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의장, 사법개혁법안 12월 3일 부의키로···“법사위 체계·자구심사 57일 불과해”
선거법·예산안 등 처리 및 여야 공조 균열 상황 해결 시간 등 고려한 ‘절충안’ 평가
민주 “원칙을 이탈한 해석”···한국 “법에 어긋난 해석, 내년 1월 말 부의해야”

문희상 국회의장이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사법개혁 법안을 오는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여야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선거제 개혁, 검경수사권 조정 등에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내용을 주 골자로 한 사법개혁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주장해왔던 ‘내년 1월 말 부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유감의 뜻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문 의장은 29일 백혜련(민주당)‧권은희(바른미래당) 의원의 공수처법 2건과 형사소송법 개정안‧검찰청법 개정안 등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 2건을 오는 12월 3일 본회의에 부의한다는 결정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통보했다. 이들 법안들은 지난 4월 30일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들은 오는 12월 3일 이후 60일 이내에 상정돼야 하고, 만약 상정이 되지 않을 시에는 이후 첫 본회의에 강제적으로 상정된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문 의장이 이날 사법개혁 법안을 자동 부의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문 의장이 여러 공식석상에서 신속한 사법개혁 법안 상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전날까지도 국회 관계자들은 문 의장이 자동 부의를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문 의장은 사법개혁 법안들에 대한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기간인 90일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자동 부의를 미뤘다. 사법개혁 법안은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상임위원회 심사 기간인 180일은 충족했지만, 법사위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로부터 이관 받은 지난 9월 2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체계·자구심사 기간이 57일에 불과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법사위 심사기간 미달’이지만, 문 의장의 ‘본심’은 국회 파행을 막는 데 중점을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11월 27일 선거법 개정안 부의, 12월 2일 내년도 예산안 본회의 처리 법정시한 등 굵직한 현안이 예정된 상황을 고려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한국당이 법사위 심사기간을 들먹이면서 ‘무조건 반대’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 부의를 밀어붙였을 경우 국회가 또다시 파행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파행은 또 다른 정쟁을 낳게 되고, 결국 패스트트랙 지정법안 처리는 어려울 것이라 보고 고심 끝에 나온 절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제, 예산안 등 처리도 앞둔 시점에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안신당 등 야당들과의 공조 균열 상황을 해결할 시간도 염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문 의장의 결단에 여야는 모두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님 입장에서 여야 간 더 합의 노력을 하라는 이런 정치적인 타협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것이지만 우리로서는 원칙을 이탈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사법개혁 법안의 경우 법사위 소관 법안으로 체계‧자구 심사 기간은 불필요한 만큼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180일이 지난 이날부터 부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민주당은 ‘선(先) 사법개혁 개혁안, 후(後) 선거법 개정안 처리’ 방침을 못 박기도 했지만, 이번 문 의장의 결정으로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원내대표는 “검찰개혁을 즉각 하라는 광장의 요구를 국회가 어떻게 수렴할지에 패스트트랙 공조를 했던 정당·정치 그룹이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검찰개혁과 선거 개혁을 어떻게 할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과의 협상만으로는 안 되니 이전에 패스트트랙 공조를 추진했던 야당과도 동시에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당도 문 의장의 결정에 반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뒤 기자들과 만나 “12월 3일은 (법사위에)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줘야 한다는 국회 해석과 상치되는 게 있다”며 “법에 어긋나는 해석”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사위에)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주면 내년 1월 말에 부의할 수 있다는 게 저희의 법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사법개혁 법안은 법사위 소관 법안이 아닌 사개특위 법안으로 법사위에 별도의 체계‧자구 심사기간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근거로 앞서 나 원내대표는 이날 문 의장이 자동 부의 결정을 내릴 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다소 시간을 벌게 된 한국당은 부의 전까지 공수처 신설, 선거제 개혁 등에 반대하는 여론전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만약 문 의장이 이날 자동 부의했다면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 때와 같이 여야가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이 됐을 것”이라며 “그나마 다행이지만 법과 원칙대로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 남은 한 달여 기간 동안 공수처, 선거제 등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데 당력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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