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금 매년 30% 증가할 때 심사역은 10% 늘어···VC업계 "펀드 출자자가 민간 경력 인정해줘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스타트업과 혁신기술을 평가하는 벤처캐피털(VC) 심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벤처투자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음에도 기업 투자 심사역 충원이 쉽지 않아 인력난이 발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해법으로 공공 모펀드 출자자(LP)가 심사역의 민간 경력을 인정해주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투자심사역은 기업 투자에 대한 심사를 담당하는 역할이다. 투자할 스타트업을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최종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그중에서도 기술투자심사역은 IT(정보기술)·바이오 등 스타트업 혁신기술들을 평가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벤처투자 규모는 3조4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약 44% 증가했다. 올 상반기 벤처투자액도 1조9000억원으로 자금 흐름이 원활한 상황이다. 매년 투자 규모가 30%정도 성장 중이다. 그러나 심사 인력은 해마다 10% 정도가 증가하고 있다. 투자 규모 성장과 심사 인력 충원 간 속도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벤처업계는 심사 인력이 부족하면 투자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심사역들에게 업무가 과중되거나 새로운 혁신기술을 발굴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업 VC 심사역은 “모태 펀드가 최대 규모로 형성돼 벤처시장에 도는 돈이 많아졌지만, 심사역 인력이 부족하다면 기업들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어 펀드 수익률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VC에 자금을 출자하는 공공부문 기관투자자(LP)들부터 민간 경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펀드 투자심사역이 공석이 될 경우 출자자들이 경력 충원을 제한하는 부분이 있다. 이에 VC업계에서는 투자 경력 외에도 민간 산업에서 전문 경력을 쌓았을 경우 이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VC는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고 해외에서 경쟁력 있는 기술을 찾아내야 한다. 많은 경험을 한 심사역들이 필요하다”며 “돈을 출자하는 기관투자자들은 투자 경력을 중시한다. VC들은 외부 충원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순수 기업투자 경력도 중요하지만, 각각의 산업 경력도 중요하다. 민간 경력을 인정하는 조항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해석하면 IT회사, 제약사, 영화사, 대학 연구소 등에서 관련 업무를 경험했던 사람들이 VC 심사역으로 전향할 경우 해당 전문 경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정 회장은 “투자의무비율을 채우지 못한 채 심사역이 퇴사‧이직하면 운용사에 책임이 지워진다. 지금까지는 그 패널티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없다”며 “투자 중간에 이탈하는 심사역들을 충원할 때 민간에서 경력을 쌓은 3~5년 차 심사역들로 대체할 수 있게 해줄 것을 (공공출자기관에) 요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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