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100년과 독립운동가] 동학농민운동과 의병 활동으로 일본에 맞선 김수민

2019년 대한민국은 임시정부 수립과 3.1 운동 100주년을 맞았다. 1910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은 끊임없이 항일독립운동을 했다. 1919년 3월 1일 전국 방방곡곡에서 남녀노소 모두 일어나 만세운동을 했다. 다음 달인 4월 11일 독립운동가들은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다. 당시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다. 이는 우리 민족의 자주 독립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시사저널e는 임시정부 수립과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 자료를 바탕으로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사람들의 삶을 기사화한다. 특히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조명한다. [편집자 주]

김수민(金秀敏) 선생은 동학농민운동에 앞장서며 국권을 침탈한 일본과 싸웠다. 이후 의병을 조직해 13도창의군과 연합 서울진공작전에 참여했다. 의병장 김수민은 주로 경기도 북부와 강화도 일대에서 일제와 싸웠다. 선생은 경기의병의 형세가 약화되고 일본군의 탄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반전을 꾀하기 위해 대규모 서울진공작전을 계획했다.

선생은 1867년 경기도 장단군 북면 솔랑리에서 태어났다. 동학농민운동으로 반일투쟁을 시작했다. 농업에 종사하던 선생은 1894년 전국적으로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을 때 농민군에서 활동했다. 선생은 일본이 경복궁을 점령한 이후 제2차 동학농민운동에서 농민군으로서 일본과 싸웠다.

이후 일제는 광무황제를 강제퇴위 시키고 대한제국 군대를 해산했다. 한반도를 식민지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선생은 의병을 일으켰다. 당시 시위보병 제1연대 제1대대장 박승환 참령의 자결을 시작으로 시위대의 봉기가 일어났다. 지방에서는 진위대가 해산을 거부하고 농민들과 함께 의병봉기를 했다.

선생은 1907년 9월 2일 거주하던 장단군 북면(北面) 솔랑리에서 산포수와 농민들을 중심으로 의병을 모았다.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300여 명의 의병부대를 출범시키고 개성군 대흥산(大興山) 창고에 보관 중이던 정부 소유의 대포 30문과 소포 150문을 빼앗아 무장했다. 이후 병력을 장단군 덕음동(德蔭洞)으로 이동시켜 거점으로 삼았다. 보부상들을 모아 정보대를 만들어 일본군의 동향에 대해 알아보도록 했다.

선생은 군용품을 모을 때 부자들로부터 음식과 옷을 충당했다. 어려운 농민들에게서 강제로 모으지 않았다.

◇ 의병 이끌고 일제 헌병분파소 등 공격

선생은 경기 장단·마전 등지를 중심으로 의병운동을 했다. 1907년 10월 27일 700명의 의병부대원을 이끌고 장단군 고랑포(高浪浦)를 습격해 일제의 최일선 침략기구인 헌병분파소 등을 불태웠다.

그해 11월 선생은 13도창의군과 서울진공작전에 참여하고자 연합의병에 가담했다. 11월 10일 김수민 의병부대는 풍덕군으로 이동해 영비포(領非浦)분파소를 공격해 불태웠다. 이후 개성군으로 이동해 예성강(禮成江)의 창릉포(昌陵浦)를 공격했다.

이에 일제는 11월 17일 일본군 다가미(田上) 대위가 이끄는 개성수비대 36명을 김수민 의병부대의 근거지가 있는 삭령 서남 40의 솔랑리로 급히 파견했다. 김수민 의병부대는 다가미 부대의 기습공격을 받고 6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러나 이후 김수민 의병부대는 일본군의 공격을 교묘히 받아치고 의병부대를 재정비했다.

◇ 전국 의병들과 함께 서울진공작전에 참여하다

김수민 의병부대는 일본군과 치열한 교전을 이어가면서 허위와 연합의병을 조직했다.

당시 허위는 관동창의대장 이인영과 전국적인 연합의병체인 13도창의군 창설에 핵심 역할을 했다. 13도창의군은 이인영을 총대장으로 하고 허위, 민긍호, 이강년 등 주요 의병장들이 참여했다. 13도창의군은 곧 서울진공작전을 추진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당시 서울진공작전은 서울을 점령해 유리한 위치에서 국권회복 문제를 통감부와 ‘담판’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담판이 실패하더라도 송병준, 이완용, 박제순, 권중현, 이지용 등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처단하고 의병이 믿는 인물로서 정부를 구성하고자 했다. 외국인 등을 몰아내 우리나라의 독립을 보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서울진공작전의 작전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허위가 선봉대를 이끌고 서울 동대문 밖 30리에 도착하면 총대장 이인영이 후속 본대와 각도 창의대장이 진군하는 것이었다. 약속한 날과 장소에서 일시에 서울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이들이 약속한 집결지는 양주였다. 각도의 의병들은 양주로 출발했다. 김수민도 900여 명의 의병 부대원을 이끌고 양주로 향했다.

그러나 1908년 1월 허위가 선봉대 300명을 이끌고 서울 동대문 밖 약 30리 지점에 도착했을 때 후속 부대들은 일본군과의 교전으로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 허위의 선봉대도 일본군의 공격을 받아 후퇴했다.

이 상황에서 일본군 다가미 부대는 김수민 부대가 주둔하고 있던 구화장 서북쪽 열은동 및 그 서북방 고지를 기습 공격했다. 이 전투에서 김수민 부대 전 시위보병 제1연대 제1대대 부향관(附餉官)이었던 현덕호(玄德鎬) 등 28명이 순국했다.

