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내 통보 예정, 의사에 제공한 경제적 이익 기재···통보 업체는 부담 클 듯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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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제적 이익 등의 제공 내역에 관한 지출보고서’ 요청 업체를 확정했다. 이에 조만간 해당 제약사와 의료기기업체에 통보할 예정이어서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30일 보건복지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최근 지출보고서 내역을 요청할 제약사와 의료기기업체 명단을 확정했다. 복지부는 해당 업체 담당자 파악이 완료되는 대로 조만간 공문을 보내 통보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우편과 전자메일 등의 방법으로 해당 업체들에게 통보하려고 한다”며 “대상 업체 규모는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지출보고서는 제약사나 의료기기업체가 ▲견본품 제공 ▲학회 참가비 지원 ▲제품 설명회 시 식음료 제공 ▲임상시험·시판 후 조사비용 지원 등을 의사 등 의료인에게 시행한 경우 ‘누가’ ‘언제’ ‘누구에게’ ‘얼마 상당의 무엇을’ 제공했는지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출보고서 제출 요청 업체 선정은 복지부가 그동안 진행했던 1차와 2차 설문조사 결과와 기타 자료를 취합해 완료한 것으로 파악된다. 복지부 설문조사는 1차의 경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글로벌의약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회원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올 1월 하순까지 실시됐다.

2차는 의약품·의료기기 제조·수입업자와 1차 미응답 업체 등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초 복지부는 지난 9월말까지 업체 선정을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국정감사 준비 등으로 일부 일정이 지연돼 최근에야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핵심은 복지부가 확정한 지출보고서 제출 요청 업체에 포함됐다고 통보받았을 경우 해당 업체들이 지게 될 부담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지출보고서에는 제약사나 의료기기업체가 의사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과 관련한 내용이 기재된다. 물론 합법적인 경제적 이익이 기재되지만 지출보고서에 기록이 남은 의사에게는 부담이 되고, 제출하는 제약사 또한 더욱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체들의 지출보고서 내역이 모호하거나 의사 본인 확인이 필요한 결과물에 대해서는 추가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업체와 의사가 번거로움을 느낄 정도로 복지부가 확인 절차를 까다롭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A제약사 직원은 “의사를 상대로 복지부가 경제적 이익의 본인 수령 여부나 구체적 사실을 확인하려 할 때 좁은 업계에서 금방 소문이 날 것이고, 그런 만큼 출신 대학 등으로 유대관계가 강한 의료계에 미치는 여파는 상상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당 업체의 입장에서는 복지부 요청을 받게 되면 지출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지출보고서 허위 또는 미작성·미보관이 적발될 경우 수사기관에 의해 2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B제약사 관계자는 “아직은 복지부의 업체 확정이 업계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며 “각종 라인을 통해 최소한 업체 규모 등에 대한 정보 취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복지부의 지출보고서 제출 요청이 첫 사례란 점은 제약사들 전망을 엇갈리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C제약사 직원은 “첫 번째 요청이기 때문에 복지부는 대상 업체 선정에도 신중을 기했을 것”이라며 “시간은 소요되겠지만 복지부는 원칙적으로 지출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규정대로 처리하고 최악의 경우 수사 의뢰도 불사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반면 현재로선 섣부른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D제약사 관계자는 “아직 복지부가 해당 업체들에게 통보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도 업체들로부터 보고서를 제출받아야 하며 검토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복지부가 예정대로 이번 주 내 해당 업체들에게 통보해 지출보고서 제출을 요청할 경우 이르면 다음 주부터 업체들의 실명이 공개될 가능성이 예상된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규정을 벗어난 제약사들의 불법 리베이트는 줄어들고 경제적 이익 제공은 늘어났다는 통계가 있다”면서 “지출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을 복지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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