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동안의 국정감사, ‘조국공방’으로 ‘국회의 꽃’ 별칭 무색
대부분 피감기관 ‘들러리’ 역할···일방적 질의·호통 일관 행태 반복
상시국감·국민소환제 등 시스템적 보완 필요···구태 정치·정치인 개혁 동반돼야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지난 2일부터 20일 동안 실시됐다. 이번 국정감사도 여야가 정쟁에만 매몰되면서 ‘국회의 꽃’이라는 별칭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의혹에 화력을 집중했고, 17개의 국회 상임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한 788개 피감기관들 중 대부분은 사실상 조 전 장관에 대한 의혹 제기의 ‘도구’로 전락했다.

조 전 장관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법제사법위원회는 물론이고, 정무위원회, 교육위원회, 문화체육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 상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조 전 장관 딸의 특혜 입시‧장학금‧동양대 표창장, 가족 사모펀드, 웅동학원 등 의혹들이 핵심 쟁점이 됐다.

무엇보다 야당은 조 전 장관 의혹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국정감사장에서 이들은 기존 의혹들을 재차 열거하는데 그칠 뿐 앞서 예고했던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못했다. 또한 특별히 새로운 의혹 제기도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당수의 피감기관들은 자리만 지키며 여야의 공방을 눈앞에서 관전만 할 뿐이었다.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매번 국정감사 때마다 나오는 말이지만, 이렇게 국정감사를 진행할거면 대부분의 피감기관들은 국회로 소환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며 “국회가 요구한 국정감사 자료와 답변 등을 준비하는데 많은 인력들이 수개월 고생하는데 정말 너무한다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어야 하지만, 오히려 자괴감이 든다”며 “다른 게 ‘갑질’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이 전격사퇴 했지만, 이는 이른바 ‘조국 정국’을 매듭짓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조 전 장관 차원의 결단이라는 평가가 많다. 야당은 조 전 장관 사퇴 이후에도 지난한 공방을 이어가려 애썼고, 결국 국정감사는 ‘맹탕국회’로 마무리 됐다.

이와 같은 여야의 정쟁도 문제이지만,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태도도 ‘맹탕국감’에 일조(?)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의 질의는 대부분 피감기관을 향해 ‘호통’을 치는 데 집중됐다. 때문에 의원들의 질의시간만 길어졌고, 피감기관들의 답변은 거의 들을 수 없었다. 모든 상임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질의시간이 한정돼 있으니 답변은 나중에 하라”, “말 끊지 마라”, “답변은 됐다. 지적사항을 추후 보고하라” 등의 의원들의 발언이 심심찮게 등장했다.

국정감사에 대한 지적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작만 요란할 뿐 소득이 없다는 지적은 매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정감사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정책, 예산 등을 ‘제대로’ 감사할 수 있도록 상시국감, 국민소환제등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물론 법‧제도적 장치를 통한 시스템적인 보완도 필요하지만,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상시국감의 경우 취지는 좋지만 국민적 피로감만 높이고, 정부부처에 대한 국회의 ‘갑질’이 더욱 심해지는 역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구태정치‧정치인 개혁’이 동반되지 않는 시스템적인 개혁은 공허하다. 내년 총선이 개혁의 좋은 시작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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