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석 판매보다 가공을 통한 수익성 증대 노린 인도네시아 정부의 선택”
양극재, 니켈 함량 비중 높아지는 추세···공급선 다변화, 저렴한 가격 탓에 “영향 無”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니켈(Nickel)’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당초 내년 1월 시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던 상황에서 갑작스레 2개월 앞당겨 시행된 셈이다.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니켈 공급의 25%를 담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니켈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표했으나, 배터리 관련 주요 기업들은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31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니켈 수출 금지조치의 이유는 매장량 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유관하다고 판단했다. 당초 인도네시아는 니켈 원석을 채굴해 수출해 왔는데, 제련부터 전기차 배터리 등을 생산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실제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기차 촉진과 관련한 대통령령이 공포되고,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범 정부 차원의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공해 등 환경오염 문제 해결과 석유 수입에 따른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되는데, 현대차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의 전기차 생산기지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를 구성하는 데 필수적이다. 양극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또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의 혼·배합을 거친다. NCM의 경우 통상 6:2:2의 비율로, NCA의 경우 5:2:3의 배합비율을 보인다. 최근에는 8:1:1의 배합비율을 보이 기도한다. 점차 니켈의 함량이 높아지는 것이 추세라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업계는 인도네시아의 수출금지가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한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과 같이 양극재를 구입해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들뿐 아니라 포스코케미칼과 같이 소재업체들도 한 목소리다. 이들이 태연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던 이유는 니켈의 유통과정과 가격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와 같은 곳에서 채굴된 니켈 원석은 제련업체들에 판매된다. 이곳에서 제련된 니켈은 포스코케미칼과 같은 소재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에 판매된다. 여기서 양극재 등이 생산된다. 이를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과 같은 배터리 생산업체들이 구매하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최종적으로 생산된 배터리가 전기차 등에 탑재되는 방식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배터리 업체들은 양극재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양극재 등을 생산하는 소재업체들도 소재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안정적인 제품수급이 가능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며, 상식적인 방법이다”고 언급했다. 인도네시아 니켈을 취급하는 일부 제련업체들에 타격이 갈 순 있어도, 소재 또는 배터리생산업체 등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주된 이유라는 의미다.

이어 그는 “일부 배터리 업체들의 경우 소재 자급화를 추진한다며 니켈을 직접 구매하곤 한다”면서도 “소재업체들이 제련업체들로부터 사오는 양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해 보통 양극재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니켈을 함께 들여오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부연했다. 또 “수출중단으로 가격변동이 큰 상황이지만, 코발트 등 다른 원재료들에 비하면 가격 또한 현저하게 저렴해 별다른 부담이 되지 않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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