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1960년대생 시중은행장, ‘조직 유연화’ 성과···실적은 지난해 대비 소폭 악화
초저금리·대출규제 등 악재···혁신 금융 상품, 새 성장동력 기대

허인 KB국민은행장/사진=KB국민은행
허인 KB국민은행장/사진=KB국민은행

허인 KB국민은행이 차기 은행장 단독 후보로 추천되면서 사실상 1년 연임을 확정 지었다. 허 행장은 지난 2년 동안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준수한 실적을 거두는데 성공했으며 디지털 전환기와 주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맞춰 조직 유연화를 이뤘다는 평가도 받는다.

허 행장은 연장된 1년의 임기 동안 신한금융그룹에게 내줬던 KB금융그룹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 사업과 혁신 금융 상품 출시 등이 새로운 성장 동력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다만 초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대출 규제 등은 경영의 주요 악재로 꼽히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24일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열고 허 행장을 차기 은행장 후보로 재선정했다. 내달 20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던 허 행장은 1년 더 국민은행을 이끌 수 있게 됐다.

허 행장은 1961년 경상남도 진주 출신으로 대구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한국장기신용은행에 입행하면서 은행에 발을 디뎠으며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에 합병되며 국민은행과 인연을 맺었다.

장기 기업 대출을 주력으로 하는 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서 허 행장은 국민은행에서도 대기업팀 팀장과 동부기업금융지점장 등을 역임하며 기업영업 역량을 뽐냈다. 이후 여신심사본부 상무와 경영기획그룹 전무, 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2017년 11월 국민은행장에 올랐다.

허 행장은 최초의 1960년대생 시중은행장으로 진옥동 신한은행장(1961년생), 지성규 KEB하나은행장(1963년생)으로 이어지는 세대 교체의 시작을 알린 인물이다. 젊은 은행장으로서 그는 임기 동안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첫 임원인사에서 부행장을 8명에서 3명으로 대폭 축소하는 대신 실무에 능하고 젊은 전무와 상무를 늘렸으며 일부 여직원들에게 적용되던 유니폼 의무 착용도 폐지했다. 프제젠테이션 형식의 보고 체계도 문서프로그램으로 대체하며 불필요한 업무를 줄였으며 커피 제공 행사 등을 수시로 시행해 직원들 간의 소통도 늘렸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맞춰 영업점의 유연근무제를 확대 도입했으며 지난 1월 총파업을 시행한 노조와 진통 끝에 협의에 성공, 추가 파업을 막아내기도 했다.

디지털 전환 사업도 강하게 추진했다. 허 행장은 지난해 11월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DT(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선포식을 갖고 2025년까지 총 2조원 규모의 디지털 관련 투자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허 행장은 전산업무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사업에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며 현재 KB금융그룹의 디저털혁신부문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대비 소폭 악화된 실적이 다소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하지만 희망퇴직 비용 등 일회성 비용과 경기둔화 등 악재를 고려하면 견고한 실적을 유지한 것으로평가받는다. 지난 3분기 기준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67억원으로 지난해 2조793억원보다 3.49% 낮아졌다.

다만 향후 1년의 임기 동안 실적 악화가 계속될 위험성은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에만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함으로써 1.25%의 초저금리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은행 수신금리도 0%대로 내려가고 있다.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로금리 또는 마이너스 금리인 셈이다.

저금리를 활용한 대출 확대는 정부 대출 규제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신 예대율을 도입해 가계대출에 위험가중치를 15% 적용할 방침이다. 기업대출에는 15% 하향 가중치가 부과된다.

내달 출시를 앞두고 있는 디지털 혁신 금융 상품 리브 엠(Liiv M)은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국민은행은 LG유플러스로부터 통신망을 빌려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시작으로 통신과 금융의 결합을 통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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