서울로 진군하던 이인영도 1908년 1월 28일 문경에 있던 부친의 사망 소식을 접하자 부친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문경으로 돌아갔다. 결국 서울진공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 경기 동북부 연합의병 조직해 일본군 물리쳐

서울진공작전이 실패 한 후 1908년 2월 김수민 선생은 의병부대를 이끌고 장단군 구화장 방면으로 돌아왔다. 선생은 이곳을 근거지로 하면서 양주, 포천 등지 의병들과 연합했다. 경기 동북부 지역 의병들과 연합의병을 조직해 의병운동을 했다.

선생은 서울진공작전 실패 후 전국적인 연합의병 조직보다는 소규모 연합의병을 구성해 유격전으로 일본군과 맞섰다.

1908년 2월 초순 김수민 선생은 여러 의병장과 함께 700여 명의 의병을 이끌고 장단 고랑포 등지를 공격했다. 이어 연천군 읍내를 공격해 우편취급소와 헌병분파소를 깨부쉈다.

이러한 의병전술에 일본군은 밀정, 척후활동을 강화해 의병활동을 위축시키고자 했다. 그럼에도 김수민 의병부대는 경기 동북부 지역에서 주도적인 의병항쟁을 해 나갔다. 특히 정찰 활동을 강화해 일본군 정찰대를 기습 공격했다. 또 부대를 나눠 이동해 일본군의 의병에 대한 정찰 활동을 약화시켰다.

선생은 1908년 3월 24일 부하 150명을 이끌고 고랑포(高浪浦)에서 마전군(麻田郡)으로 이동하면서 매복 활동으로 정찰 나온 일본군 수비대 마스마(增田) 상등병 외 4명을 공격했다.

그해 4월 김수민은 의병 활동 무대를 마전군에서 장단군으로 이동했다. 김수민은 20여명 정도의 인원으로 유격대를 편성해 4월 16일 구화장(九化場) 헌병분견소를 공격했다. 병기와 탄약을 빼앗았다.

보훈처는 “김수민 선생은 군사전술에도 능했다. 일본군에 의해 궁지에 몰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나 능히 빠져나갔다”며 “부하를 곳곳에 배치해 본인은 작은 규모의 의병부대장으로 활동하므로 체포하기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일본군은 김수민 의병부대를 탄압하기 위해 토벌대를 편성했다. 토벌대는 헌병 100여 명, 삭령수비대, 적성수비대, 5개 토벌대, 5개 척후대로 구성된 대규모 부대였다.

일본군 토벌대는 그물망 같은 의병 탄압작전을 했다. 이로 인해 김수민 의병부대는 큰 타격을 입었다. 11월에 선생은 장단군 대남면(大南面)에서 재기하고자 했다. 12월 김수민 선생은 그 세력 범위를 확대했다.

선생은 1909년 1월 25일 부하 20여 명을 이끌고 토산군 유촌면(柳村面) 육수동(六修洞)을 공격한 후 안협군 방면으로 이동했다.

선생은 군자금 모집 활동을 하면서 군자금을 거부한 부자들은 처벌했다. 군자금 모집에 불응한 안협군 군내면(郡內面)의 재산가 정창순(鄭昌淳)을 삭령군 북면 갈곡동(葛谷洞) 방면으로 붙잡아들인 후 의병의 근거지인 철원군 보개산중에 가두었다.

◇ 끝까지 동료 의병 지키고 순국

김수민 선생은 1909년 3월 20일 밤 북문을 통해 몰래 서울로 들어갔다. 선생은 총기와 군수품을 구입했다. 이후에도 선생은 서울에 몰래 들어가 단발총 60정 등 여러 군수품을 구입한 뒤 서울을 빠져나왔다.

이후 연기우와 연합의병을 추진한 선생은 근거지를 적성군으로 옮겼다. 선생은 부하들에게 적성군의 부자들을 상대로 돈과 곡식을 모아오도록 했다.

선생이 이처럼 총기 구입과 군자금 모집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연합의병을 통해 새로운 작전을 시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당시 연기우는 선생에게 편지를 보내 양 의병부대가 연합해 서울을 공격하자고 제안했다.

선생이 연기우와 연합해 서울진공작전을 계획한 것은 당시 일제의 탄압으로 의병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대규모 서울진공작전을 시행하고자 함이었다. 이를 통해 반전을 꾀한 것이다.

선생은 서울의 정세를 살피기 위해 다시 서울로 몰래 들어갔다. 그러나 일본군은 서울 곳곳에 밀정을 심어놓고 감시를 강화했다.

이후 선생은 고양군(高陽郡) 하도면(下道面) 화전리(花田里)로 피신했다. 그러나 1909년 8월 12일 경성필동헌병대에 발각돼 체포됐다.

선생은 체포된 후 헌병대사령부에서 취조를 받으며 모진 고문을 받았다. 그럼에도 선생은 “나를 죽일지 살릴지 빨리 결정할 것이고, 나에 대해 장황하게 질문하여도 답할 것이 없다”며 끝까지 동료 의병들을 지켰다.

일제는 선생을 내란죄로 교수형에 처했다. 김수민 선생은 1909년 12월 7일 순국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선생의 공훈을 기리어 1962년 독립장을 추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