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韓日 총리 면담서 양국 ‘대화 본격화·갈등 방치 안 돼’는 합의
아베, '개인 청구권 해결 됐다'는 기존 입장 되풀이···정부의 강제동원 피해자 소통 여부도 주목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면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면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한일 간 대화 본격화와 갈등 방치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여전히 강제동원 배상판결과 관련 ‘국가 간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는 데 서로 다른 입장을 내비쳤다.

아베 총리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다 해결됐다고 반복한 것이다. 이는 국민 정서와 피해자 입장에서도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라 향후 한일 정부 갈등 해소 과정 및 강제동원 피해자와의 소통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받는다.

24일 이 총리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오전 11시 12분부터 33분까지 21분간 일본 총리관저에서 단독 회담했다. 앞서 이 총리는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식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일본 외무성 발표를 종합하면 양국 총리는 한일관계의 어려운 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 또한 양국 간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 당국 간의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자는 데 합의했다.

이 총리는 양국 간 현안에 대해 조기에 해결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도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다. 다만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양국의 수출 규제 강화조치 및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세부적 내용도 밝혀진 바 없다.

특히 양국 총리는 근본 문제인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다른 입장을 보였다.

외무성에 따르면 이날 아베 총리는 “한국에는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을 준수함으로써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려 가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 등 강제동원 관련 문제가 모두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한국이 이를 위반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대법원의 일본 기업 배상 판결과 관련해 대응 조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이낙연 총리는 “일본이 그런 것처럼 한국도 1965년 한일기본관계조약과 청구권협정 존중하고 준수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며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한일 양국이 지혜를 모아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 차관은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일본 측 주장에 대해 이 총리는 한국이 그동안 잘 지켜왔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고 밝혔다.

이날 강경호 외교부 장관도 “우리의 원칙적인 입장은 사법 프로세스가 온전하게 실천이 돼야 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1+1 안을 포함해서 그밖에 다른 여러 요소를 고려해서 협의를 진행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양국 총리의 ‘국가 간 약속’ 발언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한일청구권협정을 언급했는데 이는 개인 청구권을 덮기 위해 계속하는 얘기이다. 일본은 개인청구권을 소멸시킬 수 없지만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다 해결됐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이를 수용할 수는 없다. 이를 받아들이면 우리 스스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입장이 된다. 이는 대법원 판결과 정면 충돌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의 회담은 협의는 해 나가자는 거지만 무언가 양보가 전재돼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한국이 무엇인가 양보하자고 하면 피해자 등 시민단체와 국민 생각과 엇박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게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의 개인 배상 청구권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자국 내에서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배상 청구권이 소멸된 것이 아니라고 여러차례 인정했다.

야나이 순지(柳井俊二) 외무성 조약국장은 지난 1991년 8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은 한일 양국이 국가로서 가진 외교 보호권을 서로 포기한 것이지 개인의 청구권을 국내법적 의미에서 소멸시킨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2018년 11월 14일 일본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도 고노 다로 전 외무상도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개인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일청구권협정과 한일협정은 식민지배 불법성과 반인도적 범죄 행위를 전제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청구권 협정 협상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강제 동원 피해자의 법적 배상을 부인했다.

이러한 문제 외에도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 갈등 국면을 풀어가는 상황에서 시민사회, 특히 강제동원 피해자들과의 소통을 전제해야 한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의사가 수렴되지 않은 방식으로 일본과 합의하면 이는 피해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에서 일본과 맺은 위안부 합의도 피해자 의견이 제외돼 피해자들이 반발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치된 화해치유재단 허가가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취소됐다.

이날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은 일본의 사죄 없는 한일 정부간 배상 문제 해결 방안은 모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자들은 한낱 돈에 집착해 광복 74년을 싸워 온 사람들이 아니다”며 “자칫 어느 손이 주던 돈만 받으면 된다는 식의 해결방안이 추진된다면 이는 2015년 한일 위안부 굴욕 합의에 이은 제2의 모욕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회원들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와 관련 정부에 우려 입장을 전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4일 오전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회원들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와 관련 정부에 우려 입장을 전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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