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불완전판매 논란 넘어 상품 만든 행위까지 불법적으로 바라봐
판매과정의 불법성 밝혀내 책임자 확정, 보상 이뤄내는데 집중해야

“금융회사가 만든 일종의 도박이다.”

이 말은 지난 21일 국감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한 발언이다. 국감장에서 수천억원대의 원금 손실을 불러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윤 원장은 “금융회사가 만든 일종의 갬블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도박으로 비유한 그의 의중이야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발언의 수위는 금융투자업계가 우려를 표하기에 충분히 심각하다. 윤 원장은 이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넘어 상품을 설계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까지 모두 도박 상품을 만드는 곳처럼 표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원장의 발언은 현 사태에서 문제의 초점을 흐리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번 문제의 해결점은 다른 데 있지 않다. DLF 손실에 대해 은행과 투자자들 간의 분쟁이 발생했고, 어느 쪽이 더 손실 책임이 크냐를 밝혀내야 하는 데 당국은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윤 원장은 손실 책임의 대상을 은행과 투자자에서 찾는 것에서 넘어 ‘누가, 왜 만들었느냐’를 찾자고 직격타를 날린 셈이다.

윤 원장이 국감에서 한 말도 이렇다. 그는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상품을 만든 것은) 괜한 일을 한 것”이라며 “금융활동을 함으로서 국가경제에 도움되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 상품의 기대수익은 최대 연 4%에 그치지만 지금과 같이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가 되면 100% 원금 손실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보다 감수해야 하는 손실의 정도가 터무니없이 크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하자면 ‘애초에 만들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안 생겼을 것 아니냐’고 따진 셈이다. 그럼 윤 원장의 말대로 도박장을 만들어버린 금융투자업계를 지금까지 조사, 감시 못 한 당국의 책임은 어디로 갔을까. 

이번 DLF 사태는 은행에서 판매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해결 과정도 판매 과정에서의 불완전판매한 과정을 밝혀내 그 책임을 묻고 피해자 보상을 해주는 데 있다. 투자 책임이 투자자에게 있다는 것은 원칙이다. 다만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비대칭 때문에 판매자는 설명의무 준칙을 져야 하고 투자성향 진단 등 통해 투자자의 위험기피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그 이후에도 투자자가 투자하겠다고 하면 이는 투자선택의 자유에 따라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다. 

지금의 문제는 과연 이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이 설명의무 준칙을 지켰느냐, 투자성향을 제대로 파악했느냐에 있다. 불완전판매를 했다면 책임은 은행이 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원금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 지금처럼 ‘만든 것도 잘못’이라고 하면 이 사태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불완전판매 축소만 아니라 금융투자업계의 시장 위축도 불러올 수 있다. 집 안의 고장 난 곳을 해결하자고 집까지 밀어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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