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및 의원정수 확대’ 국회 논의 관건···총선 이해관계 속 이견
시민사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국민소환제 도입 등 개혁 요구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의원 정수 확대 서로 상승 효과”

전국 57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공동행동은 30일 오전 11시 프레스센터에서 '이제는 국회개혁, 연동형 비례제 도입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참여연대
전국 57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공동행동은 30일 오전 11시 프레스센터에서 '이제는 국회개혁, 연동형 비례제 도입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참여연대

국회의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 논의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과정에서 정당들이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어떤 합의를 이룰지가 관건이다.

시민사회는 정당, 의원들마다 총선을 앞두고 이해관계가 갈리는 상황에서 ‘국민을 위한 국회’라는 본질로 돌아가 의원 연봉 삭감 등 국회의원 특권을 줄이는 것을 전제로 한 의원 정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도 요구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29일 공수처 설치 법안 등 검찰개혁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토의에 부침) 일정을 정하면서 선거법 협상, 특히 의원정수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내달 27일 자동 부의되는 선거법 개정안과 12월 3일 공수처법 처리 문제가 비슷한 시기로 모이면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 과정이 중요해졌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현 의원 정수를 300석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수를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그만큼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자는 내용이다. 비례대표 의석수는 전국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률 50%를 적용해 배분하고, 남은 의석은 현행 제도처럼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나누기로 했다. 이를 적용하면 기존보다 정당득표율이 의석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

현재 정의당, 평화당, 대안신당이 의원 정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 정수 확대 모두 전면 반대한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각 의원마다 의원 정수 확대에 관해 이견을 보이거나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정수 확대가 내년 총선에서 각 당과 각 의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27일 “의원 세비 총액을 동결한다는 전제에서 의원정수 확대를 검토하자는 것은 오래된 논의다. 그 논의가 바탕이 돼 지난해 12월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까지 함께 현행 300석에서 10% 범위 내에서 확대하는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하거나 이에 소극적인 한국당과 민주당, 바른미래당의 일부 의원들의 핵심 근거는 국민들이 반대한다는 것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범여권 정당들이 의석수를 늘리기 위한 야합이라고도 30일 주장했다.

각 당, 각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이해관계가 갈리며 이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시민사회는 국민을 위한 국회라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30일 정치개혁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의원 세비 삭감 등 국회의원 특권을 줄이는 것을 전제로 한 의원 정수 확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등 국회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치개혁공동행동은 각 지역 시민단체 대표자들과 여성, 청년, 청소년, 장애인, 노동자, 농민, 법조계 인사 등 각 부문의 전국 57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됐다.

정치개혁공동행동은 “국회개혁의 첫 번째는 유권자의 표심이 국회 구성에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구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승자독식 원리인 현재의 선거제도는 유권자 절반 이상의 표를 죽은 표로 만들고 민심의 다양성을 양당제로 왜곡 한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정당 지지율이 그대로 국회 구성에 적용되면 정치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국회의 구성과 운영은 보다 더 혁신될 것이다.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춰 청소년도 정치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하고 세비와 수당을 삭감하는 전제 하에서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했다. 이들은 “의원 정수를 늘리기 전에 선행돼야 할 것은 국회의원의 불필요한 특권을 폐지하고 세비와 수당을 삭감해야 한다”면서 “국회는 투명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각종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에 대한 제도개선, 국회의원 세비와 수당의 결정 방식 변경, 방탄국회 등을 통한 불체포특권의 악용을 막기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러한 국회 개혁 조치들은 의석 수 확대를 위한 전제여야 한다. 이를 전제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세비 삭감과 국회 의석수 확대가 필요하다“며 “매년 느는 행정부의 예산과 업무 규모에 비교해 이를 감시하는 국회 규모는 작아 제 역할을 하기에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개혁공동행동에 따르면 OECD 36개국은 의원 1인당 인구수가 평균 7만 5837명이지만 한국은 16만8647명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국회개혁의 주요 과제로 국회의원 대상 국민소환제 도입도 요구했다. 국민소환제는 선거로 뽑힌 대표(대리인) 중 유권자들이 부적격하다고 판단하는 자를 임기 중에 국민투표에 의해 파면시키는 제도다.

이들은 “국회의원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국민소환제를 포함한 제도적 방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현재 고위 공무원에 대해서는 탄핵제도가, 지방선거 선출직에 대해서는 소환제도라는 통제 방안이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만 이러한 통제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국민을 대변하고 대의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국회의원들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관련 법안이 3건 발의됐으나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도 국민이 직접 소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른 이 글은 게시된 지 한달 만에 21만여명이 동의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의원 정수를 늘리면 이는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킨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의원들이 정책 활동에 집중하게 되고 이와 함께 의원 수가 늘면 전문화된 상임위 활동과 예산 심사가 가능해진다. 이는 국민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례로 지금의 환경노동위원회는 환경과 노동 분야 각각 중요한데 하나로 합쳐져 있다. 의원 숫자를 늘려 상임위를 세분화해 의원들이 의제에 집중하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 국민 삶을 위한 예산 심사도 국회의원 수가 늘어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각 정당이 받은 득표율만큼 의석이 나눠지기에 정당들의 정책 경쟁이 중요해진다. 의원들은 정책 활동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이러한 의원들의 정수를 늘리면 국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의원 정수를 늘리기 전에 국회의원 연봉 삭감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것과 관련해, 하 대표는 “국회의원 연봉 삭감은 내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가능하다. 보좌진 규모 축소는 다음 국회인 21대 국회 개원 시점에 맞춰 보좌진 규모를 줄이는 것으로 이번 예산안에서 처리해야한다”며 “의원들의 연봉 삭감 등 특권 폐지가 먼저 이뤄지고, 의원 연봉을 스스로 정하는 게 아니라 독립 기구가 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 여론도 돌아설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선거제 개혁을 하려는 의원들, 특히 민주당이 의지를 보여야한다”고 말했다.

오유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선임간사는 “국회는 민의를 대변하지 않는다. 주요 개혁과제를 추진하기보다 가로막고 있다”며 “국회의원을 지금과 같이 뽑고 국회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구조를 그대로 두면 21대 국회가 출범해도 지금과 달라질 게 없다. 내년 총선 전에 선거제도, 국회 운영원리 모두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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