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 교육 수강생 중 90%는 비전공자···“공급 부족한 글로벌 데이터 시장 인력 키운다”

“요샌 초등학생도 코딩 배운다더라.”

문과 출신 친구들과 나눈 대화다. 수학1만 배웠던 기자의 주변 문과생들에게는 새삼 충격으로 다가왔나보다. 4차 산업혁명 덕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가 주목받고 있다는 것도, 개발자들 몸값이 억대로 올랐다는 것도 비전공자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뿐이었다. 하지만 세상도 바뀌었다. 비이공계, 비전공자들도 데이터 분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더넥스트스쿨은 데이터사이언스 직무교육 ‘DS스쿨’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2017년 첫 강의 시작 이후 누적 7000명이 DS스쿨 데이터 교육을 들었다. 회사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데이터 사이언스 교육이 이들의 목표다.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에도 데이터 기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 시장 속에서 전공자와 비전공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정수덕(이하 정), 강성희(이하 강) 공동 창업자를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DS스쿨 강의장에서 만났다.

DS스쿨 창업 이야기가 궁금하다. 공동창업자 3분 모두 IT대기업, 벤처캐피털에서 일하시다가 창업하셨는데.

정: 새로운 커리어를 고민할 시점에 성인 교육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중에서도 데이터 산업이 발전하고 사업이 커져가는데 막상 일을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파악했다. 당시 데이터사이언스 강의를 진행하던 강성희 이사 수업을 듣고 사업 모델을 확신했다. 강 이사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선물을 사들고 고맙다고 오더라. 그의 인기를 보고 성인 교육 데이터 실무 사업을 준비했다.

강: 2013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했다. 학부생들 100명 정도를 선발해서 교육시켰다. 수강생들은 데이터 교육을 통해 대기업 취업 혹은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 중 한 철학과 학생이 두각을 보였다. 알고보니 고등학생 때 본인 적성과 다르게 주변 조언으로 철학과에 진학했더라. 많은 학생들은 선천적으로 진로를 선택한다. 성적에 맞춰서 과를 선택하고, 과에 맞춰 직업을 선택한다. 진로도 후천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전공자뿐만 아니라 비전공자들도 데이터 사이언스를 배워 취업, 이직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만들고 싶었다.

창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강: 수업의 질을 유지하는 것. 교육 사업은 강사 의존도가 높다. 회사를 확장하려면 강사를 충원해야 한다. 강사를 늘리면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 하지만 소수정예 수업으로 진행하면 회사가 크지 않는다. 처음엔 수업 질에 대한 욕심이 컸다. DS스쿨 수업 80~90%를 내가 직접 맡은 적도 있었다. 일주일에 90시간까지 강의했다. 직접 수업해야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지금은 강의의 질을 유지하면서 신뢰하는 강사들을 충원했다.

정: 국내 데이터 교육 기업처럼 우리도 전문가 수업부터 시작했다. 창업 당시 2017년에는 전문가 중심 데이터 수업들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수업을 해보니 수강생 80퍼센트가 데이터 분석은 해보지 않은, 비전공자였다. 그러다보니 비전공자들이 수업을 듣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았다. 수업 난이도를 대폭 개선하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비전공자 데이터 사이언스 강의로는 DS스쿨이 국내 최초지 않을까.

왜 데이터 사이언스였나.

정: 우선 데이터 시장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실리콘밸리 지인들에게 들은 이야기다. 2012년 구글에서 일하던 인공지능 개발자 연봉이 2억50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7억2000만원까지 몸값이 뛰었다. 어마어마하지 않나. 이는 수요보다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데이터 인재를 모으고 있다. 사업은 해야하는데 데이터 전문 인력은 부족하다.

강: ‘공대에서 데이터 교육을 더 많이 가르치면 공급이 늘어나지 않을까’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력은 단순 개발자가 아니다. 데이터를 적용하며 해당 사업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의류 디자인, 마케팅, 모바일 쇼핑 등에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부족하다. 다시 말해 비전공자 데이터 분석가들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수덕(왼쪽), 강성희 DS스쿨 공동창업자가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DS스쿨 강의장에서 시사저널e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권태현PD
정수덕(왼쪽), 강성희 DS스쿨 공동창업자가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DS스쿨 강의장에서 시사저널e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권태현PD

DS스쿨의 주요 수요층은.

