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갑질 논란부터 회사와 회사 간 갑질까지 다양
개인 문제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지난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촉발된 갑질 문제가 5년이 지난 현재에도 사회적 병폐로 자리잡고 있다. 갑질 가해자에 대한 숱한 지탄과 비판이 나왔지만 그뿐이었다. 새롭게 탄생한 갑질의 주인공들은 이를 학습하지 못하고 똑같은 과오를 저질렀다. 그리고 누구라 할 것 없이 뒤늦은 사과로 사태를 매듭지으려 했다.

갑질 문제는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의 갑질 논란이 대표적이다. 권 회장의 운전기사가 ‘오늘이 아이의 생일이라 새벽 3시까지 대기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히자, 권 회장은 “미리 이야기를 해야지 바보같이. 그러니까 당신이 인정을 못 받잖아”라며 면박을 줬다. 홍보 담당 직원에게는 “니가 기자애들 쥐어 패버려”라고 말했고 회사 임직원과의 술자리에서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직장 상사의 갑질과 관련된 이슈는 지난 6월에도 있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 임원이 ‘2019 트루프렌드 페스티벌’이라는 행사에서 한 직원에게 ‘안 오는 XX가 왜 왔어’, ‘X새끼’, '니 애미 애비가 너를 못가르쳤다’ 등의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직원은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다 해당 임원을 고소하는 등 갑질 이슈가 발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다른 형태의 갑질도 문제가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월적한 지위를 이용해 업무 상 이득을 높이려는 행위가 수면 밑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투자 상품 판매사의 갑질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판매사와 운용사 사이에서는 불합리한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판매 보수율을 과도하게 높게 책정하는 것과 같은 요구들이 그렇다”며 “운용사들은 판매 채널이 중요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같이 다양한 갑질은 피해를 입은 개인뿐만 업계 전체, 나아가 일반 투자자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직장 내 갑질 문제는 업계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를 저하시킬 수 있다. 판매사와 운용사같은 관계에서 발생하는 갑질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피해가 누적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갑질의 문제를 개인만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 갑질 논란을 일으킨 개인과 그 개인들이 만들어낸 문화를 도려낼 필요가 있다. 강한 징계와 처벌로 갑질의 심각성을 주지시켜야 한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로 알게 모르게 행해지는 업무 상 갑질도 무엇이 있는 지 살펴보고 개선하는 움직임이 나와야 한다. 

30일 기자회견에서 나온 권 회장의 발언을 빌리면 금융투자협회 이사회는 권 회장에게 임기를 제대로 마무리하는 것이 보다 책임감 있는 선택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권 회장 역시 이를 수용해 임기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투협의 발전이라는 대(大)를 위해 작은 과오는 넘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아직 갑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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