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간부에 내려진 ‘해고’ 과하다는 중노위 판정에 행정소송 제기
업계 “노조 대상 첫 징계···강경한 대응 위해 첫 재판 승리 노릴 것”

최정우 포스코 회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최정우 포스코 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포스코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포스코가 노조 간부들에게 해고 등의 중징계를 내린 데 대해 중노위가 “과도한 징계”라고 판단한 것이 잘못됐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이번 소송 제기를 노조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일종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29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에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시사저널e가 확보한 소장에 따르면 중노위원장(박준성 성신여대 교수)이 피고로 적시된 가운데, 지난 8월 중노위가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한아무개 지회장 △이아무개 사무장 △김아무개 기획부장 등 3인에게 내린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것이 요지다.

이들 3인은 지난해 9월 노조 와해 문건을 확보하겠다며 경북 포항 소재 포스코 인재창조원 302호에 침입해 노무팀 직원의 수첩과 인쇄물 등을 빼앗고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같은 해 12월 회사로부터 해고·정직 등의 처분을 받았다. 당초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이들의 구제신청을 기각했지만, 중노위는 이를 받아들여 회사의 징계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포스코는 소장을 통해 △무단침입 및 폭력행사 등 위법 수단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들의 비위행위가 수사기관에 입건돼 수사 중이라는 점 △여성을 포함한 일반 직원들을 상대로 업무 수행을 방해하고 문서 등을 강제로 빼앗은 점 △피해를 입은 직원들을 상대로 진심이 담긴 사과가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중노위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빼앗은 서류를 외부에 유출한 행위가 사회통념상 용인되기 어렵다는 점 △갈취한 문서 등이 사실관계 확인 및 법적 판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보도돼 기업 질서가 훼손되고 회사 명예가 손상된 점 등을 들어 징계를 내렸고, 해당 징계가 범위를 일탈했거나 남용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추가로 들었다.

더불어 △회사 설립 후 유례없던 집단적 폭력행사였으며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공모됐고 △수사기관에서도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상해를 가한 행위 및 신체적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행위의 죄질이 매우 나쁘게 적용된다는 점 △사과 없이 사건의 피해자를 가해자로 포장하거나 발생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린 점 등을 감안해 회사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징계했는데, 중노위가 이를 감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근로자들이 302호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제지가 없었고 회사의 퇴장 명령이 없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회사의 징계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중노위의 판정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이 기습적으로 침입한 탓에 경황이 없어 제지 또는 퇴장을 행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기타 감경 사유로 꼽힌 노조 간부들의 포상 실적 또한 다른 근로자들과 유사한 수준이며, 이들이 공개한 문건도 노조 압박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적시했다.

이번 소송 제기와 관련해 포스코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 중인 관계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 확인 외엔 별다른 답변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업계에서는 결국 사측과 대립각을 세워 온 노조를 향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겠다는 뜻으로 보고 있다. 이들 3인 외에도 징계를 받고 중노위 등에 구제를 요구한 노조원들을 상대로도 강경한 자세를 고수할 의지를 피력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는 지난해 9월 설립됐고, 이에 앞서 지난해 7월 최정우 회장이 취임했다”며 “최 회장은 지난 재임 기간 동안 강력한 징계를 바탕으로 노조를 견제해 왔는데, 중노위의 판정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노조를 상대로 쉽게 굽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행정소송에 부쳐진 중노위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사례를 포함해 최근 1년여 동안 총 22명이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징계가 계류 중인 1명을 제외한 21명이 △견책 △경고 △감봉(1~2개월) △정직(2~3개월) △해고 등의 처분을 받았는데,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 따르면 이들 모두는 노조 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각에서는 “노조를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징계를 관철시켜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포스코가 이번 재판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징계를 받은 노조 간부 대다수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 등에 구제신청을 낸 상태다. 재판 결과가 이들의 판정에도 영향을 미칠뿐더러, 설사 이번과 같이 징계가 과하다는 판정이 나오더라도 재차 행정소송에 나서기 위해선 확실한 선례를 남겨둬야 이롭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때문인지 변호인단 역시 화려하다. 소장에 따르면 포스코의 소송 대리는 법무법인 세종이 맡았다. 총 5명의 변호인단이 구성됐다. 부장판사 출신의 정진호 변호사를 비롯해 중노위 법무지원과 변호사 및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사무관·서기관 등을 역임한 김동욱 변호사 및 기영석·김종수·장재혁 변호사 등이 포스코를 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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