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를 설명하는데 어떤 수식어가 좋을까? 분명한 점은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도시’라는 사실이다

1 마닥 떼르 공원 근처의 풍경. 2, 4 메트로역 센트 겔러트 테르 혹은 트램 버스역 가르도니 테르 인근에 모던한 분위기의 카페가 모여있다. 3 이국적인 가르도니 떼르의 풍경. 5 로컬 분위기의 푸드몰 / 사진=최미미

 

global BUDAPEST

여름이 한창이던 8월은 부다페스트 1년 중 여행객이 가장 많이 몰린다는 최대 성수기이자, 내가 막 이 도시에 도착해 정착을 준비하던 무렵이었다. 다뉴브강 위의 다리마다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 일렬로 줄을 선 채 엉거주춤 이동해야 했고, 바치(Vaci) 거리의 식당 테라스석은 만석을 이루지 않은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바야흐로 가을, 유독 맹렬했던 부다페스트의 여름 태양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고고하고 우아한 자태로 도시 위를 유유히 지나며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내가 처음 보았던 여름의 얼굴과는 전혀 다른 얼굴로 부다페스트가 인사를 건넨다. “Szia(시아, 안녕)!”

여행객이 많은 도시에는 현지인들이 모이는 동네가 따로 숨겨져 있다. 시끄럽고 번화한 도시 중심부를 벗어나 골목골목 미로를 찾듯 방향을 틀다 보면, 여행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로컬들이 모여드는 카페와 바 거리가 나타난다. 처음 이곳을 소개해준 친구는 내게 “로컬들만 가는 핫한 동네야. 젊은 애들은 요즘 다 거기서 모여”라는 말로 잔뜩 기대심을 부추겼다. 그런데 가장 힙하다는 동네는 서울의 서촌이나 삼청동 일대를 떠올리게 할 만큼 차분하고 모던한 분위기의 카페가 즐비했다. 과제를 하는 대학생들과 20~30대 젊은이들 사이로 노부부와 50~60대가 한데 섞여 있었다. 위치는 부다 지역, 부다페스트 기술경제대학 뒤쪽의 11구역 일대. 화방과 갤러리 카페, 북카페 등을 여유 있게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 잡기를 추천한다. 핫한 스폿은 사람을 끌고, 여행자들은 사람이 모이는 곳을 귀신같이 꿰뚫는 법이다. 부다페스트에서 한두 블록만 벗어나도 로컬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거리가 숨어 있다.

여행자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메트로역 데아크 페렌츠 테르(Deak Ferenc ter)의 시시 왕비 동상을 등지고, 머다치 테르(Madach Ter) 공원의 기다란 길목을 걸어보자. 유럽에서 가장 핫한 카페 트렌드를 스크랩해둔 듯한 이곳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비건 카페, 식물 카페부터 프랑스 빵집, 그리스식 지중해 카페, 멜버른 브루어리, 뉴욕 델리 카페까지 모든 것이 있다. 누군가 이도시로 여행 와서 “부다페스트의 홍대입구 같은 곳은 어디냐?”고 묻는다면, 부다페스트의 청년들은 메트로3의 옥타곤(Octagon)역과 뉴가티(Nyugati)역 사이를 꼽을 것이다. 쇼핑도, 음식도, 하물며 커핑(Coffee-ing)조차도 평범한 것이 없다. 인스타 감성과 부다페스트 힙스터의 조합은, 이 도시의 영 제너레이션이 어떤 문화를 향유하는지 이해하는 데 좋다. 길거리마다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젊은 기운을 발산하는 거리를 걷다 보면, 타코, 피자, 수제 버거 등 ‘너희가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해봤어’ 콘셉트의 푸드 몰이 갖춰져 있다. 다만 부다페스트 안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구역이니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는 눈요기만 해도 충분할 것이다.

 

글쓴이 최미미

광고 회사의 기획 작가로 일하다 문득 평론가의 길을 걷고 싶어 모든 것을 접고 베를린을 거쳐 부다페스트에서 유학 중이다. 취미는 갤러리 탐방과 흥미로운 상점을 발견하는 것.

 

 

 

 

우먼센스 2019년 10월호

https://www.smlounge.co.kr/woman

에디터 김지은 최미미 사진 최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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