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철 연구위원 “디플레이션 단정은 어려워···통화정책 물가안정 중심에 둬야”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와 관련해 말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와 관련해 말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저물가에 대해 공급측 요인보다 수요측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물가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현 상황을 디플레이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물가안정이 더욱 중시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28일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1월들어 전년동기대비 소비자물가 증가율이 0%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지난 8월(-0.038%)과 9월(-0.4%)에는 처음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올해(1∼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로 2013∼2018년 평균 1.3%보다 0.9%포인트 낮다. 물가안정목표 2.0%보다도 크게 낮다.

정 연구위원은 “올해의 물가상승률 하락은 정부 복지정책이나 특정 품목에 의해 주도됐다기보다는 다수의 품목에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며 나타난 현상으로 판단된다. 정부 복지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이 배제된 민간소비 디플레이터 상승률(2019년 상반기)은 0.5%로 축소됐으며, 생산자물가 상승률(2019년 1~9월)도 0.0%에 그쳤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평균값(0.4%)과 함께 중간값(0.3%)도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물가상승률 하락이 특정 품목의 극단치에 의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1~9월) 물가상승률이 작년보다 낮아진 품목의 비중은 63.7%였다.

다만 정 위원은 “금년 9월에 발생한 물가 하락에는 일시적인 공급 충격이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어 물가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현 상황을 디플레이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올해 낮은 물가상승률에 대해 공급측 요인보다 수요측 요인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정 위원은 “금년의 낮은 물가상승률에 일시적인 공급 측 요인뿐 아니라 수요 측 요인도 주요하게 작용했다”며 “올해(1~9월) 물가상승률은 2013~18년 평균인 1.3%에 비해 0.9%포인트 낮다. 주요 공급 충격인 날씨나 유가 등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식료품과 에너지는 물가상승률 하락에 ­0.2%포인트 기여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0.3%포인트)과 서비스(­0.4%포인트)도 물가상승률 하락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모두 하락한 것은 공급 충격보다는 수요 충격이 더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공급 충격이 주도한 경우에는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반대 방향으로 변동한다. 수요 충격이 주도한 경우에는 같은 방향으로 변동한다”고 밝혔다.

이는 저물가 현상이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의 기저효과와 복지 확대 정책 등 공급 측면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것이라는 정부 입장과 다른 판단이다.

또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졌던 물가 상승률 추세가 미국, 영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에서는 반등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낮은 물가 상승률을 전 세계적인 저물가 현상의 반영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경기가 급락하면서 미국, 영국 등 대부분의 주요국에서 물가상승률 추세가 하락했으나 경기 회복과 함께 물가상승률 추세도 점진적으로 반등해 각국의 물가안정목표 수준을 회복했다”며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을 겪었던 일본에서도 2013년부터 아베노믹스의 주요 정책인 적극적인 통화정책 운용에 따라 물가상승률이 일부 반등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물가안정이 더욱 중시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위원은 “2013년 이후 물가상승률이 통화정책의 물가안정목표를 지속적으로 밑돌았다. 우리 경제의 물가안정이 충분히 달성되지는 못한 것으로 판단 한다”며 “일례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의 상승률이 상당 기간 물가안정목표를 하회하는 1% 내외에 정체되고 경기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통화당국은 가계부채 급증에 대응해 2018년 1월 말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고 밝혔다.

이어 “물가안정은 통화정책 이외의 정책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을 중심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거시경제 차원의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거시건전성 규제를 비롯한 금융정책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물가안정이 금융안정의 전제조건임을 상기해야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