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약관 요약자료에 ‘인포그래픽’ 활용···“해석 차이 발생할 수 있어”
오히려 분쟁 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보험약관 개선 로드맵 및 추진방안/자료=금융위원회
보험약관 개선 로드맵 및 추진방안/자료=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보험약관을 개정한다. 인포그래픽을 도입해 소비자들의 약관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선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보험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보험약관 개선 로드맵 및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의 핵심내용은 인포그래픽을 활용한 보험약관 요약서 마련이다. 내년 2분기부터 그림·도표·그래프 등을 활용해 보험약관의 핵심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된 약관 요약서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인포그래픽 도입이 오히려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약관을 이해하는 데 혼란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림으로 설명할 경우 약관에 대한 해석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림이나 도표를 통해 약관을 설명하면 받아들이는 고객에 따라 상품 내용이나 보장 범위를 오해할 수 있다”며 “인포그래픽 도입 이전에 어려운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오히려 금융당국의 보험약관 개선안 도입으로 보험 관련 민원과 분쟁이 더 늘어나진 않을까 염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미 보험사는 약관 내용에 대한 시각차로 보험금 산정 및 지급과 관련해 분쟁과 민원이 많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 관련 민원은 전 금융권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61.8%)을 차지했다. 민원 건수 역시 2015년 4만6800건, 2016년 4만8600건, 2017년 4만7700건, 지난해 5만1300건으로 계속해서 증가 추세다.

또한 개선안은 기존 보험약관과 요약자료의 내용이 너무 길고 복잡해 이를 간소화하는 것이 원래 취지였다. 그러나 시각화된 약관 요약서를 새롭게 만들면 그에 대한 부가설명을 위해 주석을 달아야 해 오히려 약관 본문이 늘어나 개선안의 취지와 상반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문제도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 분쟁이 발생하면 이를 판별하는 기준은 대체로 약관 내용인데 고객 대부분이 약관 본문을 제대로 읽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불완전판매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비자가 약관 내용을 제대로 안내받고 확인했다는 서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약관 설명에 인포그래픽을 도입한다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에 한해서만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간 보험약관의 내용이 불명확해 일반소비자와 보험사 간의 약관 문구 해석의 차이가 존재했다”며 “향후 약관개선 실무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보험약관의 구성 체계 정비, 용어순화 등 개선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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