KT 회장이 지난 4월 30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석채 전 KT 회장이 지난 4월 30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씨, KT 공채기간 지나서 지원서 제출…인성검사 D에도 합격, 159명 중 유일

KT스포츠단에서 근무하던 김씨는 KT의 2012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지원서 접수기간인 2012년 9월 1일부터 2012년 9월 17일까지 입사지원서를 접수하지 않았다. 당연히 김씨는 서류전형 대상자가 되지 않아 합격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2012년 10월 7일 서류전형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인·적성 검사도 치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매니저는 2012년 10월 15일 채용 관련 과학연구소에 김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이메일을 보내면서 온라인 인성검사 수검대상자로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메니저는 같은 날 김씨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온라인 인성검사 수검방법을 알렸다.

“안녕하세요. 채용담당 이 매니저입니다. (중략) 오늘 퇴근하셔서 꼭 안내에 따라 온라인 인성검사 수검 부탁드립니다. 상세한 내용은 합격자 발표 끝나고 차 한 잔 하며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씨는 2012년 10월 16일 온라인으로 인성검사를 치렀는데, 그 결과 D유형에 해당됐다. D유형은 KT의 기준에 따를 때 불합격 대상이다. 2012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서 인성검사를 본 2097명 중 159명이 D, E, R 유형을 받았는데, 이들은 모두 불합격 했다.

이 매니저는 또 김씨에게 ‘입사 지원서 작성 안내’라는 제목으로 메일을 보냈다.

“채용팀 이 매니저입니다. 첨부로 입사 지원서 양식 보내드립니다. 10월 18일 18시까지 작성하셔서 파일로 송부 부탁드립니다. 엑셀파일에는 2개의 Sheet가 있으니 2개 모두 작성해 주시구요. ‘지원분야는 - 경영관리’. 지원 동기 등은 ‘홍보’에 맞추어 작성해 주시면 됩니다. (중략) 금요일쯤 한 번 만나 뵙고 상세한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씨는 다음날인 18일 오후 5시 이 매니저에게 답장을 보내 입사지원서를 보냈다. 이 매니저는 또 김씨에게 ‘면접일 안내’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면접 관련해서 증명사진을 준비하고 자신이 만든 수험표를 챙겨가라는 내용, 면접 장소 및 방법 등을 안내했다.

김씨는 19일 오후 이 매니저에게 이메일로 회신하면서 입사지원서를 다시 보냈다.

한편 권 팀장은 2012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절차가 모두 완료된 후 2013년 1월 8일 인사운영팀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첨부된 파일에는 ‘관심지원자’ 및 ‘내부임원추천자’ 명단이 기재돼 있다.

김씨의 경우 인·적성검사결과에 대해 ‘불(D)→합격’, 1차 면접 ‘합격(BBB)’, 2차 면접 ‘합격(BBC)’, 최종 ‘합격’, 비고 ‘김성태(父) 새누리당의원’이라고 적시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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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열 증언 신빙성 인정한 법원 “김성태 딸, 이례적인 방법으로 공채 포함” 지적

이석채 전 회장의 오른팔로 불렸던 서유열 전 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줄곧 이석채 전 회장에게 직접 부정 채용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석채 회장은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KT의 지휘체계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전 회장의 지시 없이 부정채용을 결정할 수 없다며, 서 전 사장 증언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채용에 대해 “입사지원서조차 접수하지 않은 김씨가 이례적인 방법으로 공채에 포함되고, 공채 합격 후 신입사원 연수를 모두 마치기도 전에 원래 근무하던 스포츠단으로 다시 배치된 것도 당초 정규직 전환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서 전 사장의 증언에) 합리성과 논리성을 긍정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또 2011년 KBS 인근에 위치한 일식당에서 김 의원, 이 전 회장, 서 전 사장 등이 식사를 했다는 내용 등은 경험한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정도로 구체적인 것이라며, 서 전 사장의 주장에 모순점이 없고 대체로 사실과 일치하기 때문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이석채 전 회장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KT 대표이사이자 2012년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 절차의 최종 결재권자였던 피고인은 공정한 채용절차가 진행 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피고인에 대한 청탁이 부정채용의 시발점이 된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피고인의 지위나 권한, 가담방법, 정도에 비춰볼 때 부정채용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KT는 국가 기간통신사업을 담당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다른 사기업과 달리 채용 과정의 자율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여타 사기업에 비해 더욱 엄격한 과정이 요구되지만, 이 전 회장이 무한한 재량권으로 부정채용을 지시했다”면서 “이번에 드러난 부정채용은 공개채용 공정성을 훼손한 행위이고 수많은 지원자에게 좌절감을 안겨줬다”고 꼬집었다.

이석채 전 회장에 대한 선고 결과는 딸 채용을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의원에게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 역시 이 전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13부가 심리 중이다.

앞으로 열릴 김 의원의 재판은 ‘딸 채용’이라는 뇌물이 과연 대가성이 성립하느냐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뇌물수수죄는 부정한 이익을 받는 행위와 직무 관련성 즉 ‘대가성’이 인정돼야 한다.

김 의원은 이번 판결 결과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김 의원실 관계자는 “전날 재판은 업무방해 관련 내용이고, 의원님이 관련된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또 “뇌물의 대가성 부분 외에도 디테일하게 법리상 충돌하는 곳이 있다”면서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따져보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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