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수첩] ‘82년생 김지영’ 유리천장은 언제 깨질까
  • 한다원 기자(hdw@sisajournal-e.com)
  • 승인 2019.10.2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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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봉으로 인기몰이에 그칠까···여성 위한 일·가정 양립 해답 현실화 돼야

“월급 대부분을 베이비시터에게 쏟고도 늘 동동거리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남편과 매일 전화로 싸우고, 급기야 어느 주말 아이를 업고 사무실에 나타난 후배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다. 미안하다는 후배에게 팀장은 어떤 말도 해 줄 수가 없었다.”

베스트셀러이자 23일 영화로도 개봉되는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에 나오는 구절이다. 작가는 주인공인 서른셋 김지영씨를 통해 여성정책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가 생긴 것, 호주제가 폐지된 것 등을 거론하며 법률상 남녀차별의 간극이 좁혀지고 있음에도 남녀차별이 존재하고,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자는 지난 11일 친구의 권유로 책 한권을 샀다. 《82년생 김지영》이 그 책이다. 요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이 책을 찾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SNS는 물론 매스컴을 통해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들었고, 궁금했던 터라 샀고, 집에 가는 택시에서 쉬지 않고 읽었다. 오랜만에 주변 소음도 들리지 않을 만큼 집중했던 책이다.

《82년생 김지영》을 둘러싼 논란 아닌 논란도 많다. 레드벨벳 아이린, 배우 서지혜씨가 이 책을 읽었다고, 그냥 읽었다는데도 수많은 이야기가 돌았다. 대부분은 여성과 남성을 대항구도로 몰아가는 여론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편견이 존재하는데, 사실은 다르다. 책을 읽고 많은 감정에 휩싸였고, 대항구도가 아닌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여성 차별은 언론, SNS, 입소문 등 다양한 경로로 알려져있다. 기자도 유리천장,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 등 여성 관련 기사를 몇 번 작성한적이 있다. 그때도 지금도 취재원들, 주변 선배들의 이야기는 달라진 게 없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실이 아직도 이 정도라는 사실에 슬픔이 몰려온다. 높은 물가에 맞벌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현실은 경력단절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

정부의 각종 통계도, 여성 현직자들의 이야기도 모두 82년생과 닮았다. 82년생 김지영이 곧 우리라는 사실도 말이다. 여성 직장인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남성들도 육아휴직을 내고, 사회서 움직임은 보여진다. 그럼에도 달라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없다. 여전히 곳곳에 82년생 김지영이 존재할 뿐이다. 이 책을 읽고 공감했고,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는 이들도 결국 같은 마음이다.

얼마 전 저녁자리에서 만난 취재원(여자)은 기자에게 본인의 경험담을 구연동화마냥 들려줬다. 본인이 입사했을 때 이야기다. 그때 그의 상사는 남자였는데, 여자는 너 하나로 충분하다고 했다고 한다. 취재원은 기자에게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그때는 당연시됐다고 한다. 그런데 슬프게도 여자 기자인 나는 공감이 됐는데, 남자 기자는 그게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잘 하면 된다며 응원 아닌 응원의 메시지도 건넸다. 취재원은 우리가 잘해야 한다고 다시 그 말을 덮었다. 그 자리 분위기는 그렇게 어색하게 흘렀다.

“법이나 제도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일까, 가치관이 법이나 제도를 견인하는 것일까”라는 구절이 이 책에 있다. 정부는 여성들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유연근무제, 남성의무 육아휴직계 등 다양한 정책을 쏟고 있다. 하지만 대체인력이 부족하고 경영난이 심각한 중소기업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고, 대기업도 이를 완벽하게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다.

사회는 변했다면 변했는데, 여전히 그대로인 것도 많다. 책이 남긴 질문처럼 일·가정 양립에 대한 해답 꽃이 피어야할 때다. 책과 영화를 통한 82년생 김지영이 그저 유행처럼 번지는 데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한다원 기자
정책사회부
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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