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영업 치중 탓, 오너 독단적 경영도 원인···경영 합리화가 해결책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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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올바이오파마 사태로 인해 제약업계에서 퇴직자 제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리베이트 제공에 치중하는 후진적 영업과 일부 제약사 오너의 독단적 경영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일부 제약사는 퇴직자에게 함구를 목적으로 각서도 받지만, 그보다는 수준 높은 경영 합리화만이 퇴직자 제보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나오는 이유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올바이오파마가 경찰 압수수색을 받은 사건을 계기로 퇴직자 제보 문제가 또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 24일 한올바이오파마의 대전 소재 공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한올은 공장 일부 제품의 장기 보관 검체 안정성 시험자료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 사유와 관련해 한올바이오파마는 퇴직자 제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복수의 업계 소식통은 한올의 대전공장에서 QC 업무를 담당했던 퇴직자가 제보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QC란 품질관리 업무를 지칭한다. 

특기할 점은 제약사에 근무하던 직원이 퇴직 후 제보해 사정기관이나 행정기관이 수사나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업계 입장에서는 문제점으로 분류된다.

올해만 해도 상반기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모 제약사는 연초 본사에서 시위를 진행한 퇴직자의 제보로 리베이트 수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퇴직자는 본사 앞에서 며칠 동안 불만을 알렸기 때문에 해당 제약사 직원들이 그 사정을 알 정도였다.

또 다른 제약사도 직원들에게 제공한 인센티브를 회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경쟁과 직원들로부터 현장조사를 받았다. 물론 이 조사도 배경에는 내부 직원의 제보가 있었다. 그밖에도 제약사 퇴직자 제보와 이로 인한 정부 기관 수사나 조사는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것으로 집계된다. 

이 같은 퇴직자 제보가 잇따르는 것은 우선적으로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위주 영업 방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실적으로 전문의약품 처방권을 갖고 있는 의사를 상대로 영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현재는 리베이트가 대폭 감소하는 등 업계가 자정한 결과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주는 상황에서 경쟁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고 토로했다.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제공한 증거나 자료를 갖고 있는 직원 입장에서는 퇴직 후 제보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일부 제약사 오너가 독단적이고 독선적 경영 행태를 보이는 것도 퇴직자 제보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약업계에 보수적 경향이 적지 않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직원을 상대로 갑질을 하는 일부 오너 행태에 실망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복수의 제약업계 소식통은 “대개 제약과 같은 장치산업이 보수적인 것은 알고 있지만 직원 복지 등에는 무관심하고 경영 성과에만 몰두하는 일부 오너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이미 지난 2017년과 2018년 몇몇 제약사 오너가 갑질 행태를 보여 전 국민이 알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퇴직자 제보가 이어지자 몇몇 제약사는 내부적으로 대책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상위권 제약사는 영업부서를 중심으로 일정 직급 이상의 직원이 퇴직할 경우 회사 내부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함구하겠다는 각서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각서를 작성하고 퇴직할 경우 소정의 위로금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 제약사 퇴직자는 “각서 작성 사실도 알려지는 세상에서 비밀은 없다”면서 “각서도 법률적 구속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퇴직자 제보를 줄이기 위해서는 리베이트 제공과 담을 쌓는 합리적 제약사 경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부정적 제약업계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희망적인 것은 업계에 오너 2세와 3세 경영자가 늘어나며 기존 악습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라며 “당장 눈에 띄는 개선이 나타나기는 어렵겠지만 점차 퇴직자 제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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