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KB손보 대표, 실적 부진으로 세 번째 연임 ‘안갯속’
허정수, 이동철 등 지난해 대비 큰 폭 실적 개선···‘2+1년 임기’ 보장 유력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왼쪽부터)와 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사진=KB금융지주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왼쪽부터)와 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사진=KB금융지주

KB국민은행장을 시작으로 KB금융지주가 계열사 CEO 교체기에 들어 갔다. 내달 임기가 만료되는 허인 국민은행장은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사실상 연임에 성공했으며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생명보험, KB저축은행, KB자산운용의 대표들은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KB금융은 일반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계열사 CEO들에 대해 2년의 임기와 1년의 연임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CEO들은 허 행장과 같이 1년 연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4년째 KB손보를 이끌고 있는 양종희 대표는 최근 업계 불황으로 인한 실적 악화를 면치 못하고 있어 추가 연임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은 24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허인 현 은행장을 재선정했다. 허 행장은 영업환경이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꾸준한 실적을 거둔 점 등을 이유로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다.

최대 계열사 국민은행의 CEO 인선을 빠르게 처리한 대추위는 다른 계열사 CEO인선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양종희 KB손보 대표를 비롯해 이동철 국민카드 대표, 허정수 KB생명 대표, 신홍섭 KB저축은행 대표, 이현승·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 등이 일제히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된다.

이중 업계의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이는 양종희 KB손보 대표다. 양 대표는 지난 2016년 대표직에 오른 후 두 차례 연임해 성공, 무려 4년째 KB손보를 이끌고 있다. KB금융지주 내에서도 윤종규 회장 다음으로 오랜 기간 CEO직을 수행하고 있다.

KB금융지주에서 전략기획부 부장과 전략기획담당 상무 등 요직을 거쳐 부사장까지 역임한 그는 지난 2017년 국민은행장 선임 당시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지금도 윤 회장의 후임 후보군 중 하나로 항상 거론된다.

하지만 최근 상황만 놓고 보면 양 대표의 3번째 연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업계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가 가장 큰 불안요소다. 24일 KB금융이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KB손보는 지난 3분기 동안 23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KB국민은행과 KB증권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기는 하지만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10.35%나 줄어든 수치다. 양 대표 취임 첫해인 2016년 3분기(2482억원)와 비교해도 5.76%나 감소했다.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는 업계 순위도 하락했다. KB손보는 지난 2016년 상반기 기준 업계 4위에 위치했었지만 올해 메리츠화재에 밀려 5위로 내려갔다. 다만 윤 회장과 함께 지주사에 있으면서 깊은 신임을 받아온 인물이라는 점은 여전히 연임의 긍정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보험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허정수 KB생보 대표는 양호한 실적으로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허 대표는 국민은행 재무관리 부장, 재무본부 본부장 등을 거쳐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와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한 후 지난해부터 KB생명을 이끌고 있다.

KB생명의 지난 3분기 누적 실적은 182억원으로 지난해(182억원) 대비 35.82%나 증가했다. 허 대표는 온라인사업과 디지털부문에 힘을 쏟으며 KB생명의 체질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체는 물론 그룹 내에서도 작은 영향력을 확대해야 하는 점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이동철 국민카드 대표도 취임 후 꾸준히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이 대표가 취임하기 전인 2017년 3분기 국민카드의 당기순이익은 2339억원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 2455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3분기 누적실적은 보다 증가한 2510억원으로 나타났다. 취임 전과 비교한 실적 증가율은 7.31% 수준이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좋지 못한 업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동차 할부 금융, 중금리대출, 해외사업 진출 등 수익 다각화를 위한 사업을 꾸준히 추진했다.

신홍섭 대표의 KB저축은행과 이현승·조재민 대표가 이끄는 KB자산운용도 최근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KB저축은행은 지난 3분기 1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대비 34%나 늘어난 수치다. KB자산운용 역시 같은 기간 실적이 325억원에서 359억원으로 10.46% 개선됐다. 다만 조 대표의 경우 다른 이들과 달리 이미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바 있어 이번을 마지막으로 자리를 떠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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