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2000억 부담 특수소화시스템 설치 완료까지 “최소 7~8개월”
호평 얻은 행보 퇴색···업계 “정부, 조속한 사고원인 규명해야”

삼성SDI 배터리가 장착된 경남 김해의 한 태양광발전설비 ESS에서 지난 27일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경남소방본부
삼성SDI 배터리가 장착된 경남 김해의 한 태양광발전설비 ESS에서 지난 27일 화재가 발생했다. / 사진=경남소방본부

경남 김해 소재 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또 다시 불이 났다. 지난 21일 경남 하동에서 발생한 후 6일 만에 화재가 난 ESS에는 삼성SDI 배터리가 장착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화재는 전날(27일) 오후 5시께 김해시 한림면 장방리 소재 750kW급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ESS에서 발생했다. 32.4㎡(약 10평) 규모의 ESS 1동과 리튬이온배터리 모듈 297개가 전소해 소방당국 추산 7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ESS 화재는 2017년 8월 전북 고창에서 처음으로 보고된 이후 이번 김해까지 총 28건이 발생했다. 정부의 ESS 화재원인조사 발표 후 두 달여 만에 벌써 5번째 화재가 계속발생하면서 배터리업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가중되는 모양새다. ESS 전체 화재 중 삼성SDI 배터리가 쓰인 경우는 총 10건이며, 정부의 화재조사 후에도 2건의 화재가 추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강원도 평창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약 한 달만에 삼성SDI 배터리 장착 ESS에서 불이 난 셈인데, 전체 화재를 놓고 보면 삼성배터리 장착 화재빈도 수는 35.7%다. 국내 시장점유율이 약 45%인 것을 감안하면 낮은 수치로 비춰지지만, 전체 ESS 화재가 최근 26개월 새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결코 좌시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과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김해에서 난 불로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가 됐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최근 삼성SDI가 ESS 화재와 관련해 최근 호평을 얻는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달 14일 삼성SDI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안전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외부 유입 고전압·고전류를 차단하고, 특수소화시스템을 ESS에 추가로 적용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특히, 기존 삼성SDI 배터리 장착 ESS에 특수소화시스템을 설치하는 비용 2000억원을 회사 측이 부담한다고 공언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기존 사업자들에 비용부담을 전가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곳이 삼성뿐이었기 때문이다. 업체 측은 “(화재로 위축된)국내 ESS 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책무 때문”이라며 부담의 이유를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23일에는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직접 기자들 앞에 나서 특수소화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향후 전 사이트에 특수소화시스템 설치가 완료되면, 혹시 모를 화재를 100% 완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호평에 자신감까지 더해진 삼성SDI의 이례적인 행보는 침체된 ESS 산업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평가됐으나, 이번 화재로 분위기가 다소 반감됐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재빈도가 높은 LG화학이 ESS 화재와 관련해 포화가 집중됐는데, 이번 화재로 삼성SDI 배터리가 쓰인 ESS 화재보고가 두 자리 숫자가 된 만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시사했다. 또 “정부의 화재원인조사 발표 당시 배터리 결함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으나 국정감사 과정에서 해당 조사에 여러 의구심들이 제기됐다”면서 “개별 업체에 추가적인 화재원인 규명이 요구됐고, 조사가 실시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연이은 ESS 화재 원인 규명이 선제되고, 이에 발맞춰 화재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인 가운데 삼성SDI가 자발적으로 ‘업계 고사를 막기 위해 불부터 잡아야 한다’며 특수소화시스템을 내놓았다는 점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이 제 때 나오지 않는 가운데 호평을 얻은 개별 기업의 독자적 방안이 불과 며칠 만에 발생한 화재로 퇴색된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한편, 화재가 난 김해 ESS에는 삼성SDI의 신규 특수소화시스템이 설치 전이었다. 삼성SDI가 국내 전 사이트에 설치작업을 마친 △안전성 고전압 보호장치 △랙 퓨즈 △모듈 퓨즈 등 3단계 안전장치는 장착돼 있었다. 업체 측은 전국 ESS 사이트에 특수소화시스템 설치가 완료되기까지 최소 7~8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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