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특권 없애는 것이 공평의 첫걸음

국세청이 대기업과 대자산가에 대한 세무조사 강도를 그 어느 때보다 높이고 있지만 국민개세주의가 실현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처럼 보인다. 면세자 비율은 여전히 높고 생계형 탈세범죄가 곳곳에서 시도되고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서 국세청은 대기업과 대자산가에 대한 고삐를 그 어느 때보다 바짝 죄었다. 최근 들어서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세무조사 공적들이 발표되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에만 ▲호화‧사치 고소득탈세자 122명(10월)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 탈세혐의 고액자산가 등 219명(9월) ▲민생침해 탈세혐의자 163명(7월) ▲지능적 역외탈세 혐의자 104명(5월) ▲신종·호황 고소득사업자 176명(4월) ▲불공정 탈세혐의가 큰 대재산가 95명(3월) 등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모두 고소득자와 관련된 탈세범죄다.

현 정부가 ‘국민모두에게 공평한 나라’를 핵심 국정 키워드로 삼고 있지만 세정 분야에서는 아직 미진하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실제 국세청 통계연보(2018년)에 따르면 2017년 귀속 근로소득세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 1801만명 중 결정세액이 없는 과세미달자는 739만명(41.0%)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4명은 소득이 있지만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생계형 탈세범죄는 상품을 구매하는 측이나 판매하는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특히 ‘현금구매 시 할인’의 경우 신용카드의 보편화되면서 일부 업종에서 여전히 음성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신용카드로 구매하는 소비자원 현금 구매자를 차별하는 것은 명백한 여전법(19조 1항) 위반이지만 이를 불법행위로 인식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POS) 시스템의 보편화로 자영업자들의 소득탈루 행위들이 많이 줄었지만 인적 용역을 공급하는 헬스장이나 레저분야 등에서는 현금할인의 유혹이 여전히 거세다. 인적용역을 무자료로 공급하고 현금으로 수입을 올리면 부가가치세뿐만 아니라 소득세까지 줄일 수 있다.

정부는 면세자 증가에 대한 우려가 산업계와 정치권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지만 인위적인 면세자 비중 축소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공제혜택을 줄이면 저소득층에서 세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생계형 탈세범죄에 대한 감시도 아직은 요원하다. 민원이 없으면 사실상 인력문제로 현장 단속은 쉽지 않다.

정치권 안팎에선 ‘공평’을 강조하는 현 정부가 세정현장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민개세주의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인사는 “적게 내더라도 소득이 있는 모든 국민이 직접세를 내야 한다. 한 쪽에서만 일방적으로 걷는 세금으로는 공평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개세주의는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내야한다는 것으로, 과거 면세특권 누리던 귀족층에게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도입된 원리다. 헌법에 따라 모든 국민은 납세의무를 진다. 저소득층이라고 해서 특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공평의 첫걸음은 모든 특권을 없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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