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 핵심인 현대아산에겐 타격 불가피
현지 시설물 철거 시 보상 문제도 관건···보상 이뤄질 가능성은 사실상 낮아
남북관계 경색 이어지면 개성공단이 다음 타깃 될 수도
일각선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시설물을 세우며 경협 이어갈 가능성도 제기

페인트가 벗겨진 강원 고성군 화진포아산휴게소 간판이 관광중단 11년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페인트가 벗겨진 강원 고성군 화진포아산휴게소 간판이 관광중단 11년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남북관계 정상화를 그 누구보다도 더 기다려왔던 현대아산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남북협력을 백지화시키고 북한이 독자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북한에서 방을 빼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금강산 관광으로 반전을 꾀하려던 현대아산의 꿈이 일장춘몽으로 끝날 위기에 처하게 돼 귀추가 주목된다.

반면 일각에선 현대아산이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시설물을 세워주면서 경협을 유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남북경협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게 되자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누가 뭐래도 현대아산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남북 정상회담 방북단으로 북한을 찾기도 했지만 남북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가장 이득을 볼 곳은 현대아산이라는 것은 재계에선 너무도 뻔한 이치로 여겨졌다. 당시 한 10대 그룹 관계자는 “솔직히 북한과 경협이 시작되면 당장 이득을 볼 기업은 거의 없고 일단 돈을 쓰게 될 것”이라며 “현대아산만 당장 기대수익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나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는 점점 뒤로 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 정부의 화해 제스쳐에도 북한은 오히려 방사포 등을 쏘고 비난성명을 냈다. 특히 최근 손흥민 등이 출전한 국가대표 축구경기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북한은 우리나라 응원단은 물론, 중계진들의 입국도 허용하지 않았다. 나중에 전달된 화면엔 무관중 경기로 펼쳐진 경기장에서 우리 선수들은 공을 잡고 있기가 무섭게 거친 몸싸움을 당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손흥민 선수의 발언은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분위기속에 김정은 위원장이 중대 발언을 꺼냈다. 23일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돼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며 “금강산 관광 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대해 우리 사람들이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기다려온 현대아산에겐 그야말로 비보다. 김 위원장은 남측에서 관광을 오겠다면 환영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금강산 관광 사업은 자신들이 알아서 하겠다는 것이었다. 현대아산은 관광재개 등을 기다리며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자금 등도 마련해 놓은 상태였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을 비롯, 개성공단 개발 등 대북사업 자체가 곧 핵심 사업이다. 금강산 관광이 한창이던 때와 비교해 인력이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금강산 관광 사업에서 남측을 배제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일본 아베 정부의 무역제재 발표 그 이상의 충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떠나 우선 현지 시설물에 대한 걱정을 해야 할 처지다. 북한이 새롭게 관광시설 조성에 들어간다면 현지 시설물 철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관련 보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정은의 이번 조치는 금강산관광을 하고 싶다는 뜻, 혹은 최근 트럼프의 전쟁 언급 발언에 대한 응수 둘 중 하나”라며 “후자의 경우는 물론, 전자의 경우라도 현대아산의 현지 시설을 다 철거할 것이니 어느 경우든 남북관계 경색은 더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 걱정해야 할 것은 다음 조치 대상은 개성공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현대아산이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시설물을 세워주면서 경협을 이어갈 가능성에 대해서도 점치고 있다. 허나 이것 역시 결국 남북관계가 개선이 될 때 가능한 것이어서 이번 사태는 결국 남북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여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아산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관광재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보도에 당혹스럽다"며 "차분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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