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정비사업 수주누계액 업계 2위 비결 리모델링
겹겹이 쌓인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 선호 증가 영향, 롯데건설 등도 기웃

포스코건설이 올 들어 현재까지 정비사업 수주총액 1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포스코건설이 올 들어 현재까지 정비사업 수주총액 1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 해 결실을 정산하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각 건설사가 도시정비분야 수주액 늘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포스코건설의 약진이다. 특히 포스코건설은 재건축·재개발 물량에만 치중하던 여느 대형건설사와는 달리 리모델링 수주에도 적극적이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9일 포스코건설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도시정비사업분야(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에서 총 1조1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의 수주누계액을 달성했다. 포스코건설의 수주총액은 1조5562억 원의 총액을 달성한 현대건설에 이은 업계 2위다.

특히 아크로 브랜드로 강남권 내 정비사업장에서 인지도를 높여온 대림산업, 자이로 10여 년 간 정비업계 최고자리를 지켜온 GS건설의 수주총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대폭 감소한 점에 견주어보면 포스코건설 성과는 이례적이다. 현재까지 대림산업은 9113억 원을, GS건설은 7089억 원의 수주총액을 기록하며 지난해 대비 각각 59%, 23% 급감한 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어서다. 물론 두 건설사는 공사비가 2조 원에 달하는 한남3구역 입찰에 참여한 만큼 오는 12월 해당 사업장에서 시공권을 확보한 건설사의 경우 얘기가 달라질 수는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포스코건설의 성과를 두고 다수의 리모델링 수주 결과라고 분석한다. 상당수 대형건설사는 리모델링을 등한시해온 반면 포스코건설은 사업성이 판단되는 지역의 리모델링 수주에는 공격적으로 참여했다. 올해 들어선 서초구 잠원등 훼미리아파트 리모델링(1110억 원), 성동구 성수동 장미아파트 리모델링(841억 원) 등 알짜입지의 시공권을 따냈고 다음 달에는 추정공사비가 2600억 원에 달하는 송파구 문정시영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과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 역시 수주누계액이 업계 상위권인 것에 대해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리모델링은 재건축, 재개발에 비해 활성화가 덜 된데다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쌍용건설을 제외한 건설사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이 뛰어들고 성과를 내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다른 1군 건설사 역시 뛰어들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는 모습이다. 특히 롯데건설이 최근 들어 서초구 잠원동 한신18차 337동을 비롯해 잠원동 롯데캐슬갤럭시1차, 용인 수지 초입마을아파트 리모델링 등 현장설명회 등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와 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재건축 재개발 정비사업장이 엎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들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리모델링 사업으로 선회하는 사업장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포스코건설의 전략이 빛을 발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했다는 것은 다른 대형건설사들도 뛰어들 여지가 있다는 것이며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 재건축 규제가 워낙 심하니까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각광받고 있다”며 “리모델링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 시공사 간 수주전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아직까지 리모델링 낙관론을 펼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대비 수익성이 현저히 낮은 리모델링 사업에까지 뛰어들 정도로 건설사들을 둘러싼 환경이 척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리모델링은 소모비용이 매우 커 경제적 관점에서는 선호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설업계 최상이 기업이 리모델링에 달려들려면 그간 하지 않던 리모델링이라도 붙잡아야 할 정도로 주택부문 건설업황이 악화되거나, 수직·수평증축 등이 허용된 리모델링 시장의 규모가 커져야만 하는데 아직까지 이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향후 2~3년 사이 갑자기 시장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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