정: 25~35세 수강생이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35~45세 수강생들이다.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비교하면 비전공자가 거의 전체 수강생 중 90퍼센트다. 사업하면서 느끼는 건 이미 양질의 데이터 사이언스 교육 자료가 많다는 것이다. 좋은 교과서는 많지만 혼자 공부하려니 초보자들은 막막할 수밖에 없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은 수강생들이 DS스쿨을 찾는다.

기억에 남는 인상깊은 수강 후기가 있다면.

정: 많은 수강생들이 ‘DS스쿨은 당장 기업에서 쓸만한 내용을 가르쳐 주네요’라고 말한다. 한 남자 수강생은 데이터 사이언스 교육을 통해 웹사이트 자료를 기반으로 데이트 코스를 짰다고 하더라. 일상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이 우리의 사업 의도다. 꽤나 보람찼다.

강: 창업자이자 강사 입장에서는 열심히 공부해 목표를 달성한 수강생들이 기억에 남는다. 수업을 듣다가 취업 고민을 토로한 수강생이 있었다. 취업이 안되는 과를 졸업해 비전이 없다고 하더라. 하지만 데이터 사이언스 수업을 열심히 듣더니 다음해 제1금융권 회사와 대형 게임사에 동시 합격해 행복한 고민을 했다. 다른 기억에 남는 분은 장애가 있으셨던 수강생이다. 글 쓰는 것도 힘들어하셨던 분인데, 데이터 분석을 해보고 싶어서 수업을 신청하셨다고 했다. 그 열정에 나도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국내 데이터 교육 기업과 다른 DS스쿨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정: 고객경험에 계속 집중하는 것이다. 많은 교육회사들은 외형 확장에 집중한다. 우리는 고객 경험을 기반으로 자체적인 연구개발(R&D)팀을 운영하고 있다. 규모 대비 R&D팀과 강사를 많이 확보한 스타트업 중 하나다. 사실 DS스쿨이 인기를 얻은 것도 입소문 덕이었다. 영업을 뛰진 않았다. DS스쿨 수강생들이 추천을 해서 기업 강의 문의도 많이 들어왔다. 사업은 제품이다. 제품이 좋으면 (매출이나 성장은) 따라온다. 지금 입문반은 110기까지 진행했는데, 계속해서 수강생 설문을 받고 커리큘럼을 업데이트 중이다. 해외 거주자 요청에 따라 온라인 강의도 열었다.

국내 데이터 사이언스 시장 전망은.

: 더 커질 것이다. 과거에는 개인용 컴퓨터가 없었다. 지금은 회사에서 개인 컴퓨터, 노트북 없으면 업무가 안된다. 데이터 사이언스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데이터를 활용할 때가 올 것이다. 지금도 엑셀 프로그램 자체가 데이터를 쓰는 행위다. 모든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에 데이터를 깊게 적용하려고 한다. 자율주행자동차 등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은 다양하다.

내년 DS스쿨 계획과 목표는.

정: 만들고 싶은 수업이 많다. 핵심은 온오프라인 수강생들이다. 내년에도 최대한 사람들이 듣고 좋아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겠다. 회사 매출은 결과적 지표다. 선행 지표는 고객의 니즈(Needs)다.

강: 2020년, 2021년까지 DS스쿨이라는 직무교육업체 입지를 확실하게 다지는 것이 목표다. 직무교육은 DS스쿨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대기업들은 직무 교육 업체 수업을 받은 수강생들을 직접 채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짧게 배워서 어떻게 데이터 분석을 해?’라는 인식 탓이다. 이제는 ‘DS스쿨 출신은 일 잘한다’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지금까지 오프라인 강의에 집중해 브랜딩에 소홀했다. 내년부터는 질 좋은 온라인 강의를 확대하고 개인 맞춤형 강의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단기적인 계획이다.

정수덕, 강성희 창업자의 꿈과 비전은.

정: 데이터는 사회 전반적으로 필요하다. 무거운 이야기지만 최근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며 시민들이 서로를 공격하고 있지 않나. 양극화의 기반은 선동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이나 온라인에서 데이터 중심 근거 기반 체계가 자리잡는다면 이런 (양극화) 문제가 조금은 해결되지 않을까. 기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데이터가 활용되는 사회가 왔으면 한다.

강: 젊은 청년들이 취업난을 겪고 있다. 많은 인재들이 자신의 진로에 한계를 두고 노량진에서 고시 공부를 하고 있다. 좋은 현상은 아니지 않나. 청년들이 얼마든지 나의 직업을 찾고, 진로를 바꿀 수 있도록 돕는 것이 DS스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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